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국

김윤호/

어머니, 당신은 언제나


굽은 허리 펴실 날 있을까요


걸음마 배울 때는 몰랐지요


당신의 거친 손과 주름살이


 



얼마나 큰 아픔인 줄을


해질녘 들판에서 이삭 줍고


호롱불 심지 돋우며 물레잤던 모습은


어릴 적 아름다운 풍경화였습니다


 



제주도 유채 꽃밭이 피로 물들고


한강다리 무너져 내릴 때


말을 잃은 당신


철 들어 보리밭 들길에서


바다 건너


북경과 모스크바 낯선 거리에서


당신의 또 다른 얼굴을 보고


속으로 울었습니다


당신은 영원한 저의 어머니이기에


 



유월 산하에 흐르던 선혈


핏빛 울음 진달래로


무더기 무더기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어나도


무심한 철새들만 휴전선을 넘나 들고


바람이 남북으로 불어도


아직은 안개 속에 있는


백두산 천지 같은 어머니 얼굴


 



어머니, 사십여 년 두르신


아픈 철사 허리띠 어서 풀고


가슴에 달아 드리겠습니다


한 송이 탐스러운 무궁화꽃을!


 



* 이 詩는 민족통일중앙협의회가 주최한 제22회(1991년) 통일문예작품 전국현상공모에서 부총리 겸 통일원장관상(金賞)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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