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원/ 전)영광군 한우협회 회장, 영광군유통주식회사 이사

작년 11월말 경북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여파로 전국적으로 문을 닫았던 우시장이 이동제한이 풀리면서 4개월만인 지난 11일 우리 영광우시장도 한우농가들의 오랜 기다림과 기대 반 우려 반 속에서 문을 열었다.

찬 기운이 채가시지 않은 새벽 5시 소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육우(비육된 암소)흥정이 시작되었다. 출하된 소는 갑자기 개장한 탓에 부르셀라 검사증미비와 출하준비 부족으로 30여 마리에 불과했지만 오랜만에 서는 장이라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궁금해 구경하려나온 200여명의 한우농가들은 한 마리 한 마리 흥정하는데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한 푼이라도 싸게 살려는 정육점사장들과 상인들, 더달라는 축협중개인들의 고함과 흥정속에 30여분 만에 육소매매는 끝나가고 있었다. 농민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매매된 소는 출하된 소의 절반인 15마리에 그쳤고 그나마 가격은 구제역 파동이전보다 두당30~40만원씩 떨어졌기 때문이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우시장내에 있는 간이식당에가 지인들과 평소 마시지 않던 해장술을 한잔하며 30여 년간을 소 키워 살림하고 자식들 키워냈는데 이번 한우파동은 장기간 지속될 것 같아 앞이 캄캄하다는 한우농가들의 한숨어린 얘기를 뒤로하고 7시에 다시 열리는 숫송아지 경매를 보러 나왔다. 출하된 소는 90마리인데 경매장에는 300여명의 인파가 북적됐다. 오랜 기다림과 궁금속에 최저입찰가격이 붙여졌고 상인들과, 거세우사육농가, 축협 등에서 입찰에 응했건만 절반이 넘는 46마리나 유찰되었다.

그 원인은 구제역파동과 소고기 성수기인 설 명절이 지나 봄이 오면서 소비심리 위축과 비수기가 겹치면서 소고기판매부진으로 이어져 거세우가격이 계속 내리면서 거세우 사육농가들도 불안해 향후 추세만을 관망만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경매된 송아지 가격을 보면 최고 253만원, 최저 140만원, 평균200여만원으로 4개월 전에 비하면 40~50만원이나 떨어졌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유찰된 송아지 대부분이 외지상인들에게 최저입찰가격에서도 10만원씩 싸게 팔아버리는 것 이였다. 이번 경매에 나온 소들은 5~6개월 된 송아지가 아니라 7~10개월 된 중소들이였다. 구제역으로 우시장이 폐쇄되면서 출하할 길이 없어 비싼 사료 먹이며 2번의 구제역 예방접종과 유달리도 추웠던 지난겨울 설사, 호흡기를 이기며 정성으로 키워 냈을 것이다.

투자된 금액과 노력이 얼마인데 130~180만원에 싸게 팔고 말없이 돌아가는 우리 농민들의 심정을 누가 헤아려 줄 수 있을까.

농,축산물의 생산은 농민, 판매는 농.축협의 몫이건만 그렇치 못한 현실이 차후에는 개선되기를 바라며, 정부에서는 축산물자급률 목표치설정과 목표유지를 위한 중장기 계획제시, 식량안보차원에서 쌀 과같이 소득보전 직불제 조기실시 등으로 축산업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킬 특단의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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