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뒷방 늙은이들이 ‘대화합’ 카드란다. 모르거나 곤란하면 ‘국민의 뜻’을 핑계로 피해 간다. 단일화 하자니까 ‘연합’ 혹은 ‘연대’라고 해야 한단다. 국민들 눈엔 시비를 위한 시비로 비친다. 대선 판이 아니라 개그 콘서트다. 하늘(국민)의 선택을 받으려면 ‘개콘’은 이제 그만!”

언론을 통해 본 대선 ‘판’은 사뭇 치열 하다. 두 달 밖에 남지 않았으니 당연 하다. 박·문·안이 서로 물고 물리는 싸움이다. “책임” “법적 대응” 등 거친 말들을 주고받으며 제법 열들을 올리는 모습이다. 대권을 욕심내는 그들에게는 중요하고 열 올리지 않으면 안 될 일들인지 모르겠으나 국민들에게는 아니다. 모두 하늘(국민)을 섬기는 데 자기가 적격이라고 나선 사람들인지 의심스럽다.

하늘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하늘을 섬길 것인가를 고민 하는 일꾼이 누구인가를 살피고 있는데 도무지 하늘은 안중에도 없다. 천당 같은 나라를 만들어 행복하게 살도록 하겠다는 말 뿐이다. 어떻게? 하늘은 무슨 뜻인지 알똥말똥 하다. 경제 민주화? 좋기는 좋은 것 같은데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 순박한 하늘에게는 너무 어렵지만 너도나도 한다고 하니까 그러려니 한다.

국민 대화합? 대한민국으로서는 가장 절실 하다. 따라서 관심이 많은데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없다.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위로하고 사과하는 것은 좋은데 찜찜하다. 진정성을 믿을 수가 없다. 반대 진영에서 ‘용도폐기’된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대화합’인가. 아니다. 분열과 갈등으로 대를 이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피와 살을 내어 주며 위로하고 사죄하는 것이 진정한 ‘대화합’이다.

복지 확대? 좋지. 이구동성으로 외치지만 누구도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믿어지는 비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 확대가 그렇게 쉬운 것이면 복지 국가 아닌 나라가 있겠는가. 재정(돈)이 필요한데 하늘이 양해한다면 국방 예산이나 공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복지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것들이 없다. 선택 받고 보자는 식의 사탕발림으로 하늘의 마음을 움직이려 한다. 꼼수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진영을 옮기는 사람들의 면면과 그들이 하는 말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시쳇말로 원도 한도 없이 벼슬을 한 사람들이 세월과 함께 ‘뒷방 늙은이’로 밀려나자 말을 옮겨 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대화합을 위해”란다. “김대중 대통령도 박 정희를 용서하고 화해했다. 살아계셨더라면 대화합에 헌신하라고 하셨을 것”이란다. 소가 웃을 일이다. 박근혜 후보는 이런 사람들을 ‘영입’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삶은 돼지 웃다가 꾸러미 꿰질 일이다. 박 후보, 당신도 알잖아? 그들은 이미 용도 폐기된 사람들이란 사실을. 그런 것이 대화합이 아니라는 것도,

더 깊이 들여다보자. 영입 인사에게 큰 감투를 주겠다고 하니 볼이 부어 자중지란이 일었다. ‘주인’이 힘깨나 쓰게 보이는 하인을 들이니 먼저 들어간 하인이 빗자루를 던져 버렸다. 주인은 몇 날 며칠 고심 끝에 새 하인에게 내린 감투는 자기가 쓰고 새 하인에게는 그 아랫자리에 앉혔다. 그제야 먼저 들어간 머슴들이 다시 빗자루를 집어 들었다. 이거야말로 ‘개그 콘서트’다. 대통령에 당선 됐을 때 받을 보너스를 염두에 둔 전 하인과 다시 일자리를 얻기 위해 배신도 불사한 ‘흘러간 고복수’, 그리고 대권을 위해 너무도 뻔한 ‘꼼수’를 쓰는 주인이 펼치는‘코미디’다.

안철수 후보는 모르거나 곤란할 때면 어김없이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식의 ‘선문답’으로 일관한다. ‘단일화’를 제안하자 단어가 틀렸단다. ‘연대’ 혹은 ‘연합’이란다. ‘시비를 위한 시비’다. 말장난 이다. 그 말이 그 말이지 초등학생도 아니고 무슨 짓인가. 박근혜 후보 측과 함께 펼치는 ‘개그 콘서트’의 한 코너를 보는 느낌이다. 조 국 교수의 단일화 방안은 매우 합리적이다. ‘개콘’이 계속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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