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면 대덕리 언목당산제

남과 함께 보다는 나만을 위하는 이기주의가 판치는 요즈음 잊어지기 시운 세시풍속중의 하나가 마을별로 함께 행하는 대단위의 행사들이다. 많은 풍속들이 사라지고 있는 그 와중에서도 전통의 맥을 이어오고 잇는 곳이 있다.

바로 법성면 대덕리의 언목마을(이장 나병용)이다.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대덕리 큰언목 동네와 작은 언목 동네주민이 합심하여 양쪽 동네사이에 있는 당산나무(서당목)에 줄감기 행사를 벌인다. 이 나무는 수령 500여년된 귀목나무로 십여년전 군용비행기가 추락할 때 일부 가지를 잃었으나 아직도 울창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정월보름에는 당산나무 줄감기 행사를 하는데, 줄은 옛날에는 짚으로 엮은 7가닥을 한줄로 하여 세줄을 꼬아서 완성하며 그 줄의 길이는 큰 언목 동네에서 작은 언목 동네를 이었다고 하니 200m 정도에 이르지 않았나 추정된다. 행사는 정월보름 수삼일전 농악대가 동네 가가호호를 돌며 걸립하여 모은 돈과 쌀, 주류 등을 준비한다. 그리고 정월보름날 아침 일찍 동네 온 주민이 참석하여 줄을 꼬기 시작하여 점심 무렵에 완성된다. 짚은 동네 주민 소유의 논에서 차출되는데 농사가 잘되는 논이어야 하고 논 주인이 아들을 낳았어야하며, 집안에 아픈 사람이 없어야 하는 등 까다롭다. 완성된 줄은 온 동네사람들이 들고, 농악대를 앞장세워 농악을 울리며 동네와 동네를 한바퀴 돈다. 옛날에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전주민이 구름처럼 참여하였겠지만, 지금은 20-30대 젊은이는 없고 40대 몇사람, 50-60대가 주류를 이룬 60여명의 남녀주민이 참석하여 행사를 치루자니 힘이 든다. 늦은 오후에 줄감기를 시작하는데 긴줄을 돌아가며 감기 때문에 계속하여 돌아야하는 매우 힘든 행사이다. 행사가 끝난 다음 마지막 농악놀이와 함께 간단한 제를 지내고 본 제사는 별도로 그믐날 밤 자정에 시행한다.

무사히 행사를 치룬 이장님은 걱정이다. "동네주민은 줄고 나이든 사람만 남아 언제까지 이 전통이 유지될 것인가!"하고 말이다. 부디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전통이 계속되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법성 남궁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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