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화합과 통합을 강조하며 목숨 걸고 사랑하라는 염수정 추기경의 말씀에 감동 했다. 우리가 남이냐며 제편만 챙기는 재상으로는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가 될 수 없다. 주변 정세에 전전긍긍 하지 않고 경제에 불안해하지 않는 나라가 되려면 사랑에 목숨 거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염수정 대주교가 추기경 서품을 받았다. 염 추기경은 화합과 통합을 강조하며 목슴 걸고 사랑하라고 당부 했다. 참으로 종교인 다운 말씀으로 가슴에 와 닿았다. 화합과 통합, 사랑은 자기만이 아니라 모두가 편안하고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다. 공동체 정신이다. 지역간, 계층간의 갈등이 극에 달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했다. 그 해법까지. 지구촌과 인류 평화공존의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화합과 통합, 사랑이라는 단어는 쉽게 말하고 자주 들어왔다. 그런데도 사랑하라는 말에 목숨 걸고라는 한 마디를 덧붙였을 뿐인 추기경의 말씀이 진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왜일까. “목숨 걸고라는 네 글자에 정신이 번쩍 든다. 우리는 말로만 화합과 통합, 사랑을 외쳤을 뿐, 그 실천을 고민하지 않았다. 목숨을 건다는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우리는 그동안 화합과 통합, 사랑을 말로만 해왔다. 부끄러운 현실이다.

통합에 까지 붙여 공약한 대통령부터 화합·통합과는 먼 길을 가고 있다. 김기춘을 비서실장으로 기용한 것은 국민들에게 화합와 통합은 기대하지 말라는 선언과 다름 없다. 김기춘이 누구인가. 지역 유력 인사들을 복집으로 불러 모아 우리가 남이가?”로 지역 갈등을 부추긴 인물이다. 지역 갈등의 아이콘이다. 김기춘이 비서실장인데 대통령의 수첩에 화합이나 통합과 관련한 메모가 있겠는가. 기대 하지 않아야 한다. 기대 하지도 않는다.

노벨상 수상자의 20%를 차지하는 유대인은 세계 인구의 0.2% 정도인 1350만명에 불과하다. 인구가 5천만명에 달하는 한국은 딱 한명, 김대중 전 대통령 외에는 없다.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다. 교육 탓이라고들 하지만 의식의 차이가 빚은 결과로 보는 것이 옳다. 유대인들에게는 선민 의식이 있다. 하느님으로부터 선택을 받았기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다. 그 자신감이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는 이유로 분석된다.

유대인은 650만명 정도만 이스라엘에서 산다. 하지만 전쟁이 나면 해외에서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몰려 든다. 왜 죽을 수도 있는 전쟁터로 몰려들까. 화합과 통합, 사랑이라는 공동체 정신으로 무장돼 있기 때문이다. 화합과 통합, 사랑을 입으로만 되뇌는 대한민국은 그만큼 공동체 의식이 희박하다. 공동체의 안녕 보다 개인의 안녕을 먼저 챙기는 사회다. 자신의 뿌리라 할수 있는 국가보다 개인을 먼저 생각하는 나라, 국민이다.

세계 8대 무역 국가이며 10대 경제 강국 진입을 앞둔 OECD 회원국이라지만 주변 정세도, 경제도 불안 요소가 많다. 자신감이 있을 까닭이 없다. 언제까지 3분의 1도 안되는 유대인들 앞에서 고개를 못들고 살 것인가. 5천만이 서로 믿고 의지하며 힘을 모으면 그들보다 3배 이상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도 커져 주변 정세에 불안감을 느낄 이유도 없다. 화합과 통합, 사랑이 절실한 이유다.

남의 무능이나 잘못보다 나의 무능과 잘못을 반성하는 사회, 나보다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공동체, 지역과 계층이 달라도 화합과 통합 하는 나라, 사랑의 실천에 목숨을 거는 민족으로 거듭나야 한다. 대통령부터, 정부부터 그 길을 찾아 실천에 옮겨야 한다. 도전하면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나라, 민족으로 가는 길이다. 부와 명예, 권력을 탐하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지 않은가. 나의 행복을 키우기 위해 목숨 걸고사랑하는 사회, 나라 만들기에 나서자.

황희. 조선 최고의 명재상으로 꼽힌다. 다투는 두 사람 모두에게 네말이 옳다고 한다. 그 말을 듣던 부인이 누가 옳다는 말이냐고 따진다. 그 말도 옳다고 한다. 그만큼 귀를 크게 열고 남의 말을 많이 들었다는 고사다. “우리가 남이가?”하며 제편만 챙기는 재상은 나라에 해를 끼칠 뿐이다. 화합과 통합, 사랑으로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 재상 어디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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