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윤/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영광읍 남천리 출신

4월 1일은 거짓말을 해도 되는 ‘만우절’이다. 영국의 시인 T.S. 엘리어트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묘사했을 때 4월의 인상은 특징이 지워진다.

여기서 ‘잔인한’이란 형용사는 폭력이나 파괴나 몰살을 뜻하지 않고 언 땅을 뚫고 솟아오르는 새순의 몸부림이 주는 강인한 생명력 또는 창조적 파괴가 주는 경탄을 담고 있다. 이 엄숙하고 역동적인 4월이 하필 우스갯소리나 거짓말을 하는 만우절로 시작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전 세계에 통용되는 만우절에 거짓말을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단조로운 일상생활, 짜증나는 생업이 주는 고통에서 잠시 해방되어 여유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은 1년에 하루라도 공인된 거짓말을 주고받는 것이리라. 만우절 거짓말은 본심을 넌지시 드러내는 사랑 고백, 상대방의 반응을 탐색하기 위한 심리적 요법, 미운 사람을 골탕 먹이려는 수법, 공권력을 놀리기 위해 해서는 안 될 112나 119를 상대로 한 거짓 신고 등 그 종류는 다양하다.

특히 ‘4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만우절이다. 캘리포니아대학 조사에 의하면 사람은 8분에 한 번꼴. 하루 동안 평균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우리는 온통 거짓말 속에 푹 파묻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가정에서 자주 하는 거짓말은 ‘요즘 무슨 일이 이렇게 많은지 바빠 죽겠어’가 40%로 가장 많았고,‘술 많이 안 먹었어, 일찍 들어갈게’가 32%로 뒤를 이었다.

이어 회식이라는 등,주말에 워크숍을 한다는 등,여기 상갓집이라는 등 거짓말도 가지가지로 하며 골치 아픈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둘러댄다.

그렇다면 남자와 여자 중 누가 거짓말을 더 많이 할까?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자들이 거짓말을 밥먹듯이 한다고 투덜거리나 과학적인 연구에 의하면 남자나 여자나 비슷하다고 한다.

차이가 있다면 남자들은 주로 여자 앞에서 괜히 우쭐대고 싶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허풍 섞인 거짓말을 남발하는 편이고,여자들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자주 하는 편이라는 것.

그러나 마음에 없는 소리는 절대 못 한다며 생뚱 맞은 솔직함을 과시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선의의 거짓말은 정직하지 않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때로는 상대가 거짓말을 해주길 기대할 때도 있고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일도 있다. 쓸데없는 솔직함은 오히려 관계를 미적분 풀기보다 더 어렵게 하고,솔직하게 들춰버린 진실은 상대를 잔인하고 슬프게 만든다.

상대가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은 거짓말을 못 한다고 칭찬받을 일이 아니다.

혹시라도 한 사람이 남을 경우 따라 죽겠다거나 절대로 재혼하지 않고 애들 잘 키우면서 살겠다고 맹세를 한다.

그러나 중년이 된 지금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망설이지 않고 그 마음 그대로라고 할 수 있을까?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하지 말고 지금은 그저 서리 맞은 무청처럼 후줄근한 남편을 위해 ‘당신이 최고’라는 새빨간 거짓말 한 마디가 그 어떤 해구신보다 더 낫지 않을까?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