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선
낙월초등학교 송이분교장



한걸음에 내쳐 오른 모악산. 그 오만을 꺾고 동백골 바위위에 드러누웠다. 허기진 숨을 헐떡이며 핥아내는 산 공기가 온 몸 구석구석에 퍼진다. 청청한 비자나무, 참식나무, 동백나무 숲 위로 밀려난 낙엽수 잔가지 너머로 겨울하늘이 흘러간다.



'그래, 지금이 세한(歲寒)인데'

흰 대처럼 일어나 몸을 고쳐 앉았다. 숲 아래에는 눈밭을 뚫고 나온 꽃무릇 무더기들이 썰물에 드러난 해초처럼 햇빛 부스러기들을 모으느라 한창이다. 머잖아 다가올 저들의 주검위로 올 가을 이 숲은 온통 붉은 바다를 이루겠지. 그래서 그 무리를 상사화속이라 하던가? 꽃무릇이 왜 눈송이를 닮은 여섯 가지(枝) 붉은 꽃을 피우는지 이제야 알듯하다.



마삭줄과 송악은 벌써부터 그 파란 하늘을 꿈꾸며 나무 등을 오르고,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숲 안 가득 날고 있다. 겨울 모악은 그렇게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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