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다.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지구촌 아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내 자식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이다. 예수님께서는 목숨까지 바쳐 이타적 사랑을 실천 하셨다. 남을 사랑하는 것이 나를 가장 사랑하는 길이다

5월은 춥지도 덥지도 않아 좋다. 몸은 편하고 세상은 아름답다. 그래서인지 5월의 캘린더에는 사랑이 넘친다. 21개의 기념일이 있다. 밸런타인데이, 블랙 데이 등 매월 14일마다 붙여 놓은 ‘xx 데이와 오리를 먹자는 오리 데이까지 합하면 23개에 달한다. 그중 우리가 잊지 않고 챙기는 날은 근로자의 날(1), 어린이 날(5), 어버이 날(8), 스승의 날(15), 석가탄신일(17),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18) 정도다. 무심코 지나가는 날들도 따지고 보면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다.

세계가정의 날(15), 생물종다양성보존의 날(22), 세계실종아동의 날(25), 세계금연의 날(31) 등은 세계적 기념일이다. 유권자의 날(10), 입양의 날(11), 식품안전의 날(14), 발명의 날(19), 성년의 날(20), 부부의 날(21), 바다의 날(31) 등도 그냥 지나쳐버리기엔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삶의 질 향상에 커다란 의미가 있는 기념일이다. 챙기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이 안타깝다.

이렇게 다양하고 의미 있는 기념일들이 있는 5월을 가정의 달로만 기억하고 집안에서 가족들끼리만 사랑을 나누고 넘어가는 것은 아쉽다. 개인과 가정은 물론, 나라와 전 세계가 사랑을 나누자는 기념일들이 가장 많은 달()이기 때문이다. 내 자식, 내 부모, 내 가정에 대한 사랑만을 강조하는 가정의 달은 너무 이기적 발상이 아닐까. 이타적(利他的) 사랑이 강조되는 기념일도 적지 않은 만큼 가정의 달이기보다는 사랑의 달이라고 하는 것이 5월에 더 어울린다.

사랑은 아끼고 위하며 정성과 힘을 하는 마음이다. 가장 따뜻하고 바람직한 인간관계다. 동서고금의 문학과 음악 작품에서도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주제다. 인간의 삶에 가장 밀접하고 소중한 때문이다. 철학, 사상, 종교는 물론 정치에 이르기까지 사랑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고뇌하는 햄릿같은 작품만 썼다면 대문호로 존경받을까?

애절한 사랑을 담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기에 대문호란 평가를 받는다고 단언한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고 한 춘향전이 판소리로, 영화로 수없이 보고 들을 때마다 맛깔스러운 것도 애틋한 사랑을 그렸기 때문이다. 성경은 글자 수가 영문으로 356만여 자 달한다.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분량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다. 대중을 구원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친 예수님의 이타적 러브 스토리(love story)이어서다.

문제는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비뚤어진 사랑이다. 다른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피해를 주는 자식에게 회초리를 들지 않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잘못된 교육일 뿐이다. 실종된 아동들을 찾는 데 동참하고, 돌봐줄 사람 없는 아이들을 입양해 내 자식으로 키우며,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구호의 손을 내미는 것이 부모 된 자의 진정한 자식 사랑이다. 남을 사랑하는 것이 나를 가장 사랑하는 길이라는 깨달음이 아쉽다.

5월 속의 기념일들은 말한다. 집안의 어린이들을 사랑하는 만큼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 입양아, 세계의 실종된 아이들까지도 사랑하자고.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항거한 분들의 국가와 국민에 대한 사랑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올바른 주권의 행사도 국가와 국민을 사랑하는 길이라고. 발명도, 자동차를 많이 수출하는 것도 잊지 말고 사랑해야 하며, 바다까지도 사랑해야 된다고. 그래서 5월은 가정의 달이 아니라 사랑의 달이어야 한다고. 북한은 물론 일본에 대해서도 따뜻한 사랑으로 다가서야 한다고. 그래야 우리의 삶이 편안하고 행복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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