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국회 청원, 상경 집회에 서명까지

“소중한 한글날이 묻히는 게 안타까워”

“우리 모두 한글의 소중함 알아야”

지난 3년간 청와대로 국회로 청원서를 보내기를 수차례, 문화관광부측과 여러 차례 통화. 서명운동은 물론, 지난 3월에는 서울로 쫓아올라가 집회에 참여했다.

이는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 청원을 위해 그동안 발 벗고 나선 영광읍 무령리의 신공례(75)여사의 활동내역이다. 신 여사가 이 같은 활동을 펼치기 시작한건 지난 2010년. 읍사무소에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신 여사는 넉넉치 않은 집안의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 이후 초등학교에 다니는 도중 6·25를 겪고, 더욱 어려워진 가정 형편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며 아버지를 도와 농사일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배우지 못했던 것이 늘 아쉬웠던 신 여사는 늦게나마 읍사무소에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한 것.

기본적인 컴퓨터 활용부터 인터넷 검색까지. 신 여사는 어린 시절 유일하게 정식으로 교육받은 한글과 세종대왕에 대해 공부했다. 그러던 중 한글날이 국경일이나 공휴일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됐고, 신 여사는 그것이 너무 마음 아팠다.

신 여사는 “한글날 쉬지 않다 보니, 한글날의 의미를 모르는 학생들이 너무도 많다. 우리의 소중한 한글을 이렇게 소홀이 대하면 절대로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신 여사는 2010년 11월부터 청와대와 국회에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국회의원님들께 올립니다. 저는 38년생 컴퓨터 배우는 학생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영광의 군민인 한사람으로서 의원님들께 드릴 말씀이 있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우리나라의 훈민정음 한글날에 대하여 공휴일을 재한 것이 국민으로써 너무 마음이 아파서 공휴일 재지정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중요한 자산인데 소홀이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 여사가 보낸 청원서 내용의 일부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10월에 공휴일이 편중(국군의 날, 개천절, 한글날)되어 경제 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었다」는 등의 내용뿐이었다.

신 여사는 안타까운 마음에 계속해서 청원서를 보냈고, 그러는 도중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 요청 자가 혼자만이 아니란 걸 알았다.

“나 혼자 생각이 아니더라니까. 서울에는 단체가 있어. 혼자보단 훨씬 효율적이겠다 싶어 단체와 함께 공휴일 재지정 운동을 시작했어”

신 여사는 지난 3월 ‘한글날 공휴일 추진 범국민 연합’과 함께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앞에서 펼쳐진 집회에 참여했다. 또한 관내를 직접 돌아다니며, 280여명에게 직접 서명을 받았다.

“서명을 받으러 다니다 보니, 한글날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국경일이면 뭐하겠어. 공휴일로 지정되어야 그날 왜 쉬는지 정도는 알고 넘어가지 않겠어?”

한글 창제를 기념하는 한글날은 1949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정 당시 공휴일로 지정됐다가 1991년부터 10월 1일 국군의 날과 함께 공휴일에서 제외됐었다. 그러나 지난 7일 공휴일에서 제외된지 22년만으로, 행정안전부는 공휴일 재지정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관련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젊은 사람들도 우리 한글에 감사하고, 늘 소중하게 생각해야해” 내년부터 빨간날이 된 한글날엔 신공례 여사에게 고마워해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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