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대/ 영광읍 녹사리
불갑사 경내에
어둠이 짙게 깔리면
자정을 알리는 범종 소리
솔잎 사이지나 풀잎 흔들며 바람처럼
진폭의 형체로 달려갑니다.
산사에 오직 가족의 안위를 위한
한 여인의 손 비비는 기도 소리에
별빛도 숙연히 고개 숙이고,
삼라만상 깨우치는 큰스님의 목탁 소리
불갑산 자락에 엄숙한데
내 마음 어둠에 묻혀
바람처럼 흔들리고 있다.
밋밋한 고갯길 발딱 넘으면
불갑 저수지, 새 길에
새 가로등이 오색 눈 밝히고
머리에 팔랑개비 돌리며 서 있다.
가로등의 춤추고, 내 마음
가로등 불빛에 묻혀 붉게 빛날 때
불갑사 범종 소리
중생들이 아픔 달래려고
물위를 사뿐 사뿐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