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은 전국 언론인 3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21일부터 3일간 ‘마을기업과 마을만들기’를 주제로 광주광역시, 전북 완주군, 진안군 등에서 마을만들기 전문가들을 강사로 한 전문연수를 진행했다. 이에 본지는 마을만들기 선진 사례 및 전문가들의 의견 등 연수결과를 통해 우리지역 마을만들기 활성화 및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마을만들기는 풀뿌리 생활공동체 운동

정의춘 살기좋은광주만들기네트워크 사무국장

과거의 압축성장기에는 주택 및 도시 기반시설의 신속한 확충이 도시계획의 최우선 과제였다. 그러나 도시성장이 둔화되는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도시계획의 방향도 변화하고 있다. 시민 자치의식의 발달과 도시 간의 경쟁이 본격화되며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주민참여형 마을만들기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는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으로, Top-down방식에서 Bottom-up방식으로, 획일성에서 다양성으로, 개발지향적에서 관리지향적이나 환경지향적으로, 양적성장 중심에서 삶의 질 중심으로, 기능중심에서 사람중심으로, 지속가능하면서 창조도시로 전환된다.

마을만들기는 주민이 스스로 일상 생활환경인 삶터, 일터, 쉼터의 문제를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거쳐 주민이 함께 해결하고 개선해 가는 ‘풀뿌리 생활공동체 운동’이다. 궁극적으로는 지역사회의 조화와 새로운 이웃관계의 회복·구축을 통해 생활공동체를 부활하는 것.

마을만들기는 “각각 지역들이 부존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주민과 지역사회 스스로가 생활공간의 질을 재창조하는 <21세기 커뮤니티 운동>”이라고 규정(행정자치부)한다.

마을만들기는 전문가, 행정주도의 도시기반 만들기로부터 시민의 생활로부터 요구되는 참여형 도시만들기의 시대적 변화(종적 패러다임으로 사고의 시대로)와 지방자치제도의 도입에 따라 도시간 경쟁과 매력 있는 도시만들기를 통한 도시의 수준을 높이려는 일련의 공공행정을 의미(조동범, 2012)한다.

 

마을만들기가 왜 필요할까?

공동체 해체로 필요성 제기

마을만들기는 공동체의 해체와 와해를 인식하면서부터 대두되기 시작한다. 21세기 행복 시대를 맞아 인간의 삶과 행복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지만, 정치, 경제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본질적 삶은 행복하지 못하단 인식이다. 현대인들이 바라보는 사회는 결코 친절하고 선한 공간은 아니다. 풍요가 넘쳐나지만 극심한 빈곤과 분쟁 속에 평화는 아득하고, 인간이 파괴한 자연은 인간의 삶을 위협한다. 형식적인 민주주가 확산되지만 권력은 시민의 통제에 벗어나고, 상업주의 문화 속에 사람들은 소비의 포로가 되며, 다른 사람과의 유대를 상실하고 고립되는 시대다.

공동체 붕괴는 우리나라의 급속한 개발연대의 산물이다. 구성원들의 행복과 삶의 질에 관심은 낮고 정치적 변화의 크기, 경제의 팽창, 사회변동 속도는 빨랐다. 단기급성장의 이면에는 교통난, 환경난, 주택난의 심각한 문제가 떠올랐고, 가족 해체와 지역사회 공동체의 붕괴를 불렀다.

양적 팽창과 질적 발전의 불균형, 물리적 여건의 변화와 심리적 행복감의 괴리, 소수가 주도하는 변화의 속도와 다수의 합의 결여는 공동체의 문제로 다가왔다.

정의춘 사무국장은 공동체를 회복하는 더 나은 세상을 가로막는 열 가지 문제를 꼽았다. 사람들은 굶주리고 지역사회는 파탄 나고, 폭력이 만연하여 가족은 해체되며 자연은 사라져간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 일이 없다는 듯 삶을 지속하며, 바깥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상관없는 패턴을 이어간다. 서로에 대한 신뢰는 없고 정치인들은 부패, 기업들은 어떤 희생을 해서라도 이윤창출에 몰두하며, 민주적 선거 과정도 의심을 받고 있다. 진정으로 믿을 것은 오직 자신밖에 없다고 느낀다. 모두가 외면한 삶은 결국 무관심의 문화를 가져온다. 사회가 이러한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서 공동체 회복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대안으로 떠오른 마을만들기

마을의 비전은 과거·현재·자원+주민

참여하고 행동해서 우리가 세상 만들기란 의미의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꼼꼼한 안내서(엘리스존스 등/2012)에는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 ‘나는 시간과 힘이 없어’같은 참여 없는 비난과 행동 없는 포기는 이제 그만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당신의 작은 발걸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을이 희망이다,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박원순/ 2009)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해체된 마을공동체를 복원하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를 선택했다. 마을이 희망인 것은 사람들이 존재가치를 발견하고 실현하는 장소가 마을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한다.

도시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미래의 도시(URBAN21/ 2000)는 개발정책에서 관리정책으로 도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도시재생, 주민참여 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으로 마을만들기는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비전이 되고 있다.

과거의 방식이 주는 행복한 미래,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2000)는 전세계적으로 획일화된 경제와 소비문화는 빈곤을 창출하고, 행복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지역화, 지역문화를 살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썼다.

인근 광주시의 경우도 무분별한 환경파괴와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사회, 인간성 훼손, 도시화, 산업화로 인한 지역사회 공동체의 붕괴 등으로 지속가능한 사회(Sustainable Society)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기임을 인식한다. 그 출발은 골목에서 마을에서 주민이 중심이 되어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마을의 과거·현재·자원+주민의 상상력+마을의 미래 비전이란 공식으로 주민의 상상력이 모여 마을의 미래와 비전이 된다고 믿었다.

 

광주광역시 마을만들기 역사와 흐름

국민의 정부 출범과 더불어 1999년부터 ‘읍면동 기능전환’ 및 주민의 문화∙복지 및 자치기능 강화 등을 위해 읍면동사무소 공간 등에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한다. 광주는 1999년 7월부터 서구가 주민자치센터 시범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마을만들기가 추진됐다.

이후 광주 북구는 마을만들기 전담팀과 마을만들기 조례에 따라 마을만들기 지원센터 개소, 마을만들기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통해 마을만들기를 체계적으로 추진하면서 전국 선도지역으로 주목 받는다.

시민사회는 북구를 시작으로 광주YMCA가 2000년 ‘좋은동네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학습공동체를 구성한다. 학습공동체가 ‘다함께돌자동네한바퀴’ 프로그램과 ‘주민을 찾아가는 좋은동네시민대학’을 통한 마을만들기 시민교육 시스템을 연구 개발했다.

정부의 ‘살기좋은 지역만들기’와 ‘살기좋은 도시만들기’ 정책이 기존의 토지건설과 개발중심 방식으로 추진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병행된다. 주민주도의 마을만들기가 되도록 주체를 세우고 주체역량을 강화와 민·관 협력을 통한 거버넌스 기구 설립과 마을만들기 지원조례 제정을 위해 2006년 11월 ‘살기좋은광주만들기 네트워크’가 창립한다.

거버넌스 기구인 ‘푸른광주21협의회’가 2009년부터 마을의제 사업으로 내집앞마을가꾸기(생태·문화마을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광주지역의 마을만들기에 불씨를 당긴다. 지역공동체 형성을 위한 살기좋은마을만들기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과 지원을 위해 2년여 활동을 거쳐 2010년 3월 ‘살기좋은광주만들기 지원조례’를 제정한다.

특화된 마을만들기를 위해 광주광역시는 2011년부터 주민조직이 주체가 되고, 외부 전문가와 지원 시스템을 갖춰 매년 각 구별 1개동씩 2억여원의 사업비를 지원하여 ‘행복한 창조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한다.

지금은 자치구 중간지원 조직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지난해 7월 ‘남구마을공동체협력센터’가 문을 열고 ‘광산구 공익활동지원센터’가 올 4월 개소를 앞두고 있으며, 동구 또한 지원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경제사회 발전의 대안모델 이라고 하는 협동조합 기본법이 2012년 12월 1일 발효되며 자치구별 협동조합자립화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광주지역 마을운동은 활동가 및 전문가 그룹간의 컨트롤타워 기능은 물론 구심력 역할을 하는 기구로 거듭나기 위해 ‘살기좋은광주만들기 네트워크’를 확대 재개편 하는 추세이다.

 

광주광역시 마을만들기 정책과 현황

광주시는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조례’와 ‘시민참여기본조례’를 근거로 주민자치박람회와 민관합동 워크숍 등 시민참여프로그램을 통해 민관 소통의 기회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제도적으로 정착되고 있다. 2004년 마을공동체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도시재생사업인, 행복한 창조마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행복한 창조마을만들기는 주거지역을 대상으로 환경개선과 교육, 문화, 그리고 일자리가 어우러진 통합적 재생 사업을 지향하는 마을만들기 사업이다. 주민이 마을의 열린 공간에서 스스로 참여해 마을과 주민들의 잠재적 창조력을 발견하여, 마을 공동체가 회복되고, 재창조되는 마을을 만들자는 취지이다.

그 핵심은 ①주체적인 주민의식과 창조적 참여  ②마을의 다양성과 정체성, 잠재력의 발견  ③지식, 문화 등의 창조성에 기초한 마을혁신  ④자생적, 자치적, 공동체적 관리에 의한 지역관리체제의 제도화  ⑤5·18 등 광주 민주인권 정신에 기초한 공동체 의식의 함양 등이다.

2010년 민선5기 들어 역점사업으로 시작된 창조마을만들기는 2011년 5개 마을을 선정해 추진했으며, 2012년에도 5개 마을이 선정되어 추진하고 있다. 2011년부터 창조마을만들기 시범사업이 시작되어 5개 시범마을을 선정, 1단계 2년 지원계획으로 마을당 2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했다. 2013년에는 7개 동으로 확대 추진 중이다.

특히, 광주시는 일자리, 건강, 주거안정, 문화, 인권이 향유되는 마을만들기 사업 추진과 ‘마을공동체사업’과 연계한 광주형 행복복지모델 창출을 위해 아파트 단지 또는 단독주택 밀집지역의 주민주도형 마을공동체사업 확산을 위해 6월까지 4개월간 ‘아이디어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또한, 신규 설립된 협동조합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스스로 자립경영 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을 제공하고자 협동조합 자립화 시범사업을 자치구별로 시행토록 2억원씩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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