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영광농구의 이름 되찾겠다”

대한농구협회장배, 11년 만에 전국대회 4강 쾌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지난 7일 충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12회 대한농구협회장배 전국초등학교 농구대회’에서 홍농초교가 인천 연학초교를 19대 17로 꺾고, 지난 2002년 이후 무려 11년 만에 전국대회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만들어낸 것.

하지만 8일 준결승전에서는 여초부의 강자 성남 수정초교에게 패하며 아쉽게 도전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홍농초교의 성적은 존폐위기에 처해 있는 전남 여자농구를 다시 한 번 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사실 홍농초교가 위치한 전남 영광은 한 때 여자농구계에서 알아주는 팀이었던 법성상고(현 법성고)가 활약했던 곳이다. 하지만 새 천년에 들어서 타 지역에서의 마구잡이 선수 스카우트로 인해 해를 거듭할수록 팀 전력은 급전직하에 이르고 말았다.

현재 하나외환에서 활약 중인 박하나와 우리은행에서 뛰고 있는 오승원이 대표적인 경우.

덕택에 법성고는 출전하는 대회 마다 예선탈락 하기 일쑤였고, 몇 해 전부터는 출전 선수조차 모자라 대회에 출전도 못하는 일이 계속됐다. 결국 전남농구협회에서는 한 때 법성고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박현선 선생을 법성고 감독으로 선임했다.

만일 이번 기회를 살리지 못할 경우에는 팀을 해체한다는 단서를 달아서 말이다.

박현선 감독이 부임했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연계학교인 홍농초교나 홍농중에는 남아 있는 선수들이 없었고, 물질적인 지원 또한 형편없어 남아있는 선수들 까지도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했던 것.

박 감독은 기초가 튼튼해야만 상급학교가 살아 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모든 지원과 관심을 홍농초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들이 계속되자 서서히 홍농초교가 살아났다.

선수도 늘어나기 시작했고, 팀 전력도 조금씩 나아졌다. 물론 홍농초교를 지도하고 있는 조진혜 코치의 열성적인 지도로 인해 선수들의 기량도 좋아져 이번 협회장배 대회에서 4강이라는 성적으로 이어진 것. 또한 원전주변지역 운동부 육성기금도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조진혜 홍농초교 코치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운이 좋아서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이 났지만 앞으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선수들과 같이 노력해 잃어버린 영광과 법성 농구의 이름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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