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으로 통하는 곳


가오리산장 


(061) 353-6327, 010-2262-4220


이신숙여사


 


불갑면 불갑사 관광지구내 ‘가오리산장’을 찾았다. 때마침 주말이라 선남선녀 등반 객들의 색채 다양한 매무새의 산뜻한 모습들을 바로바로 목도할 수 있다. 영광 가을의 산천초목의 진수를 본격 만끽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가오리 가오리다. / 꼭 한번 가오리다 하면서도 가보지 못한 채 세월은 지고 / 피눈물 지며 떠오르는 추억이듯 / 보리밥 찾아 오가는 손님 끊이질 않는구나! /






 가오리산장을 들어서니 영광이 낳은 풍류시인 정형택 선생의 시구와 먼저 반갑게 조우한다. 기자는 가계 내부를 예의주시 하는 버릇이 있다. 한마디로 풍치와 여유가 넘실거린다. 친구인 듯 초로가 이곳을 찾아 깔끔하고 담백한 안주에 곁들여 동동주 한잔을 서로 건넨다. 점심시간이 다소 이른 듯하다 내부는 음식 만드는 분주한 손길 외엔 고적함이 가득하다.


 


 무딘 필력에 강행군이 더해 연신 기력이 소진된 터라 기자는 ‘약오리 명가’라는 말에 주저 없이 이곳을 찾았을 것이기에 미각의 향연에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조식을 건너뛰었을까. 김치류와 파나물류, 젓갈과 마른반찬, 묶은 깻잎 등 30여 가지의 온갖 형형색색 식단으로 꾸려진 진수성찬 보리밥이 풍성하게 살짝 미소 지으면서 바로 한견에서는 온갖 약재를 넣은 약오리탕의 열기에 혼절할 것만 같다.


 


 일절 아이들과 시간을 낼 수 없었기에 모처럼 자녀들과 함께 하였다. 고즈넉한 불갑사의 운치까지 곁들이니 입 맛 떨어뜨리던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정형택 시인도 급히 수배하여 함께 모시었다. 이신숙 여사에게 ‘약오리’ 재료에 대해 물어보니 자세한 설명 보다는 단문의 메시지를 보낸다.“오리 외에도 밤, 대추, 마늘, 당귀, 녹각, 황기 오가피 등등 귀한 한약재료가 많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저희 가오리산장에서는 맛의 본질에 충실하며 천연의 미각을 돋우기 위해 식용유는 최소로 쓰고 있습니다. 조미료 역시 가급적 쓰지 않습니다. 염산의 천일염으로 풍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신숙 여사의 오리예찬론에는 격조가 상당하다. 오리는 한자로 '鳧(부)· 鴨(압)· 鶩(목)'등으로 다양하게 명기됩니다. 조선 선조 때 송강 정철이 쓴 ‘송강별곡’에는 오리가 '올히'로 나옵니다. 동양화의 오리는 바로 장원급제를 지칭합니다. 오리 '압(鴨)'을 파자하면 장원급제를 뜻하는 ‘甲(갑)'가 아니겠습니까. 이어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의 고의서가 인용된다. 이들 옛 한의서에는 오리고기가 신경통·고혈압· 동맥경화· 중풍 등 등 순환기 질환에 효과가 탁월하며, 비만증· 허약체질· 병후 회복· 위장 질환· 정력 증강에 효험이 있으며, 몸 안의 해독작용과 혈액순환을 신속 촉진시키기에 성인병 호전에 제격입니다.


 



 


 약오리탕은 오리를 토막 내어 한번 헹군 다음 각종 약재를 넣고 한번 끓인 것을 냄비에 다시 끓여 상에 올린다. 이제 약오리탕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다. 뼈가 쉽게 발라질 뿐만 아니라 육질이 미끈하여 씹히는 맛이 한결 부드럽다. 국물 또한 신체 내 세포 하나하나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조금 후면 녹두가 곁들인 오리죽이 완성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자는 이제 위장의 활력에 가속엔진을 탑재할 요량으로 보리밥 산해진미에 몰두한다. 이제 시든 뇌세포까지 소생되면 완전 마무리이다. 오리죽 또한 찰진 맛이 일품이다.


 


 기자는 이제 본전을 다 뽑았다는 듯 떠날 채비를 서두르는데, 이미 눈치를 챈 듯 이신숙 여사는  피곤하고 지친 우리네 심신에 오리가 최적격이라는 것을 간결하게 주지시켜 준다. 오리고기는 육류 중 보기 드문 알칼리성 식품으로 성인병에 맞서는 불포화 지방산이 다른 고기보다 월등히 많고 각종 비타민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합니다. 단백질은 콩의 1.4배, 쌀밥의 6배이며, 비타민은 닭의 3.35배를 상회합니다. 특히 비타민C와 비타민B1, 비타민B2의 함량이 높아 집중력 증진과 지구력의 저하를 차단은 물론 몸의 산성화를 막아주는 스테미너 식품입니다. 또한 칼슘· 인· 철· 칼륨도 많이 들어 있어서 미네랄의 대보고라 칭하는데 일절 손색이 없습니다. 기자는 이제 ‘가오리다’ 하면서 ‘불갑사야 잘 있어라 또 다시 오마’라는 시구를 남기고 촘촘히 자리를 뜬다. 어찌 다시 찾을까! 가오리산장의 명물 촌닭으로 도배된 옻닭을 그리워하여 잠 못 이루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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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캡션1 가오리산장의 이신숙 여사(가운데)


사진캡션2 가오리산장은 휴식공간으로서도 안성맞춤


사진캡션3 ‘가을의 약오리탕’은 필수 보양식


사진캡션4  보리밥의 조연들이 홍수를 이룬다.


사진캡션5  영광의 풍류시인 정형택 부부가 이곳을 찾았다.


사진캡션6  정형택 시인의 가오리산장 예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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