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야! 물럿거라-"

지난 달 28일 낙월면 송이도에서 '송이도 해변 시짓기 백일장대회'가 열렸다. 문인협회 영광군지부와 칠산문학회가 주최한 이번 백일장에는 여름, 나의 꿈, 하늘, 방학, 섬, 바다 등의 주제로 송이도의 주민과 학생, 외지에서 온 피서객 40여명이 참가했다.

그물망이 여기저기 자연스레 널린 정자나무 그늘 아래에서 원고지 쓰는 방법을 익힌 참가자들은 바다를 닮은 싱그럽고 거침없는 마음들을 한 올 한 올 엮어 나갔고, 바닷바람에 그을린 구릿빛 얼굴만큼이나 또랑또랑하고 야무진 송이도 어린이들도 이마에 송글송글 땀을 흘리며 해맑은 동심을 원고지 위에 그려 넣었다.

늘 살아 일렁이는 파도를 닮아 팔딱팔딱 뛰는 생선처럼 송이도 학생들과의 글짓기는 건강하고 즐겁게 진행됐다.

송이도 백일장을 주관한 칠산문학회 임숙희 회장은 "글짓기 행사를 통해서 진실어린 어린이들의 마음을 지켜주고 키워가며, 흙의 사상을 가꾸고 생명의 존엄함과 깨끗한 우리말을 쓰게 하고 싶었다"고 행사의 의의를 밝히는 한편, 올 10월에 열릴 조운선생 탄생 101주년 기념 백일장대회에도 우리 지역의 문학을 사랑하는 학생들이 많이 동참했으면 하는 바램을 피력했다.

백일장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송이분교장의 김민지 학생은 "한번도 배를 타고 나가 글짓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찾아와서 글짓기대회를 열어줘서 고맙고 상품으로 받은 도서상품권으로는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사서 여름방학동안 신나게 독서하겠다"며 기뻐했다.

날이 저물자 송이도의 몽돌해변은 한낮 폭염의 열기가 가시고, 저마다 해변의 서늘한 바람으로 더운 가슴을 식히며 시간가는 줄 몰랐다. 해변의 밤은 낮보다 오히려 오붓하고 정스러웠다. 상현달은 아름드리 당산나무 나뭇잎에 하얀 얼굴을 숨겼다 드러내고, 누군가가 백일장 시상식장에서 배운 조운 선생의 '야국'을 불렀다. '널 보면 생각히는 이 있어 못 견디어 이런다∼'

어른들은 일없는 상념에 잠을 못 이루고, 꿈나라로 떠난 아이들은 연필을 꼭꼭 눌러 한낮에 못 다 부른 바다 이야기를 적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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