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을 부채와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고 있다



농업은 이 나라 국민의 생명산업이요, 국가 주권의 가장 기초가 되는 식량안보 산업이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 농업현실은, 30%에도 못 미치는 식량자급도로 심각한 식량안보 위기에 처해있다. 게다가 UR협상 이후 무분별하게 쏟아진 수입농산물과 정부의 개방농정 가속화에 눌려 농축산물 가격은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은행 이자는 커녕 연간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농업생산성으로 일하면 일할수록 농가부채가 늘어가기만 하는 암담한 현실인 것이다.

요즘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이 10년전 가격과 비교할 때 너무나 많은 차이가 난다. 하우스 난방 때문에 투자비·인건비 등은 상승하고 있는 반면, 농산물 값은 하락하고 있다. 폐농 위기에 처한 농가가 부지기수이고, 농축협에 쌓인 빚은 해마다 늘어나 연대보증으로 인해 가슴죄며 농사를 직고 있는 농가도 한둘이 아니다. 들녘에 농사를 짓지 않는 비닐하우스가 태반이며 애써 가꾼 농산물을 폐기퍼분하는 농가도 나타나고 있다.

농촌이 도시의 뿌리요, 국민의 어머니요, 국가의 생명산업이라고 말들 하지만 정작 농사를 지어야 할 농민들은 영농의욕 상실로, 누적된 농가부채로, 농협의 강제 차압에 못 이겨 정든 땅을 떠나가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심각한 상황이 가속화되고 있다. 농사지을 농민이 없는데 농업이 식량안보 산업임을 주장한들 무엇하겠는가.

이러한 현실속에서 농민회와 지역농민들은 이나라의 농업을 살리고 농민의 생존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을 결의하였고 또한 지금까지 경제발전과 수출 지상주의에 밀려 '애국심'이라는 허울로 희생 당해왔던 우리 농민들은 우리의 희생이 단지 농민의 희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사회혼란과 경제적 위기를 가중시킬 것임을 알기에 구국의 심정으로 투쟁에 임하고 있다.

지난 21일, 전국 각지에서 일어선 '100만 농민총궐기대회'는 500만 농민들의 뜻과 의지를 모으는 의로운 투쟁이었으며 500만 농민 총궐기의 시작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농업의 심각성을 외면한 채 기존의 오류를 답습하여 농업, 농민문제의 본질적인 문제제인 무분별한 농축산물 수입과 가격폭락, 늘어만 가는 부채문제를 생색 내기식 대책으로 일관한다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농민들의 분노와 생존의 몸부림은 거대한 인해로 물결칠 것이며, 그것은 그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영광군농민회장 이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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