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최우선한 군민 ‘분노표출’

성숙된 시위, 큰 마찰 없이 마무리

영광원전의 잇따른 사건・사고로 불안감이 커지자 15일 오전 80여개 단체 군민 3,000여명이 버스 70여대를 타고 원전 정문 앞에서 안전장치 마련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원전 앞에서 범군민 결의대회가 열린 것은 지난 2004년 9월 핵폐기장 설치 반대 시위 이후 8년 만이다. 이듬해 영광읍에서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관한법률’ 제정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감안하면 7~8년 만에 반원전 감정이 결집된 셈이다.

이날 시위는 오전 10시경 각 읍면 주민들이 타고 온 대형버스가 속속 도착하며 열기를 더해갔다. 영광원전 진입도로 곳곳에는 이번 영광원전 사태와 관련한 가동 중단과 안전대책을 요구하며 내걸린 수많은 현수막이 성난 민심을 반영했다.

백발이 성성한 대한노인회 어르신들부터 청년회의소와 마을 청년회에서 활동 중인 젊은 청년들까지 붉은 머리띠를 힘껏 동여매고 한손엔 ‘불안하다, 사고뭉치 영광원전, 가동중지’를 비롯해 ‘원자력안전위 해체, 한수원 사장 석고대죄, 영광농산물 판로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수많은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의회 의원은 물론 지역 농・축・임협도 이날 영업을 중단하고 집회에 동참해 군민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나승만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영광 3호기는 2004년부터 균열 조짐이 발견됐지만 원전측은 지금까지 숨겨왔다”며 “영광원전의 발표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강력 성토했다. 정영준・박춘자・석오송 등 노인, 여성, 어민, 농민단체 대표 등도 찬조 발언에 나서 원전을 집중 성토했다.

영광원자력발전소범군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원전 1~6호기 중단 후 군민대표가 참여한 국제적 수준의 안전성 점검과 부품교체, 군의회 승인 후 재가동 등을 주창하며 이를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후 공동위원장 4명은 삼엄한 경비를 뚫고 영광원전에 진입, 김대겸 본부장에게 결의문을 전달하며 이행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 원전 측이 정문을 굳게 잠가 진입과정에 작은 마찰이 있었지만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다. 이후 범대위는 ‘원자력 안전위원회 해체’가 쓰인 현수막을 노란색 허수아비에 달아 횃불로 화형식을 진행하며 규제기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시위가 마무되는 시기에 홍농비상대책위원회 측이 장기 투쟁을 위해 준비한 컨테이너박스를 실은 대형차가 군중을 뚫고 진입하는 과정에 경찰이 제지해 고성이 오가는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비대위는 원전정문 앞에 컨테이너 생활을 하며 장기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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