정형택/ 전남문입협회장




자 한마디 예고도 없이


벌려 놓는


가녀린 나비들의 축제




세상이 흔들립니다


모두들 가슴속에 간직한


흑백 필름 한통씩의


추억을 풀며


숨죽이며 서성이는


기다림의 축제여!




그, 잔잔하던 호수도


파문이 일어


숱한 언어들이 출렁출렁


뚝까지 넘쳐 납니다




연약한 추억의 살점들이


하얀나비되어


한꺼번에 일제히


이 겨울 아침


첫사랑처럼 다가섭니다.




추위에 기를 못쓰던 할매도


벌떡 일어나


유리창가의 손녀와


나란히 섰습니다.




손녀의 가슴보다도


더 설레이는


이 기다림의 축제 앞에서


추억의 필름은 끝이 없습니다.




어느새 할머니도


흩날리는 추억의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나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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