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영화감독, 한전문화회관서 강연

한국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이 지난달 30일 영광한전문화회관을 찾았다.

임 감독은 이날 영광군민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임권택 감독이 들려주는 서편제 영화이야기’를 주제로 영화와 함께한 자신의 일생을 이야기했다.

임 감독은 1962년 데뷔작인 ‘두만강아 잘 있거라’를 비롯해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한 서편제(1993),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씨받이(1986),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취화선(2002) 등 한국적 정서를 소재로 한 영화의 제작배경을 털어놨다.

임 감독은 1961년 첫 작품 ‘두만강아 잘 있거라’의 흥행 성공으로 10년간 50여 편의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년에 다섯 편씩, 그가 찍는 것은 모두 영화였다. 그러기를 10년. 무작정 찍어내는 것에 회의가 들었을까? 10년이 지난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존에 찍어왔던 허구 세계를 덮어버리자. 미국 영화 아류를 만들지 말고 삶이 진솔하게 드러나는 영화를 만들자. 한국 사람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영화. 많이 유치하고 세련되지 못하더라도 그 자체로도 평가 받을 수 있는 것을 만들자”

영화 ‘서편제’는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판소리를 영화로 찍겠다는 평생의 꿈에 이끌려서 시작된 작업이지만 그 깊은 소리의 울림을 화면에 담는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임 감독은 “부르기도, 듣기도 힘든 판소리의 감흥을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심청전에서 심봉사가 밥을 구걸하는 장면의 판소리를 초가에서 낡은 옷을 입은 아낙네를 등장시킬 때 그 소리가 ‘가난을 담은 소리`임을 보다 효과적으로 그려내었던 기법으로 촬영했다”고 소개했다.

한국의 소리를 스크린에 담은 서편제는 국내 최초 100만 관객 돌파의 기록을 세웠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춘향뎐’에 이어 ‘취화선’으로 마침내 칸영화제 감독상을 품에 안았다.

임 감독은 “모험과 도전이야말로 지금까지 나를 살아있게 하고, 최근까지 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자평했다. 이는 ‘임권택은 시행착오의 대가’라는 평론가들의 평가와 맞닿는다. 그는 “영화 인생을 끝낼 때까지 스스로 만족하는 영화는 만들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완성을 향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라며 도전하는 삶을 강조했다. /최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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