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초하루에 드리는 정성.....

"비나이다 비나이다. 금년 한해에는 우리 큰놈 더 건강하고 떡두꺼비 같은 아들하나만 낳게 해주시오"

어느 할머니의 치성이 정월 초하루 저녁 불두(佛頭) 앞에서 애타게 드려진다.

법성면 진내리의 굼방모탱이 벼랑 밑에 있는 불두(佛頭) 앞에서 펼쳐지는 설날 저녁모습이다.

지금부터 천육백년전의 이야기, 인도스님 마라난타가 백제로 오던 중 바다에서 심한 풍랑을 만나자 하는 수 없이 석불을 바다에 던지고 겨우 법성포에 당도했을 때이다. 바다에 던진 석불이 하체는 사라지고 머리모양의 부처석만 먼저 와있었다고도 하고 그 뒤 파도에 밀려왔다고도 한다. 그것이 바로 백제불교 최초 도래의 표상이라고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구전되어오는 불두(佛頭)이다.

그래서 이 마을 주민들은 모두 이 불두 앞에서 가정의 평안과 안녕을 빌고 있다. 또 어떤 불자는 그 신비함을 알고 전주에서 매년 이곳을 찾아와 제를 드리고 있다. 실제 50여년 전에 아들을 기원해 결국 득남(得男)을 한 할머니도 이 불두를 가리키며 큰 효험이 있다고 말씀하고 있다.

'용왕에서 오신 미륵님'이라 새겨 놓고 불두를 모신 이 곳은 지난 77년 8월 마을에서 마련한 작은 움막이다.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가져다 준다는 불두를 향해 정성을 비는 진내리 사람들, 그래서인지 그들의 정월초하루 저녁은 사뭇 경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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