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은 전국 언론인 3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21일부터 3일간 ‘마을기업과 마을만들기’를 주제로 광주광역시, 전북 완주군, 진안군 등에서 마을만들기 전문가들을 강사로 한 전문연수를 진행했다. 이에 본지는 마을만들기 선진 사례 및 전문가들의 의견 등 연수결과를 통해 우리지역 마을만들기 활성화 및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이벤트 NO, 보여주기식 축제 탈피

진안군 마을축제로 마을만들기

마을만들기와 마을축제의 관계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진안군의 살기 좋은 마을만들기 활동은 2001년을 기점으로 잡고 있다. ‘주민이 주도하는 상향식의 농촌 개발’, ‘풀뿌리 마을 살리기’ 활동을 시범사업으로 도입한 것이 큰 계기가 됐다. 이후에 주민들의 교육과 훈련과정을 중시하며 ‘더디 가도 제대로 가는 길’을 슬로건으로 차근차근 걸어온 게 비결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신음하는 마을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주민들이 지치지 않도록 인재를 파견하며, 도시와의 대등한 교류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등 중장기 목표와 전략을 세우고 접근했다. 행정과 민간의 협력 시스템도 지속적으로 구축했다. 이런 일환으로 마을만들기지구협의회, 마을간사, 귀농귀촌, 에코뮤지엄, 마을만들기지원센터, 금요장터 등 전국 최초라 할 수 있는 사업들을 많이 도입해왔다.

진안군 마을축제도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단지 보여주기식 축제가 아니라 마을을 살리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 이를 지원하는 민간의 다양한 활동, 도시와의 교류 네트워크 이런 경험들을 모아 마을축제 기간 중에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살고 있는 주민들이 먼저 즐길 수 있도록 무리하게 규모를 크게 키우거나 화려하게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성과는 계승하고 문제점은 수정하고 보안해나가는 좋은 훈련과정이 된다. 마을축제를 통해 진안군 마을만들기는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8월2일부터 7일까지 6일간 열린 제5회 마을축제는 진안읍, 용담면, 안천면, 동향면, 상전면, 백운면, 성수면, 마령면, 부귀면, 정천면, 주천면 등 11개 읍면 20개 마을과 2개 주민자치위원회가 크고 작은 각자만의 특색 있는 축제를 개최했다.

 

제5회 진안군 마을축제 현황

평촌마을 : 할매랑 고추먹고 맴맴

원연장마을 : 원연장 마을탑제

외오천마을 : 시골학교 작은음악회

가막마을 : 거북이 산과 함께하는 슬로우 라이프

원단양마을 : 개구쟁이 시절로

감동마을 : 뗏목타고 노는 감동마을 축제

회룡1마을 : 호롱골 달빛 산신 축제

노채마을 : 노채마을 단지봉 축제

지사마을 : 지사마을 감자삼굿

능길마을 : 출향인과 함께하는 한여름 밤 모닥불 대화

금지배넘실마을 : 배넘실마을과 함께하는 축제 한마당

동신마을 : 소달구지 타고 대수리 잡으러 가자

원촌마을 : 다 같이 놀자 고무신 신고

포동마을 : 바람도 쉬어가는 포동의 품으로

신덕마을 : 호박고구마 미인과 복분자 장군의 만남

황금권역 : 한여름밤의 음악회

중궁마을 : 구름 걸친 달빛축제

마조마을 : 마실 축제

중리마을 : 방아깨비

양명마을 : 구봉산 추억노리!

백운면주민자치위원회 : 백운가설극장

주천면주민자치위원회 : 운일암 반일암의 한여름밤 낭만여행

 

 

“주민이 즐거워야 사람들이 찾아온다”

진안군 마을축제는 어려운 농촌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농촌형 축제의 전형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축제의 바람직한 원형을 생각하며, 농촌 현실에 어떻게 접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항상 고민하며 추진해왔다. 무엇보다 마을 주민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방향을 원칙으로 하되, 내부 역량이 부족함을 충분히 인정하고, 행정이나 외부 단체가 조심스럽게 개입하고 도와주며 주민들의 자발적 역량 강화를 의도해 왔다.

진안군은 축제의 기본을 ‘근자열(近者悅), 원자래(遠子來)’라는 공자 말에서 찾고 있다. 가까이 있는 주민들이 즐거워야 멀리서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이 처럼 진안군 마을축제는 살고 있는 주민들이 구경꾼이 아니라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즐길 수 있는 방향을 기본으로 해왔다. 초청손님으로는 당연히 고향 떠난 출향인을 제1순위로 생각하며 추진해왔다. 그리고 마을공동체를 복원하고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을 지향하면서 일시적 이벤트 중심이 아니라 마을 내부의 역량 강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으로 접근해왔다.

이런 취지와 방향 속에서 축제의 시기와 장소, 프로그램을 기획하였고 매년 시행착오의 경험 속에서 문제를 수정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지난 5년간의 방문객수와 마을수입금 통계를 보더라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올해 제6회 진안군마을축제를 맞는다.

 

마을만들기 축제로 꽃피우다

진안군 마을축제는 매년 그 해의 특별한 의미를 담아 축제 슬로건을 정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제1회 마을축제 슬로건은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정했다. 이것은 시인 박노해의 ‘다시’라는 시에서 따온 말이다. 그 이전 마을만들기 전국대회 슬로건 ‘마을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기존의 지역개발 패러다임에 대해 전면적 전환을 제기했다면, 이는 지역개발의 주체로서 사람의 소중함에 주목하자는, 특히 도시 귀농귀촌인들의 장점을 존중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제2회 마을축제 ‘GO!향,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삶’은 도시민을 대상으로 ‘여름휴가는 고향으로 가자’는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마을축제의 주된 손님이 향우들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모든 도시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이 되는 농촌마을을 의미하기도 한다.

제3회 마을축제는 ‘마을과 마을의 아름다운 동행’으로 정했다. 마을만들기의 선진지, 진안이라 불리어도 마을마다 활동의 편차는 적지 않다. 그래서 앞서가는 마을과 이에 자극을 받은 마을들이 모여 서로 협력과 경쟁을 통해 살기 좋고 살고 싶은 농촌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서로간의 협력과 적절한 경쟁을 통해 ‘아름다운 동행’을 하면서 지역 발전을 선도하자는 다짐이다.

제4회 마을축제는 ‘三白村삼백촌 千里香천리향’이다. 진안군의 삼백개 마을이 살기 좋은 마을로 발전해가는 노력과 열정이 마을축제를 통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난해 5회 마을축제는 ‘마을꽃이 피다’이다. 그동안의 마을만들기 성과 노력이 결실을 맺어 마을이 꽃으로 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지속가능한 농촌형 마을축제

주민 공동활동 성과 결과물로

진안군 마을축제는 마을을 주제로 한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로 전국에서 유일한 여름축제라 할 수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개최되는 수많은 축제들과 달리 주민들이 직접 준비하고 참여하며 즐기는 축제다. 마을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주민 공동활동의 성과를 드러내는 참여형 축제다. 흔히 있는 도농교류 체험행사에 집중하지 않고,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 즐기는 농촌형 축제의 원형을 고수하려 한다. 또 외부 기획사에 맡기는 것은 무대를 꾸민다든가 하는 특별한 분야에 한정하고, 기획과 실행의 대부분을 적은 금액으로 지역내부에서 해결해 지속가능한 축제를 지향한다.

어려운 농촌 현실에서 이러한 특징과 지향점을 고수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유명가수를 초청해 한번 즐기고 마는 소비형 행사, 행정이 거의 주도하는 관제 행사, 대규모 행정 예산을 들여서 진행하는 의존형 행사가 되지 않도록 축제조직위와 사무국은 항상 조심하고 있다. 당장의 성과보다도 주민들이 함께하는 과정을 중요시하며 상호협력하고 마을, 나아가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축제의 전형을 만들자는 것이다.

진안군 마을축제는 끝이 없는 축제이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에 있다. 전체 마을의 참가가 아니고 일부라는 점, 또 주민들의 자발적 자원봉사가 미흡하다는 점, 축제 조직위가 상근체제가 아니라는 점 등 해결해야 할 숙제는 아직 많다. 애정을 가지고 참여하면서 함께 풀어가야 할 오래된 과제들인 셈이다. 애정 어린 충고와 따가운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또 상호학습과 토론, 합의의 민주적 절차를 거치면서 계속 진화하려고 노력하는 점이 돋보인다. 진안군은 이를 통해 농촌 마을공동체가 살아나고 ‘사시사철 마을축제의 천국, 진안’을 만들어가려 한다.

 

마을만들기, 새로운 10년의 약속!

진안군은 지난 10년간의 마을만들기 성과를 모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10년은 ‘더디 가도 제대로 가는 길’을 슬로건으로 주민 교육과 훈련, 전문단체 설림, 민관협력관계 구축 등 ‘마을 주민들이 지치지 않고 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에 주력했다. 새로운 10년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 만들기’로 잡았다. 그러한 방향에서 새로운 10년의 새로운 핵심사업으로 두 가지를 채택했다.

첫째, 로컬푸드 사업을 통해 안정되고 부가가치가 높은 유통망을 확보하여 경제 소득을 마을로 환원하고 소농, 가족농을 보호하면서 지속가능한 농촌마을을 만들자는 다짐이다. 둘째, 마을만들기지원센터를 다양한 활동의 핵심 거점공간으로 확보해 전문성과 안정성, 지속성이 보장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핵심사업은 ‘마을만들기의 사업화’이며, 또 ‘지속가능한 마을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미 로컬푸드사업단은 2011년 7월 100명이 1억원을 출자한 농업회사법인으로 설립하고 산나물세트 상품을 출시하는 등 가시적인 모습을 드러낸 상태다. 내부 실무인력을 보완하면서 꾸러미 배달, 학교급식, 직매장, 식당, 반찬가게, 전자상거래, 생협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갈 구상이다. 국도비 지원 공모사업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마을만들기지원센터 또한 설립돼 진안군만이 아니라 전국을 염두에 둔 연수센터를 꿈꾸고 있다. 매년 100팀, 2,000명 이상이 마을만들기 연수에 찾아오지만 이들이 제대로 된 성과를 얻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했다. 진안군의 10년 경험이 온전하게 전달되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마을만들기 전국 연수센터 기능을 갖출 계획이다.

이 두 가지 핵심사업 외에도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마을마다의 리더를 양성하고, 추진시스템을 정비하면서 풀뿌리 마을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기본사업이다. 이를 지원하고 네트워크로 연계하기 위한 민간단체 활동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행정 시스템도 더욱 효율적으로 정비하고 민간 지원방식도 중장기적으로 개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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