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칠산문학회장

핫라인은 1963620일 조인된 '직통통신 연락선 설치에 관한 미소각서'에 의해 워싱턴 D. C.의 백악관과 모스크바의 크렘린 궁 사이에 설치된 직통전화다.

196210월의 쿠바 위기 이후 핵전쟁의 위험이 현실로 나타나자 긴급 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소 양 정상간의 직접대화를 통해 전쟁의 위험과 인류의 파멸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원래는 유선과 무선의 2가지 동시송수신 전신회로가 설치되었으나, 1971930일의 협정에 의해 인공통신위성의 도움을 얻게 되었고, 1984717일의 협정에 의해 팩시밀리 장치도 추가로 설치되었다. 1966년에는 프랑스-소련 간, 1967년에는 영국-소련간에 핫 라인이 설치된 것을 계기로 각종 위험요소의 차단을 위해 전 세계국가간의 여러 가지 핫라인들이 설치되었다.

이 핫라인은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연구 개발된 핵물리학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현 인류를 억압하고 위협하는 인류 최대의 현안문제로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1945년 맨해튼프로젝트에 의해 일본의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되자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핵물리학 연구를 후회했다.

최근 속속 밝혀지고 있는 국내 원전부품 납품 비리는 한 순간의 오판으로 인해 인류를 파멸시킬 핵폭탄 투하에 준하는 매가톤급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인류의 과학 기술로는 핵물질을 100% 안전 통제 할 수 있는 수준이 못된다. 다만 사고의 예방을 위해 23중의 사고 예방장치가 마련되어있을 뿐이다. 그 것이 과학의 능력이라면 그 과학을 콘트롤 할 수 있는 주체는 인간이다. 여기에 구조적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과학이 아무리 완벽해도 그 것을 관장하는 주체가 신이 아닌 인간인 이상 실수에 의한 사 고나 여러 가지 심리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감정 작용에 의해 사고를 유발시킬 가능성 을 배제 할 수 없다. 그런 가능성은 언제라도 대형 사고를 유발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내 포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한 번 사고가 나면 우리 지역을 비롯한 전 인류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가 될 수 있기에 우리는 원전을 반대한다.”

영광에서 반핵운동가들은 이미 25-6여년 전에 영광원전 3.4호기 가동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차.반 토론을 하며 이런 문제점들을 지적했었다. 그러면서도 과학의 힘과 여러겹의 안전장치들을 믿었었다. 그런데 오늘에 와서 그 우려에 대한 문제점들이 현실로 드러났다. 과학을 토대로 한 기계장치의 오류가 아닌 인간의 속물근성에 의해 원자로의 멜트다운이 이미 오래 전부터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실제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그 사고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에 다름 아니다.

인간의 기본 욕구 충족을 위한 문명의 진화발전과 개발은 필연적인 것이지만 미래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능력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우리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개발이 것이 지속 가능한 개발이다.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는 인간의 기본 욕구충족을 위해 경제개발을 할 때는 생태계의 수용능력인 환경용량을 초과해서는 안되며 생활수준만이 아닌 삶의 질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환경과 경제를 통합적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세계환경정책의 기본 규범으로 정식 채택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그런 규범마저 깡그리 외면해버렸다.

부하 직원으로부터 납품된 부품이 기준 미달이라는 보고를 받은 원전 간부의 간부로서의 용량 미달, 또는 초과(?), 그와 연결되어진 보이지 않는 커넥션들.... 전문가가 아닌 사장부터 정치적 낙하산을 타고 한수원 본사의 빌딩에 안착하는데서부터 원자로는 이미 노심이 용융되고 멜트다운이 진행된 것이었다.

과학을 통한 기계장치는 어떤 원리나 규칙작용을 통해 충실히 자기 임무를 수행하지만 인간은 기계가 아닌 감정의 동물이라서 그 어떤 수리적 공식이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이 기계보다 위험한 것이다.

원전 납품 비리를 두고 지금 정치권에서는 저마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몇가지 제도를 만들고 정책을 바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 될 수는 없다. 그 또한 단순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인간의 심리를 완전 통제할 수 있겠는가? 이는 불가능 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해서도 안 될 일이다. 다만 인간이 스스로 인간다워져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자연의 질서에 순응할 줄 아는 자기 수양의 길만이 유일한 답이다. 이는 자연과학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절대적으로 인문학이 필요한 것이다. 철저한 책임의식, 국가와 민족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헌신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등 원전 관계자들의 이러한 자기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는 한 원자로의 노심은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용융작용을 멈추지 않을 수 밖에 없다. 경제적 발전에 앞서 전제되어야 할 것이 삶의 질적 향상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이 인간다워져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 기간산업의 대표격인 한수원 직원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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