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연 시장경영진흥원장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닌

지역민들의 애환이 녹아 있고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곳”

이명박 정부, 장차관 중 유일 ‘고졸학력’으로 S등급・산업훈장

2003년 청계천 복원 반대 시위로 ‘청계천 가스통’ 닉네임 얻어

“대형마트나 백화점 시스템을 따라가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소통을 통해 삶의 지혜를 나누고 정이 넘치는 전통시장만의 장점을 특화 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향 영광시장부터 전북 고창시장, 경북 구미 중앙시장, 경기 수원 팔달문시장, 서울 통인시장까지. 전국 방방곡곡의 전통시장을 찾아다니다 보면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

장거리 이동에 피곤할 법도 한데 시장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에 화색이 돌고 눈빛에 힘이 들어간다.

영광사람 정석연(55・사진) 시장경영진흥원장의 이야기다. 침체된 시장을 활기 넘치는 시장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는 정 원장을 최근 만나봤다.

정 원장은 “시장은 예로부터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왔을 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깃든 곳이다”면서 “그런데 새로운 유통구조와 소비형태의 변화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전통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경영선진화를 모색하고 상인들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공동 마케팅을 지원하거나 우수시장 박람회 개최, 문화관광형시장 사업, 상인 교육 등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 원장은 지난 해 우수시장박람회를 통해 행사 발전 방향을 밝혔다. 그는 “전국우수시장박람회의 특징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기관과 대학생들의 참여가 활발했다”면서 “박람회 기간 중 전통시장과 기업 간의 자매결연 캠페인인 ‘1기관 1시장’ 우수사례, 대학생들이 전통시장에서 진행한 ‘에누리나눔권’, ‘장터유람기’ 등 아이디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시장을 살리기 위한 기업과 대학생 등 지역민들의 노력이야 말로 이번 박람회의 화두인 ‘공생’을 잘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 의무 휴무 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전통시장과 마트의 갈등이 재점화 됐다”면서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골목상권 진출로 인해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이 위축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전통시장이 어려움을 겪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유통환경이 바뀐 데 있다. 핵가족화와 노령화 등 삶의 방식이 변했고 인터넷의 발달로 소비자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선택의 주도권은 상인에서 소비자로 옮겨왔다.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전통시장은 소비자 중심 경영을 앞세운 대형마트와의 경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전통시장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가격경쟁력이다”면서 “특히 우리 식탁에 오르는 임산물과 채소는 대형마트·SSM과 비교해 가격 면에서 확실히 우위에 있는 상품이다. 대형마트보다 장기 보관 판매가 어려워 신선한 제품이 아니면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1차 식품군은 우수한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 이러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일부 상인들은 의식개혁이 미비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해 전통시장의 이미지를 저해하고 있다. 젊은 소비자들은 가격비교를 통해 본인이 살 물건을 직접 선택하는 데 익숙하다. 시장에서 가격을 물어보면 일단 봉지에 물건부터 담고 “1000원이요” 외치니 경우에 따라 ‘강매’라고 느낄 수 있다.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인들의 의식개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장경영진흥원에서는 상인대학을 통해 선진화된 경영방식과 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해 100곳의 상인대학을 개설했고 6574명의 상인대학 졸업생을 배출했다. 최근에는 전통시장 스스로 변화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고객사랑 캠페인’을 통해 쇼핑환경을 개선하고 원산지 표시와 가격표시제를 시행해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 원장은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전통시장을 사례로 곱았다. 그는 “조선시대 화성 축성 이후 수원을 상업도시로 만들려는 정조의 숨은 뜻을 간파한 선비와 상인들이 자연스레 모여들어 상권이 형성됐다”면서 “이때부터 이어진 수원 팔달문시장은 현재 문화관광형 특성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11년 1차 사업을 통해 ‘왕이 만든 시장’이라는 스토리텔링을 적용해 브랜드화에 성공했다.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과 연계해 문화와 쇼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시장의 체질을 바꿔나갔다. 고객과 상인이 함께 참여하는 7개의 문화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시장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박물관도 개설됐다. 한 마디로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영광시장도 이러한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고 덧 붙였다.

또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다”며 “지역민들의 애환이 녹아 있고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나물 한 가지를 살 때도 “어떻게 먹으면 맛있냐”고 물어보면 상인들이 “살짝 데쳐 먹어라. 들기름에 볶으면 고소하다” 등등 어머니처럼 할머니처럼 알려준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구조적인 시스템을 따라가기보다 시장만의 특성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다. 그 바탕에는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는 상인들의 의식 변화와 시장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 원장은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해룡고를 졸업하고 군에 입대하여 장교로 예편한 뒤 청계천에서 상업을 하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서울시장 재임시절 인연을 맺어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기관장으로 발탁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장, 차관급과 공기업, 공기관장 중 유일하게 학력이 고졸이지만 기관과 기관장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S등급을 받는 등 능력을 발휘해 국가 산업유공 철탑훈장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정석연 시장경영진흥원장은……,

-영광군 군서면 출신

-해룡고 2회 졸업

-숭실대학교 경영대학 벤처중소기업학 전공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제17대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책연구위원

-청계천 사랑 대표

-청계천 상인대책협의회 위원

-서울특별시 상인대책협의회 위원

-청계천 상인연합회장

-서울자석 대표

-한국유통학회 고문

-한국중소기업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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