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민주통합당의 장래가 우려된다. 후보 경선 방식은 신인이 현역을 이길 수 없다. 조직과 돈이 없으면 치러낼 수도 없다. 타락 선거가 불가피하다. 호남중진 차출설이 꼬리를 감춘 것도 실망스럽다. 물갈이 폭은 총선과 대선에서 통합민주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국민여론을 바꿀 수도 있다”

나는 안다. 호남, 아니 광주· 전남 지역의 민주당 총선 후보가 누가 될 것인가를. 나만 아는 것이 아니다. 선거를 경험한 대부분의 지역민들 역시 안다. 현역 의원이 그대로 나서는 곳은 대부분 그들이 후보가 되고 다시 국회의원이 된다. 이래서는 3류 정치를 마감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민주통합당에서 새로운 정치, 1류 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 기존의 인물들이 대폭 바뀌지 않고서는 정치 자체가 바뀔 수 없다. 민주당이 보이는 행태는 “지금까지가 좋았다” “3류 정치가 좋았다” 는 듯하다.

민주당이 진행 중인 후보 경선 방식은 구시대 정치의 근간이 유지될 수밖에 없는 후보 공천 방식이기 때문이다. 현역과 경선을 치러 이길 수 있는 새인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 조직을 거머쥐고 있는데다 자기가 공천해 당선된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까지 총동원할 수 있는 현역 의원을 이길 장사가 있겠는가. 더욱 큰 우려는 자기편 선거인단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과 돈을 필요로 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타락 선거를 조장하고 있다. 고소·고발 등 많은 후유증이 예상 된다.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간판을 바꾸고서 타락 선거가 불가피한 공천 방식을 들고 나선 것은 이해가 안된다. 실망이다.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를 바라고 있지만 총선 후 짜이는 민주통합당은 과거의 민주당과 크게 달라질 수 없다. 과거 인물들이 또다시 여의도에 입성해 ‘중진’임을 내세워 당을 좌지우지 하게 돼있기 때문이다. 과거 인물들의 목소리가 큰 판에서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과거의 인물들에게서 어떻게 큰 변화를 바라겠는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할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안철수 교수에게 ‘한방’먹은 정치권이 판을 새로 짤 때는 기대가 컸다. ‘호남 중진 차출설’은 과거의 틀을 완전히 깨겠다는 ‘냄새’를 풍겨 지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덕분에 국민적 관심과 기대 속에서 축복을 받으며 태어났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태어나자마자 과거로 회귀하기 위한 ‘꼼수’를 쓰고 있다. ‘경선’ ‘모바일 투표’ 등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호남 중진 차출설’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구례·곡성·담양의 김효석 의원이 맨 먼저 지역 출마 포기를 선언 했다. 줄을 이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중진’들은 버텼다. 버틸 명분이 없어진 정세균·정동영 등 ‘잠용’급이 김효석과 함께 서울 출마를 선언했다. 막판에 강진·영암·장흥의 유선호의원과 고흥·보성의 박상천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 했다. 경선 패배를 예상 했거나 정치인으로서 수명을 다한 것으로 보이는 현역들이다.

재선에 불과하지만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3선 이상의 중진이라 할 2명과 3명의 3선 이상 현역들은 ‘내 마음’이라는 듯 텃밭에서 한수 아래일 수밖에 없는 신인들과 말장난에 불과한 ‘경선’을 하고 있다. 이들이 버티는 이유는 뻔하다. 다른 지역으로 가면 자신이 없고 국회의원은 계속 하고 싶어서다. 과거의 3류정치에 대해 책임질 의사는 더욱 없다. ‘좋은 벼슬’을 계속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은 뻔뻔해 보인다.

국민들은 민주통합당이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이길 것으로 본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비리로 새누리당이 비틀거리고 있어서다. ‘총선 승리’ 여론에 안주하는 듯 한 민주통합당의 행보가 계속된다면 실제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국민들은 공천 결과를 보고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물갈이’공천을 해야 하는 이유다. 이 글을 쓰는 나의 생각이 짧았다고 자책할 수 밖에 없는 공천 결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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