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은 전국 언론인 3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21일부터 3일간 ‘마을기업과 마을만들기’를 주제로 광주광역시, 전북 완주군, 진안군 등에서 마을만들기 전문가들을 강사로 한 전문연수를 진행했다. 이에 본지는 마을만들기 선진 사례 및 전문가들의 의견 등 연수결과를 통해 우리지역 마을만들기 활성화 및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복지와 연계한 마을만들기 주목

묘량면 여민동락공동체 주도로 시험대

전국적으로 다양한 마을만들기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묘량면 여민동락공동체가 추진하고 있는 복지 결합형 마을만들기가 외부 전문가들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여민동락은 24개의 마을별 분소를 두고 있는 자칭 복지재벌(?)이라고 칭하고 있다. 마을마다 있는 경로당을 마을복지센터로 만들어 경로당을 중심으로 주민들 스스로 복지를 이루게 하고, 마을별 복지와 문화, 그리고 교육의 기지로 키워가고 있다. 시설 건물을 늘리는 콘크리트 복지가 아닌, 주민들의 삶터와 마을을 기반으로 주민들 속에 스며드는 복지, 주민들이 마을공동체 안에서 이웃끼리 서로 돕고 나누고 함께 돌보는 마을복지가 정답이다. 마을복지센터는 인구 1950여명, 자연마을 42개를 마을공동체로 키우는 여민동락의 실핏줄이다. 그 실핏줄 복지가 모이고 모여, 작게 그리고 곳곳에 마을공동체의 완성을 꿈꾸고 있는 여민동락의 농촌복지가 시나브로 성숙해 가고 있다. 여민동락의 복지형 마을만들기 추진 과정 및 지금까지의 성과를 살펴봤다.

 

#경로당이 마을복지센터로= 농한기 취미문화 프로그램의 발전, 그리고 신천2리 마을협동조합의 씨앗이 되고 있는 절임배추 작업까지 여민동락은 지역주민과 더불어 농촌을 살리는 사람중심, 공동체 중심의 지역공동체복지모델을 마을복지의 발전 방향으로 삼았다. 여민동락은 지난 2011년 겨울, 마을 경로당에서 농한기 취미문화교육 ‘장암산 마을학교’를 열었으며, 2012년 농사철이 시작되는 3월 중순, 경로당 돌봄 프로그램 ‘품앗이학교’를 열었다. 품앗이학교는 여민동락 마을복지사업의 학습장으로, 국가복지, 시장주의 복지모델의 한계를 인정하고 지역공동체가 자체의 힘으로 복지를 해결할 능력 키워간다는 전제하에 국가나 민간의 지원을 결합하는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고령의 어르신들을 경로당에 모시고, 동네 주민들과 함께 운영하는 마을복지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 마을 내 우애와 협동의 공동체 문화를 통해 주민들 스스로 서로 돕고 나누고 돌보는 마을복지가 가능한 것.

 

#거점경로당 및 통합서비스 제공= 지난 2012년 농사철이 시작되는 3월 중순. 경로당을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의 활동이 잘 형성된 곳 중 요보호 독거어르신 비중이 높고 인프라 조성이 잘된 거점 경로당 2곳을 선정하여 요보호 독거어르신을 위한 돌봄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용 어르신을 위해 보건소, 영광군청 등 관에서 주1회 정기적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마을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지원하는 돌봄서비스를 실시하여 마을단위에서 이루어지는 마을복지의 모델을 만들며, 여민동락노인복지센터는 서비스를 통합하고 관리,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평일 1일 3~4시간 운영하고 있으며, 거점경로당①(신천2리 잿등품앗이학교)은 4개 마을을 합해 기초건강체크 및 프로그램을 위한 차량 운행 등 2년째 진행되고 있다. 거점경로당②(영양리 장동마을 감은절품앗이학교)는 이동거리가 짧아 도보로 이용한다. 해당 경로당엔 책임운영자를 두고 마을 임원진들과의 논의를 통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거점경로당③(월암리 월암품앗이학교)는 월암1,2리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주민 공동 프로그램 및 효과= 영광군청 주민복지실의 지원인 노인일자리(복지형)를 통해, 해당 경로당에 2명씩 총 4명 노인일자리 어르신을 배치하고, 경로당임원진들과 본 프로그램을 책임운영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면사무소 지자체사회사업가(독거노인생활관리사)가 협력하여 주1회 레크레이션, 테이핑 근육치료, 건강상식교육 등 경로당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에는 영광군 보건소 등 묘량면 관할 담당자와 건강체조 지원 및 무료진료, 해당 독거어르신 댁 가정방문 등 통합 사례관리를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로당문화지원단’의 활성화방안을 모색하고, 향후 자립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마을주민 공동체대화, 주민교육 등 다양한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주민공동 프로그램으로 주1회 민요교실을 통해 주민들과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했다.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바쁜 농사철에도 경로당 청소를 돕고, 십시일반 농사 수확물을 가져와 함께 나눠 먹었다. 아파서 결석하는 독거노인들의 반찬을 챙겨주는 등 경로당 안에서 고령의 독거어르신들을 돌보는 마을복지의 개념이 차츰 세워졌다.

 

#프로그램 성과와 마을 품앗이= 독거노인생활관리사의 경로당 프로그램 협력체계구축은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로당돌봄사업의 돋보이는 성과 중의 하나다. 또, 농사철이 시작되지 않아 일반 주민들의 참여가 높은 만큼 십시일반으로 식재료를 나눠 가져오는 문화를 만들고, 즐겁게 모일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했다. 십시일반 가져오신 반찬재료로 풍성하게 채워지는 밥상, 그 밥상에 둘러앉은 마을 어르신들의 풍경에서 프로그램의 희망이 생겼다. 십시일반 요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만두, 칼국수, 김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며 이야기 나누는 재미 또한 한 몫 했다. 어르신 간의 정서교감과 음식을 만드는 동안 집중하는 시간, 이는 치매예방 프로그램의 또 다른 효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 참여어르신의 만족도가 늘어나는 동시에, 프로그램 세부 운영에 대한 욕구도 늘어났다. 운영자와 이용자가 서로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제도 생겼다. 다만, 고추두둑 씌우기, 고추심기, 모판나르기, 모내기 등의 마을 품앗이 활동으로 품앗이학교 참여도가 다소 떨어져 경로당 프로그램 활용뿐만 아니라, 마을의 품앗이문화를 잘 살릴 수 있는 경로당사업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나들이를 통한 교육 및 발전방향 찾기= 2012년 봄 양파 수확철이 끝나고, 나들이 계획을 세우자, 양쪽 경로당사업 참여자가 다 같이 화합하는 의미로 함께 가자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이에 논의부터 마무리까지 마을주민들의 협력으로 이루어졌으며, 자체 예산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에 따라, 십시일반 참가비를 내고, 기부금까지 받았다. 나들이를 통해 경로당주간보호사업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참여주민 역량강화교육을 진행했다. ‘민관협력 품앗이학교 참여주민 역량강화교육-마을공동체의 자립과 화합을 위한 주민의 역할’을 주제로 교육을 실시했다.

이후 장동마을과 구동마을 경로당 이용자들의 단합 및 친목을 도모하였으며, 해당 마을의 경로당 협력프로그램 내용 및 의견을 공유하고, 서로 소통하는 자리가 되었다. 어르신들의 평가에서 주민참여의 희망을 보는 등 자원봉사 연계 및 재가서비스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교육의 효과 및 성과= 교육 이후, 경로당주간보호사업(품앗이학교)이 마을복지센터의 기능으로써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자립적 토대를 구축하자는 제안과 주민들의 욕구에 따라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공동체대화를 여러 차례 실시했다. 하반기에는 구체적으로 자립경제의 기틀을 마련하는 단계적 모색을 해나갔다. 마을임원진과 함께 제1기 광산구협동조합학교및 제2기 여성마을기업가 교육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동네한바퀴수업’의 일환으로 광주와 대전 마을기업 선진지 견학을 다녀와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의 비전과 건강한 마을공동체를 가꾸는 방향성에 새로운 안목을 넓히기도 했다. 이를 통해, 마을임원진들을 중심으로 10여명의 주민들과 함께 일주일간 ‘2013 여민동락사랑나눔김장한마당’ 행사용 절임배추작업을 실시했다. 김장의 수익금은 마을주민들의 공동 수익으로 돌아갔다. 또한, 민간 사회복지사와 해당 마을주민, 경로당 임원진, 지자체사회사업가 등 민관협력의 기틀을 세밀하게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단계적으로, 지역공동체 활성화의 기틀을 잡아가는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마을복지위원회, 주민의 변화= 하반기에는 구체적으로 자립경제의 기틀을 마련키로 한 뒤 광주시 광산구에서 실시하는 ‘광산구협동조합학교’ 4회, 광주여성재단에서 주최하는 9차례의 ‘여성마을기업가교육’을 진행했다. 이후 단계적으로 지역공동체 활성화의 기틀을 잡아가는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주민공동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던 주1회 민요교실에서 옛노래 복원작업으로 ‘잿등 강강술래’, ‘감은절 강강술래’ 등을 기존 강강술래 노래와 율동으로 접목했다. 경로당주간보호사업 수료식(12월26일) 때, 한복을 입고 발표하는 등 요보호독거어르신들의 자부심과 주민들과의 화합이 돋보이는 성과였다. 2013년 4월18일에는 묘량면 신천2리 마을복지위원회가 결성됐다. 그간 여민동락과 동네 주민들이 협력하여 진행해온 잿등품앗이학교 <민관협력마을복지프로그램>의 독립적인 운영체계가 생긴 것이다.

 

#공동경제 두레형성= 이 프로그램에서는 경로당을 여가 및 돌봄의 공간뿐만 아니라 마을의 운영과 중요한 의제들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자치기구로 농촌마을의 희망을 설계하는 공동체적 학습의 장으로 발전 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했다. 실제로 올해 마을의 이장과 노인회장, 부녀회장 등 리더들과 경로당을 돌봄 기능뿐만 아니라 상호부조와 사회적 협동을 통한 마을기업을 운영하고 경제적 자립을 통해 마을의 자치를 이루는 과정의 주요 공간으로서 활용하고 있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현황과 작부계획, 공동농장과 운영방식 등 자립, 자치를 위한 3년의 로드맵을 함께 그려가고 있다. 올해 말이면 마을의 자립을 책임질 사회경제조직체로 협동조합이 꾸려질 예정이며, 내년엔 마을 내 공동 경제사업으로 발생한 수익금이 마을복지 사업에 환원되는 자립형 지역공동체복지 모델의 첫 성과물을 기대한다. 마을의 공동경제, 일자리창출을 위한 두레형성은 물론 마을만들기에 주어진 과제와 발전방향 및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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