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늙은 말의 지혜(老馬之智)

중국의 고서 한비자에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늙은 말의 지혜’라는 뜻이지만 ‘경험을 갖춘 사람의 지혜’라는 뜻으로도 풀이를 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환공이 군사를 일으켜 고죽국을 정벌한 후에 대군을 이끌고 도망가는 고죽국 군주의 뒤를 밤낮으로 쫓던 때의 일이다.

환공이 군사들의 행군을 독촉하여 모래사막에 당도를 했는데 눈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 망망대해처럼 펼쳐져 있었다.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자 겹겹의 어둡고 시꺼먼 안개가 자욱하게 끼고 사막의 광풍이 불어오면서 동서남북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던 군사들은 길을 잃고 극한의 추위와 싸워야 했다.

다음날, 날이 밝기를 기다려 여러 장수들로 하여금 군사들을 점호하게 했는데 장군 습붕과 그가 거느린 군사들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어둠속에서 무리하게 행군을 했던 습붕의 군대는 골짜기에 갇혀 태반이 행방불명이 되고 죽거나 부상을 당했다.

재상 관중이 들판으로 나가 지형을 살펴보았으나 길이 꼬불꼬불 휘감겨지고 그 끝은 막혀 있어 출로를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불안과 초조함으로 낙담을 하고 있는 환공에게 관중이 말을 했다.

「신이 언젠가 늙은 말은 길을 잘 찾는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무종국과 산융의 고죽국은 서로 경계가 접해 있어 북쪽의 사막을 여러 번 다녀본 말이 틀림없이 무종국 병사들이 타고온 말 들 중에 섞여 있을 것입니다. 호아반으로 하여금 늙은 말 몇 마리를 가려내게 하여 그 말들이 가는 곳을 보고 뒤따른다면 길을 찾을 수도 있겠습니다. 」

환공이 관중의 말대로 호아반에게서 늙은 말 몇 마리를 취하여 앞에 가게하고 그 뒤를 따랐는데, 과연 그 늙은 말은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가더니 이윽고 출구를 찾아냈다.

제나라의 대군은 마침내 늙은 말의 뒤를 쫓아 한해(旱海)라는 사막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노인(老人)은 인류의 도서관

아프리카 격언 중에 ‘노인 한명이 사라지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지은 ‘황혼의 반란’이라는 단편 소설에도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한 평생을 살아오면서 축적된 노인들의 현실감 있는 경험과 삶의 지혜가 새 길을 개척해 나가야하는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말이라 하겠다.

대선으로 불거진 세대간의 갈등

지난 해 우리는 보수와 진보 양진영의 극심한 갈등 속에 18대 대통령선거를 치렀다.

특히 선거과정에서 그동안 잠복해 있던 20~30세대와 50~60세대간의 갈등이 표면으로 불거진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선 다음날인 지난 해 12월 20일, 한 네티즌이 포털사이트인 다음 아고라에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해주세요!"라는 청원을 게재하였다.

"노인들이 국민 복지에 대해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그런 의미에서 가뜩이나 재정이 악화 되가는 지하철 공사에서 노인 무임승차를 전면 폐지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기초 노령 연금제도 폐지를 원합니다."라는 청원에서 "노인들 역시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수 만 명의 네티즌들로부터 동조를 받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세대간의 갈등이 이번 대선을 통해 표면화 했을 뿐 이미 사회변화를 통해 내면에 잠재해 있었던 급속한 산업화의 부작용이라는 것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세대를 구분하여 갈등을 겪게 되었는지는 한번 쯤 되돌아봐야 할 일임은 분명해진 것 같다.

제나라의 노마(老馬)처럼 깜깜한 밤 사막에서 길을 잃고 해매고 있을 때 우리의 길을 안내해 줄 수 있는 많은 경험과 지혜를 가지고 있는 노인들이 우리에게 있어서는 거대 도서관보다 더 큰 자산은 아닐까.

50~60세대의 노인들이 마치 자신들과는 무관한 다른 별의 일이 아니라 20~30세대들도 언젠가는 그 세대로 흡수가 되어야만 한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미래의 50~60대가 될 자신들을 향해 걸러지지 않은 욕설을 마구잡이로 퍼붓고 있는 것은 아닐까.

노인들이 존경받고 행복한 나라, 궁극적으로 우리 인류가 지향하는 복지국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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