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헌/영광 육일정

2000년 전통에 빛나는 우리 궁술 국궁. 이름에서는 왠지 낡은 냄새가 난다. 연세 지긋한 노인들이나 즐길 것 같고, 그런 만큼 화살은 빠르고 멀리 날아가기보다는 유유자적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것은 오산.

최근 생활체육이 활성화되면서 부부가 함께 활쏘기를 즐기거나 부자(父子)가 함께 즐기는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즐기는 건강 생활레포츠로 정착돼 가고 있다.

한번 빠져들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 불거나’ 과녁을 향해 눈을 부라리게 된다는, 국궁에 푹 빠진 영광 ‘육일정’의 이충헌(55)씨를 만났다.

이 씨는 지난 14년간 국궁(國弓) 활시위를 당겨왔다.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 국궁의 매력에 푹 빠진 세월이었다. “활쏘기는 팔, 다리 운동은 물론 정신집중에도 도움이 되는 최고의 스포츠”라고 국궁 예찬론을 폈다.

그는 “국궁을 처음 접했을 때 ‘쐐~액’하고 시원스레 날아가는 화살 쳐다보는 재미가 아주 그만이었다”고 했다. 그러다 십년 이상의 공력이 붙으면서 국궁의 진정한 ‘멋’을 알게 됐다. 국궁이 마음을 다스리는 스포츠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 씨는 지난 98년 첫 활을 쏜 이후 활을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다. 매주 3회 가량 육일정을 찾아 5발식 9차례 가량 활을 쏜다.

“활은 세 박자가 맞아야 제대로 쏠 수 있습니다” 그는 훌륭한 궁사(弓士)의 첫 번째 자질로 정신집중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팔과 다리의 근력, 흔들림 없는 꼿꼿한 자세를 차례로 들었다. 국궁은 정적인 스포츠 같지만, 대단한 완력이 필요하다. 젊은 사람들의 웬만한 팔 힘으로도 40파운드 이상으로 매인 국궁 활시위를 당겨 145m 떨어진 과녁까지 화살을 날려 보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또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골반과 허리, 다리 운동을 별도로 해야 한다. 그는 호흡을 가담듬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고도의 집중력 훈련도 국궁을 통해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사대에서 조용히 바람을 느끼고 활을 당긴다. 일상의 괴로움을 활에 싫어 보내다보면, ‘탕~’ 하고 활이 과녁에 맞는 소리에 가슴도 함께 맑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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