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지역에너지 체계로 전환

21세기 인류는 석유정점, 기후변화, 세계경제 위기라는 세 가지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의 에너지 대안으로 떠오르던 핵에너지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결코 안전한 에너지원이 아니며 지속가능한 에너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에너지 대안은 에너지원별 접근보다는 한 사회의 에너지 체제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정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며, 유통하는 것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은 일정한 사회적 체제의 망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를 ‘에너지 체제’라고 한다. 에너지 체제는 거대한 자본과 기술을 바탕으로 화석연료와 핵을 이용한 공급위주의 대규모 중앙 집중화된 ‘경성에너지 체제’와 에너지 서비스를 통해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을 중요시해 수요관리 중심의 소규모 분산화 된 ‘연성에너지 체제’로 분류할 수 있다. 화석연료와 핵에너지가 이야기하는 환경문제와 공급중심 에너지 이용방식으로 인한 지속적인 에너지 소비 증가로 경성에너지 체제는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결국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에 맞는 것은 연성에너지 체제라는 합의가 형성된 것.

1990년대 후반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연성에너지 체제에 부합하면서 지방자치단체, 지역 공동체, 지역주민들의 에너지 생산 활동 참여를 중시하는 지역에너지 체제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EU는 유럽 전역에 400여개의 지역에너지 기관을 구축해 지역의 에너지 생산에 관한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영국은 지역공동체기반 에너지 확산정책을 펼치고 있고, 독일은 환경청 주도로 100% 에너지 자립마을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경성에너지 체제에서 지역에너지 체제로 전환하는 실험이 마을 단위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에너지자립 마을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도시보다는 에너지 생산에 보다 유리한 농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에너지 생산과정에서 지역사회는 에너지 전환과 일자리 창출, 주민소득 증가 효과를 얻고 있다.

이에 한국에서도 마을단위로 에너지를 자립하기 위한 실험이 시작됐다. 2005년 부안 핵폐기장 반대 운동을 계기로 에너지 자립을 표방한 등용마을, 기후변화 교육을 받은 마을 지도자가 주도하는 임실 중금마을, 지방의제 21이 주도하는 ‘화석연료 안 쓰는 섬’ 통영 연대도가 등장했다. 2009년 정부도 ‘저탄소 녹색마을’ 정책을 발표하면서,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경성에너지 체제에서 지속가능한 소규모 분산형 에너지 체제인 지역에너지 체제로 전환을 시도하는 중대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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