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안중근 의사와 김재규는 권총으로 역사를 발전 시켰다. 102년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서, 32년전 10월 26일 궁정동에서다. 그리고 2011년 10월 26일 대한민국 3류 정치의 청산을 알리는 횃불을 들어 또 한 번 역사의 발전을 이루었다”

#1909년 10월26일. 만주 하얼빈 역. 러시아 재무상 코코브쵸프와 회담을 마친 일본 총리대신 이토 히로부미가 기차에서 내려 환영 인파를 향했다. 대한국인 안중근의 권총이 불을 뿜었다. 안 의사는 3발의 총알로 조선 침략의 선봉장 이토를 처형 했다. 안 의사는 현장에서 “대한만세!”를 외치며 체포돼 이듬해 3월 26일 순국 했다.

안 의사는 삼흥학교를 설립하고 돈의학교를 인수해 운영 하는 등 교육에 투신 했으나 일제의 침략으로 조국이 위기를 맞자 독립운동에 나서 일제 침략군과 싸웠다. 일본군과 싸우면서도 일본군 포로들을 석방했다. 그가 주창한 동양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국제공법에 따라 포로들을 처리한 것이다. 불과 32년의 짧은 생애지만 우리 민족은 물론 일본인들까지도 안 의사를 존경해 마지않는 이유다.

안 의사의 하얼빈 의거 102주년을 맞아 강진군이 ‘대한국인 영웅 안중근 전’을 25일부터 29일까지 연다. 의사가 펼친 육영 사업과 의병 활동, 뤼순 감옥 생활과 순국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 주는 전시회다. 의사의 고귀한 삶과 정신을 되새겨 올바른 우리 미래상 정립을 기대하며 마련한 행사다. 거친 우리 현대사 가운데 가장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대목이다. 31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는 함평으로 옮겨 전시된다고 한다. 거칠고 불안한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관심을 갖고 안 의사의 정신을 되새기길 빈다.

#1979년 10월 26일. 서울 궁정동의 대통령 안가. 대통령 박정희와 차지철 경호 실장,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김경원 비서실장 등이 술판을 벌였다. 문세광의 흉탄에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세상을 떠난 뒤 박 대통령이 주기적으로 벌여온 여자들이 낀 술판이다. 이날은 ‘그때 그사람’으로 인기가 절정이던 가수 심수봉과 여대생 신재순이 대통령의 ‘기쁨조’였다. 이 연회는 박 대통령과 유신정권의 마지막 ‘행사’가 됐다.

중정부장 김재규의 권총이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의 목숨을 거둔 것이다. 정권의 안보를 책임진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18년 독재가 막을 내렸다. ‘서울의 봄’이 올 것으로 기대했다. 김재규는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혁명’이라고 주장 했다. 하지만 전두환의 신군부는 이듬해 5월 광주를 짓밟고 군부독재 체제를 재건했다. 김재규는 살인자라는 판결을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그에 대한 깊은 역사적 고찰은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사건을 신군부가 그들의 필요에 따라 처리해버린 정황 때문이다. 대통령의 ‘총애’를 잃은 김재규가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을 상대로 벌인 살인극으로 치부하기에는 석연찮은 점도 많다.

#2011년 10월 26일. 재보선 선거일. ‘3류 정치’를 해온 기존 정당들이 ‘안철수 태풍’을 맞으면서 선거를 치렀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검증’이란 미명하에 ‘네거티브’가 판을 쳤다. ‘선진국’과 ‘국격’이란 말을 하기 좋아하는 나라에서 있어서는 안 될 부끄러운 선거 였다. 선거 부정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검찰과 선거관리위원회의 행태는 너무 속이 들여다보였다. 역겨울 정도 였다. SNS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눈물겨웠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독재 권력을 뒤집어엎은 SNS는 야권 단일후보 박원순을 서울시장으로 만들었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시민들로 서울광장에 모여 환호 했다. 소위 보수층의 눈엔 형편없는 집단의 한심한 행태쯤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니다. 서울광장의 환호와 열기는 대한민국 발전의 에너지다. 그 에너지가 없으면 대한민국도 없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보수’층도 그들이 무엇을 원하며 어디로 향하는지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격려해야 한다.

그들은 ‘정치 바꾸기’에 나섰다. 이제 정치권에는 전례 없는 변화의 소용돌이가 일 것이다. 대세다. 거부할 수도, 거부해서도 안 된다. 안중근과 김재규가 권총으로 역사를 발전시킨 날, 10월 26일에 박원순은 SNS로 또 한 번 대한민국의 역사를 발전 시켰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