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초등학교 풋사랑을 매개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중년 가장과 이혼한 초등학교 동창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심영빈은 성공한 외과 의사이고 초등학교 시절 단짝이었던 류현금을 짝사랑한 경험을 간직하고 살아오던 중 추억의 첫사랑을 만나게 되고 아무런 죄의식없이 혼외관계를 즐기며 생활하게 된다. 편안하고 무의식적 일상은 인간에게 정상적인 것이 아닌 다른 색다르고 파격적인 비밀을 즐기려고 유혹한다. 사람들은 걱정없이 편안히 살고 싶다는 말을 항상 읊조리며 부러워하지만 생활이 안정된 중년이 되면 화려한 자신만의 외출을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일상의 일탈이 주는 설레임도 잠시뿐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제지만 끝내 그들을 제자리로 돌아가게 하기도 하고 가족들의 삶에 적잖은 상처를 남기고 미완으로 끝나곤 한다. 남녀의 만남에서 결혼이 이어지는 몇십년 동안 서로 부대끼면서도 가을날처럼 로맨틱한 애정을 키우고픈 꿈을 꾸기도 하며 하루하루 인간군상들은 제각각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또한 이 작품속엔 주인공의 주변인물들이 부딪히는 문제들이 다양한 상황설정과 시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글을 쓴 박완서님은 기존의 작품속에서도 가정속에서 일어나는 일상사들을 예리하게 표현하고 느끼며 나름대로 문제의식들을 독자들에게 던져준다. 사회전반에 깔린 사소한 문제들처럼 여겨지는 큰 상처들을 놓치지 않고 날카로운 필력으로 전달하고, 평범한 가정주부 폄하주의 혹은 가부장적인 권위주의에 대한 재인식을 요구하기도 하며 부드러운 감성으로 소외 받은 사회의 이방인들에게 힘을 주는 가슴이 깊고 따뜻한 작가중 한사람이다.



김미자(한길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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