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지방선거,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지병문/ 전남대학교 교수

약력
영광 백수 출신․광주서중․일고․전남대
뉴욕주립대학교 정치학박사
17대 국회의원
전남대학교 정치외



 


 우리나라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지방자치는 1961년 박정희의 군사쿠데타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가, 완전한 의미에서는 1995년에야 부활되었다. 1991년에 지방선거가 있었지만 이 때는 지방의원만을 선출하고, 단체장에 대해서는 선거를 실시하지 않았다. 1995년의 선거는 야당에게 승리를 안겨 주었으며 아마도 1997년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1998년, 2002년, 그리고 2006년에도 지방선거가 실시되었지만 그 때마다 정당의 경쟁은 심화되어 갔다. 이제는 지방선거가 대통령과 집권당에 대한 중간 평가로서의 위치를 확보하였다. 선거의 과열과 행정의 비효율성을 들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것은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지방선거까지 통합하여 실시하는 것이 순기능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하고, 지방선거가 지방의 쟁점을 놓고 경쟁하게 하며, 또한 중간 선거로서의 역할하게 하려면 분리하여 실시해야 한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서구 선진국과는 달리, 최근에 들어서야 비로소 뿌리를 내리는 단계에 들어섰지만, 선거가 반복되면서 나름대로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선거는 동시지방선거로 실시된다. 즉 유권자들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시․도의원, 시․군․구 의원을 후보자별로 투표하며, 별도의 투표용지를 통해 정당에도 투표한다. 그런데 2010년 6월 2일에 실시되는 지방선거는 기존의 6개 선거이외에 시․도 교육감 및 교육의원 선거를 포함하여 모두 8개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게 된다. 그리하여 영광에 거주하는 유권자는 2010년 6월 2일에 전라남도 도지사, 영광군수, 전라남도의원, 영광군의원, 비례대표 도의원, 비례대표 군의원, 전라남도교육감 그리고 전라남도교육의원을 각각 선출한다.


 


 이처럼 2010년 지방선거는 한국정치사에서 선거가 도입된 이래 유권자가 가장 많은 투표권을 한날에 행사하는 선거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지방선거는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2010년의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중간평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교육감 및 교육의원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선거로 기록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방선거는 주민의 정치참여 확대, 정책에 대한 주민의사의 투입, 지역공동체 형성, 책임정치의 구현 등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의 축제의 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동안 우리의 지방선거에서 지역주민의 선택이 배제되는, 소위 ‘지방은 없고, 선거만 있었다’라는 비판이 있으며, 심지어 어느 학자가 ‘지방은 내부 식민지’라고 비판했듯이 지방정치가 지역 차원의 정치적 자율성을 갖지 못하고 중앙 정치에 지나치게 종속되어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1987년 대선 이후부터 본격화 된 지역주의적 정당 구도 아래에서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들이 그 지역의 공직자를 싹쓸이 하는 상황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지역주의 정치에서는 후보선출 과정에서도 전체 지역주민의 지지보다는 그 정당에의 충성심과 중앙정치인과의 친분 관계가 중요한 잣대가 됨으로써, 참신하고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정치 신인보다는 지방의 기득권자, 이른바 지방의 ‘정치꾼들’이 지방정치의 무대를 장악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의 권력이 지방자치단체보다는 중앙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과도한 중앙집권화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분권과 국토 균형발전 정책을 국정과제로 추진하였으나, 이명박 정부는 이전 정부의 주요 정책들을 폐기처분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 건설 사업이다. 세종시 사업은 참여정부시절에 국회에서 여야간에 합의했던 국책사업이었음에도 정권이 바뀌자 국민에게 약속한 국책사업이 변질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아래에서는 지방의 중앙에 대한 종속은 여전하게 되고,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의 관심이나 참여도 미미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중앙집권의 강화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와 관심을 약화시키고, 근본적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유권자의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아울러 지방자치실시 이후 끊이지 않는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부정과 비리 문제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순천시는 민선 1기부터 3기까지의 시장이 모두 비리문제에 연루돼 중도에 낙마하여 일관성 있고 책임 있는 시정을 펼칠 수가 없었다. 특히 2006년 민선 4기 출범이후 비위사실이 확인돼 현재까지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받거나 자진 사퇴한 기초자치단체장이 무려 35명에 달해 전체 230명 중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고스란히 지역의 유권자에게 돌아온다. 단체장이 구속되거나 직무가 정지되어 비상체제로 운영되면 형이 확정될 때까지 지방 행정의 공백이 지속되고, 보궐선거가 실시될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은 ‘선거 홍역’을 다시 치러야 하고, 선거 관리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이는 이중삼중의 손해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당면한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지역주민의 ‘올바른’ 참여 진작이다. 특히 자질을 갖춘 올바른 인물들이 지방선거에 많이 출마하고, 그러한 인물이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도록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민이 선거의 당당한 주인이 되어야 한다. ‘올바른’ 주민이 정당 활동에 관심을 가져서 후보공천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게 하고, 또한 투표에도 적극 참여함으로써 심판해야 한다.


 


 정당은 민주적인 후보공천을 통해 유능하고 참신한 일꾼을 발굴해야 한다. 정당은 기득권을 버리는 방향으로 공천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특히 공천이 돈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상향식 공천이냐 하향식 공천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자질 있는 사람을 후보로 선출할 수 있는 공정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돈에 의해 동원된 당원에 의해 경선이 좌지우지되면 상향식 공천도 순기능을 할 수 없으며, 공정하게 운영된다면 공천심사위원회에 의한 공천이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니다.


 


 민주당의 공천이 당선을 보장하는 호남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 호남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대한 민주당의 보답은 주민이 믿을 수 있는 후보를 발굴하여 제시하는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한 사람의 유권자가 8표를 행사하게 된다. 이는 역사상 유례없는 복잡한 선거이다. 이에 따라 많은 혼란이 예상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방법 및 절차 등을 자세히 안내하고 선거 정보를 인터넷을 이용하여 제공할 것이며, 특히 장애인ㆍ노약자를 위한 투표 편의를 증대하여 유권자의 선거에 대한 관심과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직접 선출하지만 교육감 및 교육의원 후보에 대해서는 정당 공천이 금지된다. 이에 따라 많은 혼란이 예상된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선거에 대한 홍보와 관리가 중요하다.


 


 1인 8표의 동시선거는 이른바 ‘편승 효과’(coattail effect)로 인해 도덕성과 자질이 한참 뒤떨어진 후보자들이 대거 당선될 가능성도 예상된다. 다시 말하면, 도지사부터 군의원까지 특정 정당의 후보를 선택하는 ‘묻지마식 투표’이다. 정당 공천이 금지된 교육감이나 교육의원 선거에 있어서도 특정 정당의 기호와 순서가 같은 사람이 이득을 보는 것도 우려된다. 따라서,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예컨대,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아닌 참 공약을 만들기 위해 매니페스토(manifesto) 운동을 활성화하거나 온라인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선거운동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여 유권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방선거가 선거 본래의 의미를 실현하려면 유권자가 깨어야 한다. 주민을 위해 진정으로 일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스스로 알아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알아보는 것은 그 출발이다. 정치인은 유권자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유권자의 수준만큼의 정치인이 당선된다. 선거에 무관심하거나 기권하는 것은 숭고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는 향후 4년간의 지방정부의 정책을 결정하고, 주민을 대표할 지도자를 선출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더 이상 ‘지방’이 실종된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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