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권의 책- 한비야의 이 한권의 책

국내에 내세울만한 여행전문가가 있다면 주저 없이 한비야를 꼽는다.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의 저자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까지 바람처럼 구름처럼 세상을 떠돈 이야기를 써온 여행 작가다. 30대 후반에 아프리카와 네팔 아프카니스탄 등 세계 오지를 베낭 하나 덜렁 메고 다닌 간 큰 여자다. 결혼 계획은 잡아놓고 있으나 바빠서 결혼을 안한 여자가 새 천년을 시작하는 2000년에 중국어 공부를 위해 1년간 중국에 눌러 앉아 쓴 글이 '중국견문록'이다.

기행문을 읽으면 마치 동물의 왕국을 보는 듯한 신비함과 감동이 있다. 작가의 풍부한 체험이 글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자전거를 잃어버리지 않는 5가지방법과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을 만나는 방법, 중국의 잠재력과 함께 예견되는 문제점도 평을 했다. 더구나 작가는 한자 문화권에 살면서도 한자를 싫어하는 세대를 위해 우리말에 스며있는 한자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한자 공부를 예찬한다. 입으로는 세계화를 외치며 울타리 밖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자 공부가 곧 세계화로 가는 초석이란다.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중국과 이미 선진국 대열에 올라 있는 일본이 바로 우리 곁에 있는 한자문화권의 나라며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한자들이 주변국가의 언어를 이해하고 배우는데 참으로 긴요하기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외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부모가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4개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한비야식 외국어 독파요령도 함께 담겨 있다.

살다보면 귀하고 중요한 것도 여행을 하다보면 보잘 것 없이 생각되고 평상시에 느끼지 못한 겸손과 용기가 새롭게 돋아나는 혼자만의 여행을 작가는 추천한다. 10여년의 여행에서 작가는 자신보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세계구호활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아프카니스탄에서 놀고있는 한 어린이가 불쑥 내민 빵 하나, 오랜 내전으로 빵 한 조각 구하기가 어려울텐데 낮선 이방인을 위해 내미는 그 손을 거절해야 하나 잡아야하나 망설이다 결국 친구가 되기로 하고 빵을 한입 베어 물었단다. 여행 중 그런 소중한 경험으로 40대 중반에도 결혼을 뒤로하고 용기 있게 달려든 그에 봉사활동에 그를 알고 있는 많은 독자들은 힘찬 박수를 보낼 것이다. (한길서림 김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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