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칠산문학회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자각해야 하는가?-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불가에서는 깨달음 자체가 본질이 없는 것이기에 사실은 깨달을 것도 없는 것이지만 우리 인간들이 완벽한 존재가 아니고 미혹(迷惑)함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깨달음이 필요한 것이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깨달음이란 내 자신의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깨달아야야 하는 것일까?

우리들 어리석음의 원래 거처는 무지(無知)일 것이며 성장해가면서 수많은 지식과 경험을 통해 그 무지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가면서 한 인간으로서 욕망을 키우게 되고, 그 욕망으로 인해 자신을 또 다른 무지의 세계로 이끌어간다.

그렇다면 무엇하나 욕망이 아닌 것 없는 우리들 삶의 현실 속에서 모든 것을 헛된 욕망이라 치부해버리고 그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텐데 오늘날 같은 무한 자유경쟁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본질 자체가 욕망덩어리인 우리 인간들에게 어떻게 그런 깨달음이 가능할 수 있겠는가? 안될 말이다. 그리고 불가능한 일이다.

성경에는 인간관계의 황금률로 첫 번째 꼽는 것이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말이 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고사성어로도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하여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맹자님 말씀이 있다. 공자는 이상적인 인간형으로 덕() 내세워 그 덕을 기름으로써 인간이 무지나 헛된 욕망으로부터 해방되고 자기완성을 이룰 수 있으며 이상세계를 실현해나갈 수 있다고 했다. 모두가 맡는 말이고 좋은 말씀들이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불행하게도 모든 인간이 실현해나가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들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성경을 읽고 불경을 외우며 수행을 하고, 성현들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거의 날마다 공부를 하며 기도를 올리면서도 그렇지 않은 일반인들과 별 차이가 나지 않을뿐더러 이상세계나 천국 같은 인간세계가 실현되지 않는 것은 왜 그런가?

답은 간단하다. 그들의 가름침이 지나치게 이상주의(理想主義)적이고 이데아적이며 관념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깨달음은 우리 인간이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저 높은 고을 향하여가 아니고 우리들 삶 속에 있어야 한다. 원래 우리에게 주어진 그 욕망 안에서 수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문득문득 자신을 확인할 수 있어야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그러한 체득이 곧 자각(自覺)인 것이다. 그리고 그 자각은 어떤 지식이나 논리, 또는 가르침을 통해 배워서 알게 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무게를 지니게 되며 확고한 자기 철학으로 자리매김 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저 곳이 아닌 이곳’ ‘높은 곳이 아닌 낮은 곳없는(보이지 않는)것과 있는(보이는) 것의 상생(相生) 조화(造化)를 역설한 노자의 이야기는 매우 현실적이며 실현 가능한 것들이다.

그리고 삶(생활)을 통한 깨달음은 인문학(철학, 문학, 사학)의 발전 뿐만이 아니라 자연과학(물리학, 천문학, 고고학..)의 발전에도 그 바탕이 되었다.

아이작 뉴턴이나 스피노자에게 사과 한 개가 없었다면 어떻게 중력의 법칙이나 만유인력(萬有引力)의 법칙이 발견될 수 있으며,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일을 향한 꿈이 자랄 수 있었겠는가? 아르키메데스에게 왕관과 목욕탕이 없었으면 어떻게 유레카가 가능했겠는가? 그렇듯 생활 속의 깨달음은 신이나 성현들의 가르침보다는 훨씬 더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것으로써 인류 문명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해왔다.

-왜 아직까지 그걸 몰랐을까?-

그녀의 일터는 시골마을의 조그만 개인병원이다. 그 병원엔 그 지역에 사는 사람 대다수가 거의 매일매일 일과처럼 찾아온다. 그렇게 매일매일 찾아오는 사람들이고 보니 그녀는 그 모든 사람들의 성품이나 사람 됨됨이를 모두 다 알게 되었다. 그녀는 병원을 찾는 사람들을 좋은 사람과 안좋은 사람으로 구분을 하게 되었고 좋은 사람에겐 친절, 안좋은 사람들에겐 별로 살갑게 대하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던 어느날,

바쁘실텐데 여기까지 오셨어요? 감사합니다그녀의 딸 결혼식장에 찾아온 하객들 중에는 그녀가 평소에 별로 좋지 않은 사람으로 여겼던 사람들도 축의금을 들고 찾아와 축하를 해주고 있었다. 그 사람들을 맞으면서 그녀는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었다.

병원에서 만났을 땐 별로 반갑게 대하지도 않았는데 축의금을 들고 와서 축하를 해주니 환한 미소와 함께 매우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하는 자신에게 너무 놀란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깨달았다. 지금까지는 자신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이 병원장인줄만 알았는데 자신의 월급을 주는 사람들이 병원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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