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연료재처리시설 가동, 핵폭탄 2천여개 만들 플루토늄 보유

일본의 원전 정책이 후쿠시마 사고 이전 원점으로 회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민주당 정권의 노다요시히코(野田佳彦) 전총리가 주재한 에너지 환경회의에서 중장기 에너지 정책인 ‘혁신적 에너지·환경 전략’을 확정 발표했다. 그 내용은 오는 2030년대까지 ‘원전 제로’를 목표로 삼아 원전 수명 40년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원전의 신‧증설을 하지 않되 수명 40년이 되지 않은 원전 가운데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안전을 확인한 원전은 재가동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애초 마련한 에너지 전략은 원전 의존 비율을 2030년에 15%를 밑돌게 하고, 이후 원전 제로를 지향한다는 것이었다.

일본 정부가 에너지 정책 공청회를 위해 2011년 7월 2일부터 8월 1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9.6%가 즉시 또는 단계적 원전 제로를 희망했다.

이처럼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유증으로 국민들 중 대부분은 탈 원전을 지지하고 있지만, 재계는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오카무라 다다시(岡村正) 일본 상공회의소 회장은 “탈원전 정책은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부추겨 국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 중 상당수는 전력난을 고려해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등 원전 제로 정책에 반감을 보여 왔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집권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신규 원전 증설을 원칙적으로 불허한 전 민주당 정권의 방침을 전면 재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분간 전력 수요를 어떻게 대응해 갈 것인지 연구하고 새롭게 만들 원전은 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원전과 전혀 다른 안전한 원전건설로 국민 불안감을 해결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주장했다.

모테기 도미시스 경제산업상도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공사가 중단된 오마(大間) 원전과 시마네(島根) 원전 3호기의 건설 재개와 가동을 승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두 원전 공사가 재개될 경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건설 재개는 처음이 된다. 정부 관계자는 “원자로 설치와 공사 계획 허가를 이미 받은 원전에 대해서 정부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원전 제로가 곤란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므로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입장은 오마 원전과 시마네 원전 3호기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에 건설 허가가 났으며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원전의 신·증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마 원전은 2008년 5월 공사가 시작돼 현재 38% 정도 진척됐으며, 시마네 원전 3호기는 2005년 12월 공사가 시작돼 완공이 임박한 상태다. 두 원전에 수명 40년이 적용되면 2050년대까지 가동할 수 있다. 이럴 경우 2030년대 원전 제로를 목표로 한다는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다.

민주당 정부도 지난해 9월 19일 내각회의에서 당초 발표한 혁신적 에너지·환경전략을 부단히 검증하고 수정한다고 결정했다. 원래 ‘2030년대 원전 제로’를 표명한 혁신적 에너지·환경전략 자체를 내각회의에서 정부 방침으로 결정해야 하지만, 이를 미루고 ‘전략의 검증과 수정’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바꾼 것이다. 혁신적 에너지·환경전략 자체는 참고만 하기로 했다. 일본에선 내각회의 결정을 거치지 않은 정책이나 문서는 정부 방침으로서의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집권에 성공한 자민당의 중심인물 모두 원전 제로 정책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원전 제로 정책은 폐기될 처지이다. 자민당은 전력 공급 불안과 전기료 인상에 따른 서민·기업 부담 가중을 들어 원전 제로에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원전 정책에서 눈여겨 볼 점은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를 계속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원전 정책에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를 위해 아오모리(靑森)현의 롯카쇼무라(六ヶ所村) 핵연료 재처리공장 가동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롯카쇼무라 핵연료 재처리공장 가동을 멈출 경우 아오모리현이 롯카쇼무라에 보관돼 있는 2,900톤의 사용후핵연료를 원래의 생산처인 각 원전으로 되돌려 보내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롯카쇼무라의 가동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 정부는 롯카쇼무라가 사용후핵연료를 전국의 원전으로 반송하면 당장 저장할 장소가 없어 원전의 가동이 불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일본은 핵연료 재사용을 위한 것이란 명분을 내세워 그동안 이곳에 2조1,930억엔(32조 원)을 투자했다. 일본 정부가 원전 제로 정책을 추진할 경우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를 계속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을 유지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계속 추출하겠다는 것은 ‘잠재적 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일본과의 원자력협정에서 원전의 연료라는 전제하에 플루토늄 추출을 용인했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해 6월 원자력기본법을 고쳐 원자력 이용에 ‘안보 목적’을 추가해 핵무장의 길을 열었다. 일본은 이미 원자폭탄 1천∼3천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인 약 30톤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치권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계속 유지하는 정책에 적극 동의하고 있다. 보수 우파 정당인 자민당은 물론이고 진보 성향인 민주당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특히 극우파인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이끄는 일본 유신회는 평화헌법도 고치고 핵무장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유신회의 ‘극우의 원조’라는 말을 듣는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는 “중국과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마당에 일본이 핵무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은 중국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영유권 문제로 대립하고 있다. 중국이 갈수록 군사대국으로 부상하자 일본 정치권에선 재무장 주장이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 자민당은 ‘군대 보유와 전쟁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를 개정해 자위대를 국방군(國防軍)으로 바꾸고,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고, 일왕의 지위를 국가원수로 격상시키는 등의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계속 유지 정책은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에 대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카드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의 원전 제로 정책은 원점으로 회귀하면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함께 일본의 검은 속내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용후핵연료란?

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3-5년 사용 후 원자로에서 꺼내는데, 원자로에서 막 꺼낸 사용후핵연료의 방사능은 1m 거리에서 17초의 피폭만으로 한 달 내에 100%가 사망할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 이 방사능이 천연 우라늄광석의 방사능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최소 10만년이 걸린다. 사용후핵연료의 처리·처분 방법은 핵발전소 부지 내 수조(水槽)에서 최소 5년 동안 냉각한 후에 건식 저장으로 전환하거나 지하 300-500m 이상 깊이에 만든 최종처분장에 영구 보관하는 ‘직접처분 방식’과 화학적·전기적인 공정을 통해 일부의 재활용 자원을 추출한 후 나머지를 최종처분장에 영구 보관하는 ‘재처리 방식’이 있다.

 

 

“일본 롯카쇼무라에서 핵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중저준위 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 가동중

일본 정부의 플루토늄-우라늄 혼합산화물 연료(MOX) 가공공장이 있는 아오모리(靑森)현의 롯카쇼무라(六ヶ所村)는 일본 핵관련 시설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다. 전국의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모아 플루토늄을 추출해 보관하는 곳이다. 일본은 핵연료 재사용을 위한 것이란 명분을 내세워 그동안 이곳에 2조1,930억엔(약 32조원)을 투자했다. 롯카쇼무라의 핵연료 재처리 시설은 2004년부터 운전을 하고 있지만 방사능 누출 사고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2년 추가 건설 허가한 고속증식로의 연료인 플루토늄·우라늄 혼합산화물(MOX)을 대량생산하는 공장은 2016년 완공 예정이다. 하지만 MOX를 연료로 사용하는 고속증식로 몬주는 2050년에나 상업화가 가능하다. 일본 정부는 MOX를 고속증식로 외에 다른 원전에서도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MOX에 대한 수요는 거의 없는 상태이고, MOX를 연료로 사용하는 원전을 추가 건설하는 방안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취소된 상황이나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에선 최근 활성단층 가능성 때문에 롯카쇼무라 폐지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활성단층이 있는 지역은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지진 전문가인 와타나베 미쓰히사 동양대 교수는 "롯카쇼무라의 재처리 공장이 있는 지역에도 활성단층이 있을 가능성이 커 규모 8 정도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롯카쇼무라에는 핵연료 재처리과정에 들어가는 유독성 화학물질이 많이 저장돼 있다. 화학공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각종 배관도 널려 있고 정밀기기도 많다. 이 때문에 대형 지진이 발생할 경우에 원전보다 훨씬 더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런데도 활성단층에 대해 정밀조사도 하지 않은 채 공장을 새로 짓도록 허가한 것은 일본 정부가 관련 시설을 유지하기로 사실상 결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자력업계는 "몬주와 롯카쇼무라를 폐지할 경우 관련 방사성 물질 처리비용으로만 19조엔이 들어간다"며 시설 유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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