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천/ 자유기고가

6.4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두고 있다.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길거리 곳곳에는 선거 관련 현수막이 우후죽순 걸려 있었다. 가장 많이 내걸린 현수막은 예비후보자들의 투표독려 현수막! 말이 투표독려 현수막이지 거기에는 지방선거 출마 예비후보자들의 이름이 새겨있어 거의 선거용 현수막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직 당내 공천이나 경선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예비후보들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그렇게 투표독려 현수막을 이용했던 것이다. 선거철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가로수, 전봇대, 가로등 기둥에 불법현수막들이 설치되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었고 적잖이 불편함을 드러내는 주민들도 많아졌다.

현행 선거법에 의하면 정당이나 후보자 이름이 너무 크지만 않으면, 투표독려 현수막은 불법이 아니다. 그래서 선관위는 투표독려 현수막을 제재하거나 철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현수막들이 투표라는 행위가 갖는 소중한 가치를 널리 알리는 메시지라기보다 마치 예비후보자들의 이름 알리기를 위한 거리 공해로만 보이는 이유는 왜일까?

그것은 투표독려 현수막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어디에 설치했느냐에 따라 불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까지 우리 주변 곳곳에 나붙었던 거의 대부분의 투표독려 현수막이 옥외 게시물법에 따라 지정된 게시대에 부착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머물만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소란스럽게 나붙어있던 현수막들. 게시대가 아닌 곳에 붙어있는 것은 위법이라 반드시 철거 대상이 됨에도 우리는 그 뻔뻔한 불법 현수막들을 꽤 오랜 동안 지켜봐야만 했다. 다행(?)히도 안행부에서 얼마 전 불법현수막을 일제 단속하라는 지침이 내려와 결국 철거되긴 했지만 뒷맛은 개운치가 않다.

현재 불법 현수막에 대한 행정규제의 근거인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1990년 제정 당시부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묶여 있다. 이 법을 근거로 지자체는 불법 현수막을 내거는 행위를 하도록 한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개수에 상관없이 상한선이 500만원이어서 도시지역에서는 업체와 광고대행사들이 과태료를 감수하며 일시에 수백개의 현수막을 내거는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한다.

선거철이다보니 예비후보자들도 현수막들을 남발하며 불법의 대열에 버젓이 동참해버린 것이다. 이들 중에 누군가는 도지사가 되고, 군수가 되고, 도의원군의원이 될 것이다. 지도자가 되어 또는 민의의 대변자가 되어 불법과 부실을 타파하고 개선해주길 바라는 군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첫인상치고는 매우 괘씸하고 고약하다.

위법이든 아니든 남이 하니까 나도 따라해야 한다는 사고를 가진 후보자들이 본선에서 얼마나 깨끗한 선거플레이를 보여줄지 의문이다. 난 지금, 철없는 기도를 하고 있다. 수많은 예비후보자들 중 어느 누구 한 사람이라도 불법현수막 게첨에 동참하지 않았기를...

만일 그런 후보자가 있다면 그의 소신을 응원하고 기꺼이 나와 내 가족의 표를 그에게 바치고 싶다.

현수막에 대한 유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투표독려 현수막은 이제 사라졌지만 공정하고 적법하게 선거관리를 해야 할 영광군 선거관리위원회의 불법현수막이 게시대가 아닌 곳에 불법, 이제는 숨을 곳이 없습니다라는 아이러니한 내용으로 아직도 버젓이 걸려 있다. 선관위에게는 선거법만이 존중되고 지켜져야 할 중요한 법일까? 영광 한전문회회관 앞 조운 시인의 시비를 부끄럼 없이 가로막고 있는 선관위의 현수막을 보면서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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