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조일근 / 언론인
프리랜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공천제를 폐지하라는 원로들의 말씀이다. 어른들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 먹는다지 않는가”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도 막대한 자본으로 자원 확보와 유망 기업들을 사냥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국민총생산(GDP) 세계 3위다. 전쟁과 질병, 굶주림의 나라 였던 중국이 50여년만에 세계를 상대로 ‘돈자랑’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정치적 성과라 할 수 있다.


 


넓은 국토와 많은 인구를 무기로 ‘자본’에게 한없이 고개를 숙이며 돈을 벌어 들이면서도  사회주의를 고수해온 절묘한 정치력이 오늘날 중국을 진정한 대국으로 만든 것이다. 자본주의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다니면서 돈을 벌어 들인 사회주의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언뜻 혼란스럽기도 하고 아이러니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답은 등소평의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 속에 있다.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인민을 잘 살게 하는 정치를 표방한 것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인민을 위한 정치라는 ‘선언’인 것이다. 사회주의는 가난할 수 밖에 없고 독재적이라는 편견을 가진 자본주의는 ‘자본주의 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중국 사회주의의 경제적 성공에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경제적 성공을 이끌어온 것은 등소평을 비롯한 소위 8대 원로들이다.


 


모택동과 함께 ‘장정’에 참여했던 8대 원로들은 지난 50여년간 중국 정치의 주역이었다. 팽진? 등소평? 등영초? 진운? 양상곤? 왕진? 부일파? 이선념 등이다. 8대 원로들은 ‘이념’ 보다 ‘인민’을 위한 정치를 함으로써 오늘날 중국을 세계 초강대국으로 발전 시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꾀죄죄 한 옷을 입은 작고 늙은 원로들의 정치적 성공이 새삼 부럽다.


 


한가지 일에 오래 종사하며 경험과 공로가 많은 사람이란 사전적 의미가 있는 ‘원로’란 예전에 높은 벼슬을 했거나 덕망이 있는 사람들을 일컷는다.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시무한 목사는 원로 목사로 추대돼 그 명예를 보존토록 하는 예에서 보듯 그 사회에서 최고 어른 대우를 받는 분들이다. 좀처럼 나서지 않는 이분들이 최근 대한민국을 걱정하며 나서고 있다.


 


대전? 충남 지역 시민사회 원로들은 지난 2월 24일 이명박 정권에 대해 시국 선언을 했다. 그후 대학 교수와 대학생, 시민사회, 법조계, 종교계, 사회원로등의 시국 선언이 잇따랐고 지난달 10일에는 청소년 시국선언까지 나와 어른들을 부끄럽게 했다. 이 와중에도 입을 다물고 ‘없는듯’ 지내던 원로들이 시국선언과는 다른 내용의 ‘선언’을 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에 대한 정당공천을 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정당공천이 공천 헌금등 정치의 부패를 초래하고 중앙정치에 예속돼 지방 정치의 발전을 저해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으니 폐지하라는 정치권을 향한 충고다. 원로들은 지방자치의 현실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은 공천이 곧 당선이나 마찬가지인 현재의 정치구도에서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하부조직’으로 활용되고 ‘돈줄’ 역할까지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 현재 대한 민국 지방자치의 현주소다.


 


선언에 나선 원로들은 고건 전총리, 송월주 조계종 17대 총무원장, 서영훈 전 적십자사 총재, 박찬종 변호사, 이부영 화해상생마당 운영위원, 이수성 전 총리, 이홍구 전 총리, 이정자 여성정치포럼 대표,김성수 성공회 주교등이다.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 지는 정? 관? 종교? 법조? 여성? 문화? 시민사회등 각계의 진정한 원로들이다. 함부로 나서는 분들이 아니다. 정치권은 이분들의 말씀을 따라야 할 것이다. 어른들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 먹는다지 않는가. 중국 원로 정치의 성공이 정치권에 있는 당신의 교훈이 되리라 믿는다.


 


아쉬움이 있다면 전직 대통령들은 한 분도 원로들과 뜻을 함께 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왕’은 ‘대감’과 같은 반열에 설 수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부끄러워서 인가. 군사독재를 종식 시킨 김영삼,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3백억원이 넘는 ‘전재산’을 사회에 내놓은 이명박등 전직 대통령들께서 함께 한 원로들의 충고가 무조건 받아들여지는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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