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 대상이 된 작은학교 들의 폐교는 지역사회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작은학교 지키기 운동은 최근 새로운 학교 만들기 운동으로 진화해 공교육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본지는 국내외 작은학교 성공사례를 통해 우리지역 작은학교 교육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교사의 힘으로 만든 ‘작은 학교’
일·놀이·배움이 어우러진 상주 남부초교

 

경상북도 상주시 지천동에 위치한 ‘상주남부초등학교’는 ‘참교육실천학교 만들기’란 작은 교사들의 모임으로 작은학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교사들은 이 학교를 선택하고 모든 기획으로 참 삶을 가꾸는 행복한 작은학교를 준비했다.

 행정구역상 학구는 상주시지만 남부초는 논과 밭이 어우러진 들판, 울창한 소나무 숲과 개울로 이어지는 여느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전원학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인근 큰 학교로 전출했고 남부초는 통폐합 학교로 지목되면서 좋지 않은 교육여건은 시설 투자까지 끊겨 급격히 윤기를 잃어갔다.

 2003년도에는 4학급에서 3학급이 될 지경이었으며, 복식학급을 운영하는 남부초는 더 이상 학생이 늘지 않았다. 또한, 전교생은 40명이 채 안 됐고 학부모들은 자녀를 가까운 시내 학교로 전부 전출시킬 계획이었다.

 이런 실정의 학교에 ‘참교육실천학교 만들기’란 작은 모임의 교사들이 찾아왔다. 폐교 될 위기에 있던 남부초를 본 것이다. 인근 도시와 인접해 학생들의 유입이 용이한 경기도 광주의 남한산초와 지역적 상황이 비슷한 남부초는 그렇게 선택됐다.

 교사들은 처음 6학급을 만들어 내겠다는 게 목표였다. 교사들은 기존 학부모와 교장에게 ‘대안이 있으니 다 함께 고민을 해보자’며 의논 끝에 협의점을 찾았다. 우여곡절 끝에 목표인 6학급을 만들어 냈으며 그때가 2004년도 말 이었다.

 교사들은 먼저 관료조직의 냄새가 풍기는 교무부, 생활부 등을 대신해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 운영하는데 필요한 부서로 이름을 바꿨다. 또한, 수업은 기존 40분 수업에 10분 쉬는 기존의 수업방식을 ‘노는 시간도 수업처럼 소중하다’며 1시간 20분 수업에 30분 쉬는 블록제 수업방식으로 바꾸는 등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학교에 대한 긍정적 소문이 퍼지면서 전입도 늘고 시내 학교로 전학을 갔던 아이들도 다시 돌아왔다. 시내의 과대, 과밀 학교에서 전학을 온 아이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활개를 쳤다. 올해 남부초 학생은 모두 118명으로 늘었다.

 김주영(48) 교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열어 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며 “함께 시작했던 4명의 교사끼리도 서로 의견이 달라서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제각기 다른 분위기의 학교생활에 익숙했던 아이들이 모여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 또한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서 학부모들과 겪어야 했던 갈등과 반목은 기억하기도 고통스럽다”며 교사들의 노력을 강조했다.

인터뷰
“작은학교의 성공은 관리자가 핵심”
김주영 경북 상주 남부초교 교사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 시초격인 남한산초는 학부형들이 경기도 성남 지역교사들과 의기투합해 학교를 살렸다. 거산초는 동화읽기 학부모와 교사의 모임에서 시발했다. 반면 남부초는 교사들에 의해 선택되고 만들어진 학교다.

 2003년도 말 남부초 작은학교 살리기는 오일창 교사 전입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참교육실천학교 만들기를 공부했던 교사들은 기존 근무 교사들 때문에 남부초로 전입하지 못했다.

승진을 앞둔 교사들은 근무평가 때문에라도 타학교로 옮기기가 힘들었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교사에게 ‘나가달라’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기존교사의 협조로 3명의 교사가 전입했다. 교육청 관계자에게 뜻을 함께하는 교사가 왔으면 한다고 건의했지만, 그 뜻은 받아들여지지 않아 6학급에 7명의 교사로 시작했다.

 뜻을 같이한 4명의 교사가 학교의 시스템, 환경, 지역사회와의 관계개선 등 모든 일에 매진했으나, 처음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지역학부모들도 교사들의 작은학교 살리기와는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예를 들어 교사들은 생태적이고 체험요소를 중점으로 뒀지만, 학부모들은 귀족적인 것을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학교 뒤 텃밭에 농사도 짓고, 가축도 키우자 학부모들은 “농사는 우리 아이들이 집에서 매일 보는 일이다”며 “도에서 지원받아 일부 학교에서 실행하는 골프나 수영 같은 것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교사와 학부모들 간의 갈등이 깊어져 갔다. 학부모들의 뜻대로 안되다 보니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교장실에 찾아와 항의를 하기도 했다. 반대로 시내에서 전입해 온 학부모들은 ‘참삶을 가꾸는 행복한 작은 학교’를 선택해 찾아왔으니 약속대로 과정을 이행해 주기를 요구해 양측 학부모가 편을 가르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그런 시간이 1년이었다. 결국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부모들이 자녀를 타지로 전출 시키면서 학교가 안정됐다.

 이 과정에는 학교장의 역할이 가장 컸다. 교사들과 원주민 및 도시민 학부모들과의 중간적인 역할을 훌륭하게 했다. 새로운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관리자가 중요하다.

교사들과 학부모의 바람이 만든 ‘새 학교’
전남 순천시 별량초 송산분교

 

2007년 9월, 전교생 11명으로 폐교의 위기를 맞은 별량초등학교 송산분교에 새로운 바람이 불게 된 것은 지역 교사들의 남한산초에 대한 부러움과 남한산초 같은 학교를 만들자는 학부모의 제안이었다.

 2명의 학부모와 2명의 교사가 ‘새학교를 꿈꾸는 순천시민의 모임’(이하 새학교모임)을 만들고 주 1회의 모임을 통해 바라는 학교상을 그렸다. 참여 교사들을 모았으나 새학교의 부담감이 큰 탓인지 4명의 교사에 그쳤다.

 반면 모임에 함께하려는 학부모들의 숫자는 늘어났다. 모임에 참여해 작은 감동을 한 학부모들의 소문이 가장 큰 영향력이었다.

 대안학교에서 일반 학교로 전입했으나 적응하지 못한 아이의 부모, 시내 큰 학교에 부적응 학부모, 생태환경교육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 지역 교육의 변화를 바라는 학부모 등 다양한 요구와 바람이 새학교모임을 뜨겁게 달궜다.

 토론과 전단 제작, 인터넷 카페를 개설 등으로 홍보한지 3개월 만에 새 학교를 만드는 작업은 빠르게 진행됐다.

 그리고 이들이 전입할 학교를 찾았다.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보장받고 잡다한 학교 업무가 적은 분교를 바랐다. 논과 밭이 있고, 산책할 산이 있고, 계절마다 꽃들이 피고 지며 가까운 곳에 갯벌도 있는 풍광이 아름다운 전원학교, 그곳은 폐교 위기에 놓인 별량초 송산분교였다.

 2008년 37명의 아이가 채워져 전교생 48명(5학급)으로 폐교의 위기에서 벗어난 송산분교는 그 해 입학식 날 흥겨운 사물놀이와 함께 마을을 돌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현재 송산분교 전교생은 총 120명, 아직도 송산분교에 입학 및 전학을 하기 위해 대기하는 학생들이 상당수다.

 송산분교의 교육과정은 다른 작은학교의 교육과정을 참고해 학교와 지역 상황에 맞게 재구성했다. 교과 시간은 그대로 두고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을 재구성했다. 2년째까지는 전체학년이 비교과활동을 체험하는 형태였지만 지난해 협의회를 거쳐 전체 체험보다 학년 발달상황에 맞는 주제를 설정해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토요일은 재량활동 시간을 안배해 견학, 답사, 공연 관람, 계절운동 등으로 체험학습일을 운영했다. 또한, 체조대신 뒷산으로 산책을 갔다. 학년별이 아닌 골고루 편성된 모둠끼리 이동하니 고학년이 저학년 동생들을 알뜰히 보살펴 주게 됐다.

 김현진(38) 교사는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데 교사가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며 “아이들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 모습을 존중하며 기다려 줄 수 있는 교사, 학부모와는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며 소통할 수 있는 교사가 필요하며 교사와 학부모, 학생 사이에 사랑과 신뢰의 관계가 정착될 때만이 새 학교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아이들이 좋다”
조영애 4·6학년 아이 전학시킨 학부모

 

“대안학교에 다니던 큰아이가 3학년이 될 때까지 교과적인 수업이 되지 않아 일반 학교로 전학을 했지만 많이 힘들어했다. 때마침 2년 전 남한산초가 방송매체를 타는 것을 보고 전교조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우리도 이런 학교를 만들어 보자는 건의를 했다.”

 올해 6학년에 재학중인 딸과 4학년을 입학시킨 계기를 어렵게 털어놓은 조영애(43)씨는 좋은학교가 있었으면 하는 교사들에게 계기를 일으킨 장본인 중에 한 명이다. 복식학급을 깨기 위해 교사들과 함께 입학생 48명을 모집했을 정도로 새학교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조씨는 대안학교와 작은학교의 차이점에 대해 “작은학교를 찾는 학부형 대부분이 학력이 인정이 안 되고, 교과 수업을 너무 안 하는 등의 문제로 인해 대안학교까지는 자신이 없어한다”며 “학교프로그램운영 현황을 보고 대안학교와 별다른 차이가 뭐냐고 묻지만 그 차이는 공교육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주 당시 원주민과의 마찰에 대해 “처음 이주민을 꺼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원주민 대부분이 한 부모 가정이나 조부모가정이었다. 그러다 보니 젊은 학부모는 친구가 생겼다며 거부감을 보이진 않았다”며 “도시에서 전학을 온 아이들과 문제가 발생한 적도 있었지만 전화로 ‘그런 점은 시정해 달라’는 부탁뿐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현지 아이들이 학부모에게 휴대전화나 MP3 등을 사달라고 해 경제적인 격차를 느껴 힘들었다고 했지만, 어차피 중학교에 가면 겪어야 할 일이 당겨졌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원주민과의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조 씨는 “대안학교와 일반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했던 자녀 모두 만족을 하고 있다”며 “졸업 후 작은학교를 이을 별량중학교가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또한, “초등학교의 경우 교과별 담임제가 아니어서 인사이동이 쉽지만 중등의 경우 작년에 교원 수가 감축되면서 교과별로 교사를 맞추지 못하는 여러 가지 문제가 남아 있어 빠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채종진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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