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은 전국 언론인 3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21일부터 3일간 ‘마을기업과 마을만들기’를 주제로 광주광역시, 전북 완주군, 진안군 등에서 마을만들기 전문가들을 강사로 한 전문연수를 진행했다. 이에 본지는 마을만들기 선진 사례 및 전문가들의 의견 등 연수결과를 통해 우리지역 마을만들기 활성화 및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더디게 가더라도 제대로 가자”

전북 진안군 마을만들기 철학

마이산으로 유명한 전북 진안군은 인구 3만도 안 되는 지역이지만, 오랜 시간에 걸친 마을만들기 사업을 통해 지역발전을 위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행정운영 시스템과 탄탄한 중간지원조직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쌓인 성공과 실패의 경험, 그리고 지역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서두르지 않고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기초형성기’에는 기획홍보실 군정기획단을 추진부서로 민간조직인 으뜸마을추진협의회를 통해 주민교육 위주의 마을리더 발굴에 주력하며 핵심조직을 강화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발전기’에는 기획홍보실 정책개발담당 으뜸마을팀과 민간 측 마을만들기추진위원장협의회를 통해 으뜸마을 독자예산을 확보하고 마을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등 마을간사제도를 도입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네트워크형성기’에는 전략산업과 마을만들기팀과 행정TF가 구성돼 민간 측 마을만들기지구협의회와 도농교류센터, 귀농지원센터 등 민간주도의 사업이 주를 이룬다. 기존 점적, 선적에서 면적 형태의 마을개발과 도시민 인재유치, 마을 네트워크 구축이 본격화 됐다. 마을 5단계 사업이 정립되고 귀농1번지 프로젝트 착수, 마을축제, 마을만들기 조례 등이 제정되는 등 지원센터 설립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이처럼 진안군 마을만들기 사업은 ‘더디게 가더라도 제대로 가는 길’이라는 슬로건으로 주민들이 주도해 행정과 주민간의 균형 있는 협력체계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단체장과 공무원이 바뀌어도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해 지역주민과의 신뢰를 쌓은 게 가장 큰 원동력이란 분석이다.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마을과 마을, 행정과 주민, 마을과 단체 사이에 적절한 협력과 경쟁시스템이 기본적으로 담보될 때 지역은 점진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철학도 담겼다. 이는 마을이 지치지 않고 오래갈 수 있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진안군의 마을만들기 사업의 유형은 첫 번째, ‘주민주도의 상향식’ 마을 단위 사업 활성화에 있다. 그린빌리지, 으뜸마을 등 지자체 독자사업을 도입해 풀뿌리 마을의 주민 공동실천을 통한 자주적 훈련과 학습효과를 높였다.

두 번째, 귀농귀촌인 중심의 마을간사제도, 귀농1번지 프로젝트 등 도시민 외부인재 유치를 통한 부족한 내부 역량을 보완했다. 세 번째, 지도를 활용한 입체적 시각자료와 자기주도형 학습 강화로 지역인재 양성을 위한 주민 교육 방법을 개선했다. 네 번째, 마을 단위 활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네트워크 구축으로 협력과 경쟁구조를 도입해 발전을 모색했다. 다섯 번째, 행정조직 정비 및 민간조직 활성화 등 협력체계를 정비해 민관의 소통과 상호 협력분위기를 형성했다.

그 결과 진안군은 10여년 만에 마을만들기의 수도, 선진지, 백화점, 1번지 등 전국 최초라는 각종 수식어가 뒤따르고 있다. 전국의 농업∙농촌 전문가와 공무원 등이 진안군 마을만들기를 벤치마킹한 이유이다.

 

10년의 경험으로 일군 진안 시스템

마을 단위 5단계 사업 추진 주목

진안군의 마을만들기 기본 철학은 ‘누구라도 살기 좋고 살고 싶은 마을만들기’라고 한다. 이 철학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항상 배우고 공부하는 평생학습의 마을, 마을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는 주민자치의 마을, 주민 소득도 높고 삶의 질이 유지되는 경제자립의 마을, 마을 공동체 인심이 살아 서로 돕는 상부상조의 마을을 만들고자 지난 10년을 노력했다.

초기 단계에는 주민 교육과 훈련을 위한 리더그룹 형성, 행정의 정책적 지원과 도시민 인재 영입과 훈련을 기본으로 했다. 기반구축 단계는 주민역량 성장을 목표로 행정과 주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외부 인재의 지역 연착륙을 도왔다. 발전 단계에 와서는 지역의 총체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 마을간 선의의 경쟁구도 형성과 주민 주도의 기반을 형성하는 데 주력했다. 주민이 주도하되 행정은 지원하고 지역전문가는 자문을 통한 상호학습과정으로 대립과 불신을 극복했다.

지난 10년간 진안군이 각종 경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지난 2007년부터 마을 단위 사업을 5단계로 구분해 추진하면서 행정사업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고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1단계 ‘그린빌리지 사업’은 총 300여개 마을 중 매년 30여개 마을을 선정해 마을당 군비 250만원을 지원, 소규모 마을경관 가꾸기 사업을 통해 공동 훈련했다. 2단계 ‘참살기 좋은 마을가꾸기’는 1단계 중 10개 마을을 선정해 마을당 군비 1천만원을 지원해 중규모 마을 경관 가꾸기 및 소규모 소득사업을 추진한다. 3단계 ‘으뜸마을가꾸기’는 2단계 중 4개 마을을 선정해 마을당 4천만원 규모를 지원해 마을컨설팅과 결합한 교육과 훈련 중심의 소득사업을 추진한다. 4단계 ‘소규모 국비사업’은 녹색농촌마을 등 매년 1곳을 선정해 약 2억원을 지원해 소규모 마을기간 시설을 확보한다. 마지막 5단계 ‘중대규모 국비사업’은 산촌생태마을, 마을종합개발사업 등 종합적인 지구단위 개발계획을 통해 준비된 마을에 한해서만 선정 지원한다. 각 단계별 마을은 반드시 주민리더교육과 마을만들기 대학 등을 수료해야 한다.

이 외 성과로는 지난 2006년부터 마을만들기지구협의회 구성과 역할을 부담해 마을간 협력과 적절한 경쟁을 유도했다. 2011년 1월 지구협의회 조직개편과 7월 로컬푸드 사업단 설립, 지난해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설립 추진단을 구성하는 등 사업조직을 분리 체계화 했다. 다양한 민간전문기구의 체계적 육성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점도 있다. 행정은 마을만들기 전담팀을 신설하고 관련부서 7개과를 연계한 행정지원체계를 구축했다. 민간은 각자 전문성을 강화한 민간 중간지원조직도 결성했다. 이를 통해 행정과 민간의 대등하고 긴장된 협력관계를 형성했다. 2010년 5월 마을만들기 기본조례를 제정하는 등 10년 활동성과를 기반으로 민관협력의 추진체계를 제도화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결국은 사람이 희망이다”

구자인 진안마을만들기지원센터 부센터장

진안군의 마을만들기에서 주체가 되는 것은 가치를 추구하려는 ‘사람’이다. 마을만들기를 실천하는 주민들이 무엇보다도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 노력하고 변화를 즐기게 하기 위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2001년부터 시작된 마을만들기가 지금까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관광’이나 ‘수익’ 따위가 아닌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결국 ‘사람’으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을 위한 교육은 물론 지역사회 내의 소통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도 끊임없다. 주민들이 쓴 글로 엮은 책자나 소식지, 신문 등을 포함한 정기 간행물들을 지금까지 발행하고 있다.

진안군의 마을만들기를 이끌어 온 구자인 박사는 “진안군의 마을 만들기는 애초에 돈이나 관광객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성을 복원시키고 농촌에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실시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구 박사는 “농촌이든 도시든 살기 좋고, 살고 싶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선 결국 풀뿌리 마을기반을 강화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사람에 투자하고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지지하는 정책, 풀뿌리 마을기반 강화에 투자하는 정책, 이것이 지역사회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의 전제조건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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