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된 세상을 위한 원불교 영광교구 대법회를 맞이하면서

원불교 영광교구장 박명제

반갑습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영광군민들과 함께 만나 뵐 수 있고 더하여 하나가 될 수 있는 기연이 되게 하니 더욱더 반갑습니다. 예로부터 충(忠)·효(孝)·예(禮)의 정신과 진취적 기상을 지녀 온 이곳 영광은 자주 자립의 뿌리깊은 역사를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는 멋진 고장으로 이미 알고 있습니다.

또 일본에 건너가 일본 성리학의 시조가 된 수은 강항선생이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2001년 3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되는 등 많은 활동을 펼쳐온 수많은 선비와 의사, 충신, 효자, 열녀의 문중이 거의 모두 이 지역의 집안과 문중에 계시니 자랑스런 옥당(玉堂) 고을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유구한 역사와 더불어 저희 원불교 교조이신 원각성존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님이 탄생하고, 구도 하고, 또 대각을 이룬 후 새 시대 새 종교의 기초를 터 잡으신 곳이기도 한 거룩한 성지이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영광이란 고장, 영광이란 이름은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충·효·예의 고장이며 새 시대, 새 부처님 성지인 이곳 영광 땅에서 함께 웃고, 숨쉬고, 생활하고 있다는 것은 저희들 일생사에서 일대 홍복(洪福)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속담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였는데, 우리 영광 지역민들과 저희 원불교와의 인연은 가히 헤아릴 수 없는 필연적인 인연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소중한 인연인 영광군민들과 여러가지 이유로 서로의 정을 깊게 나누지 못하고 있음이 지극히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저희 원불교 영광교구에서는 불연 깊은 지역민들과의 호흡을 같이하기 위하여 매년 각계각층의 사람들과의 만남과 여러 차례의 행사를 통해 종교의 이미지를 떠나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의미 있는 만남의 장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올해는 이곳 영광군 대마에서 출생하신 원불교 최고 지도자이신 좌산 이광정 종법사님을 모시고 '하나된 세상을 위한' 대법회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예로부터 너른 들판에 단(壇)을 만들고 대중을 모아 설법을 하였던 야단법석(野壇法席)을 금번 15일에 영광 실내체육관을 빌어 진행하려고 합니다.

불경 한 구절만을 귀동냥한 대가로도 죄악의 인과를 면한다 하였듯이 물질문명의 범람으로 우리네 사람들의 지주목이 되어야할 정신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물질의 노예로 전락되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원불교 최고 지도자이신 좌산 종법사님의 설법 말씀은 한 줄기 빛으로, 커다란 전율로 우리들에게 흡수되어 정신의 세력을 바로 세우고 물질의 세력을 항복 받아 현실낙원(現實樂園)과 마음낙원을 함께 건설할 수 있는 좋은 기연이 될 것입니다. 원불교의 종교적인 색체를 벗어나서 지역의 선배가 들려주는 좋은 말, 좋은 글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원불교 신앙의 근본은 "우리들 모두는 서로 서로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임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네가 없이는 내가 있을 수 없고, 우리 가족이 없이는 이웃, 사회, 국가, 세계가 있을 수 없으며 또한 천지(天地)·부모(父母)·동포(同胞)·법률(法律) 모두는 서로 뗄 레야 뗄 수 없는 상보적인 관계에 있음을 가르치면서 그 크신 은혜를 알아(知恩), 그 은혜에 보답(報恩)하며 살아가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은·보은의 삶의 결정은 너와 나는 물론 어떠한 차별이 없음은 물론이요, 이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부처인줄을 깨달아(처처불상 處處佛像), 당하는 모든 인연과 일거리마다 부처님을 모시는 마음으로, 예수님을 모시는 심정으로(사사불공 事事佛供) 살아가는 불공의 삶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한 울안이요, 한 이치요, 한 집안임을 실천하는 일이요, 하나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한 가족, 한 형제임을 알아야 합니다.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닌, 우리인 우리들이 한 자리에 둥구렷이 모여 법정을 돈독히 하고, 희유(希有)한 이 인연에 보은하는 길인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원불교의 교리와 함께 실천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금번 대법회에서는 원불교 교도님들이 한 술 한 술 정성껏 보은미(報恩米)를 모아 영광·함평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정성을 함께 전하고자 합니다.

작은 정성속에 따뜻한 마음을 듬뿍 담아서 말입니다. 거부장자의 커다란 공양 또한 거룩하지만, 작은 정성들이 모여 대해장강을 이루듯이 그렇게 작은 씨앗을 또 하나 심어보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영광군민님들!

저는 늘 영광 군민님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버스 안에서 혹은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눈길 속에, 스쳐 지나가는 옷깃 속에서 여러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서로의 크기와 모양은 다를지라도 정성껏 쌓아 올리는 고운 손길들 속에 모든 편견과 오해는 사라집니다. 이렇듯 서로의 지금을 인정하면서, 서로 서로가 마음을 열어 보이면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이 크게 보입니다. 저희가 준비한 이번 대법회는 커다란 모양을 뽐내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껏 작은 울타리 안에서 서로의 눈치만을 살펴왔던 이기주의적 소아(小我)를 버리고 웅비하는 봉황처럼 참 나를 찾아 대아(大我)의 심정에서 우리들 모두 하나가 되고자 합니다.

영광의 발전을 위해서는 더욱 화합하는 군민들의 모습이 요구된다고 봅니다.

원전으로 인한 어민 및 환경과 관련한 여러 문제와 지역의 발전을 위한 각종 행사와 캠페인을 펼쳐가는 모임과 사회 단체들, 내 지역의 보다 바람직한 부흥을 이끌고 지역의 문화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두가 더욱 전진하고 발전된 모습의 영광을 원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발전적이고 전진된 모습은 모든 이들의 지식과 지혜들이 하나로 뭉쳐 한소리를 내는 화합속에서만 가능할 것입니다. 지금이 이러한 화합의 하나된 모습이 정말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모두가 한발 물러서서 진정한 지역을 위한 바램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들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모쪼록 군민 여러분의 올바른 행동과 기획을 기대하고 아울러 이번 원불교의 대법회를 통해서도 지역의 발전과 화합의 새로운 면모를 체험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모든 일들이 법신불 진리님의 호렴으로 원만 성취되시길 간절히 심축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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