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빼어난 말과 글은 문화 발전을, 문화는 대한민국을 발전 시켰다. 우리 말과 글의 홀대와 오염이 심각하다. 말과 글이 무너지면 문화가 무너지고 민족과 국가가 쇠락의 길로 들어선다. 서울시의 행정용어 바르게 쓰기 운동이 우리 말과 글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길 빈다”

언어·관념·종교 등 인간의 모든 습관이나 행동 양태를 통틀어 문화라 한다. 문화의 표현과 전달, 발전에 가장큰 역할을 하는 것은 언어다. 말과 글의 발전과 문화의 발전은 동행 한다. 우리 민족이 비록 경제적 풍요는 누리지 못했지만 ‘문화 민족’이란 자긍심을 갖는 것은 우리 고유의 말과 글이 있어 가능 했다. 말은 지구상 어떤 말보다 표현력이 풍부하다. 글은 소리 나는 대로 쓰면 된다. 쉬우면서도 과학적인 말과 글을 가진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민족인가!

‘문화 민족’이란 자긍심이 없었다면 우리 민족과 민족 공동체의 운명은 어땠을까. 대륙의 끝자락에 붙어 있는 작은 반도라는 지리적 여건만으로는 오늘날과 같은 자존(自存)을 장담하기 어렵다. 거듭된 주변 강국들의 끊임 없는 침략에도 스러지지 않은 이유를 ‘문화’ 이외의 어느 부문에서도 찾을 수 없다. 올림픽에 나가 5위를 하고, 지구촌이 인정하는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른 힘의 원천도 문화다. 빼어난 말과 글이 가져다준 문화가 이룬 업적이다.

이렇게 고마운 우리의 말과 글이 위기를 맞고 있다. 말투도, 말을 글로 쓰는 것도 제멋대로 돼가고 있다. 문법과 철자를 무시하는 언어가 돼가고 있다. 정말이지 듣기 싫고 보기 싫다. 특히 귀에 거슬리는 것은 “…라고 하는 것은” “좋은 것 같아요” 와 같은 말투다. 자기 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말투다. 심지어 자기 감정의 표현 까지도 회피하고 있다. 갑자기 유행처럼 번져가는 말투다.

이같은 말투는 우리 문법에 맞지 않는 것은 물론, 우리의 전통적 언어 습관도 아니다. 소장파 학자들이나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일수록 이같은 말투를 즐겨 쓴다. 학문이 경지에 오르고 논리에 확신이 있다면 “…라고 하는 것은” 처럼 남의 말을 앞세울 이유가 없다. 자기 감정까지도 객관적 표현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어떻게 진정성을 보겠는가. 문제는 이처럼 자신 없고 진정성 없는 말투, 본래의 우리말에는 없는 말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현상이다.

방송에서도, 청소년 사이에서도 번지고 있다. 자랑스러운 우리 말이 오염돼 망가지고 있다. 말이 오염되는데 글이 오염되지 않겠는가. 철자법 ‘정도’는 대충 넘어가버린다. 일상에서도, TV의 자막에도 말도 안되는 글자들이 넘쳐난다. 영어 단어는 틀리면 큰 일이 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한글의 철자가 틀리는 것에는 ‘대범한’ 나라, 민족이 돼버린 것이 슬프다. 학교 교육 과정에서부터 우리 말과 글이 소홀해진 결과다.

우리 말과 글의 홀대와 이에따른 오염은 ‘글로벌 시대’를 외치면서 영어의 조기 교육 바람과 무관하지 않다. 학생·교사·학부형 등 교육 당사자들 모두가 영어를 잘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우리말은 뒷전이다. 물론 영어 교육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말을 다듬고 제대로 쓰는 능력이다. 자기 나라 말과 글은 대충 뜻이나 통하면 되고 영어는 제대로 해야 하는 나라, 국민이라면 ‘글로벌 시대’의 일꾼은 될수 있을지 몰라도 주인은 되지 못한다.

말과 글이 무너지면 문화가 무너지고 민족과 국가가 쇠락의 길로 들어 선다. 하지만 희망이 보인다. 서울시의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운동이 우리말과 글을 지키고 발전 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서다. 행정 관서나 법조계에는 어지간히 공부한 사람들조차 무슨 뜻인지 모를 용어들이 많다. 이것들을 서울시가 다듬어 전국의 행정 관서에 배포해 사용을 권장한다니 반갑다. 우리 말과 글을 바르게 쓰는 운동으로 발전하길 빈다.

언론계와 학계도 나서야 한다. 우리 말과 글의 교육도 강화돼야 한다. K팝과 싸이의 말춤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우리 말과 글을 다듬고 발전 시켜야 문화가 발전 한다. 문화가 경쟁력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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