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 여민동락 공동체 대표 살림꾼

세금을 더 내라는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서민은 서민대로 울상이고, 부자는 부자대로 아우성이다. 요새 복지증세 논쟁이 뜨겁다. 그런데 신문과 방송을 통해 쏟아지는 중구난방 논쟁들을 속속들이 다 톺아보고 그 실상을 전부 헤아리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다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말 저말 어렵게만 하고 있으니, 혼란스럽기만 하다. 초등학생도 알기 쉽고, 팔십 어르신도 고개를 끄덕일 명쾌한 설명은 별로 없고 여기 저기 정치적인 선동만 앞선다. 그러나 알고 보면 간단하다. 어려운 말 하나도 필요 없다. 복지증세, 그건 선택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더 많은 복지를 누릴 것인지, 아니면 지금 이대로 적게 내고 복지는 개인과 가정의 몫으로 놔둘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서민이건 부자건 관계없이 대부분의 국민이 세금 내는 걸 싫어한다. 세금은 국민이 국가에게 일방적으로 뜯기는 돈이라 생각하기 일쑤다.

정확히 말하면, 대부분의 국민들이 세금을 아주 적게 내고 있으면서도 소득보다 훨씬 더 많이 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나라다. 조세부담률이 복지 선진국 절반 수준이다. 복지가 잘 되고 있는 나라이거나, 우리만큼 잘 사는 나라들의 국민들에 비해 우리는 세금을 훨씬 많이 안 내거나 덜 내고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우리 국민들은 부자는 자신이 부자인줄 모르고, 중산층은 스스로를 서민이라 한다.

소득 상위 10%가 연봉 6,000만 원 정도라는 통계를 대면, 저마다 깜짝 놀란다. 상위 10%면 대략 연봉 10억 이상은 되는 줄 알았단다. 물론 불신도 크다. 세금 걷어다 전부 어디다 쓰냐는 일침부터, 있는 사람들한테는 제대로 안 걷고 없는 사람들 지갑만 턴다는 분노까지 불신의 골은 깊고 넓다. 다 이유 있는 일침이다. 다 근거 있는 분노다.

과거 세금을 물 쓰듯 한 국가의 관행과 타락이 국민들을 그리 만들었다. 그래서 정치하는 사람에게 증세주장은 일종의 금기어다. 건국 이래 증세를 주장한 정당이 집권한 사례가 없다. 국민들이 표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여의도의 300명 국회의원 누구라도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증세없이 복지없다는 걸 모르는 이가 과연 있을까. 대통령부터 시작해 모든 정치인들이 다 표 때문에 이리 숨고 저리 숨어 요상한 표현으로 세금을 싫어하는 국민들의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

결국은 담뱃세며 주민세며 별별 꼬리표를 붙여 세금을 매년 올려가면서 말이다. 조세정의? 별거 없다. 소득이 있는 곳에 그만큼 세금을 붙여 걷는 것이 조세정의다. 조세는 누진적으로, 복지는 보편적으로 가면 된다. 많이 버는 사람들은 좀 더 많이 내고, 가난한 사람들은 좀 더 적게 내서, 전체가 누리는 복지는 함께 같이 평등하게 하자는 얘기다. 그게 왜 복잡하고 어려운가. 그래서 서민 혹은 가난한 사람들이 오히려 단호하게 증세를 주장해야 한다. 복지증세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로운 까닭이다.

그래서 더욱 나도 더 낼 테니 당신들도 더 내라고 압박해야 한다. 태아보험부터 상조보험까지 인생전체가 보험 들기 바쁜 대한민국이다. 대학등록금은 말할 것도 없이 중고등학생 학원비로 나가는 돈이 많아 부부 둘 다 벌어도 쪼들리고 빚지고 산다.

세금을 더 내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캐물어야 한다. 아이 키우고 학교 보낼 때, 아파서 병원 갈 때, 전월세든 매입이든 살 집을 장만 할 때, 그리고 나이 들어 일 못하고 힘들 때 지금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정부가 설명해야 한다. 그럼 세금에 대한 오랜 저항과 불신의 골을 메울 수 있다. 대부분의 잘 사는 나라들은 전부 우리와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선택이고 결단이다. 어떤 국가를 만들 것인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대한민국은 가장 심각한 저출산 국가, 가장 극심한 노인 빈곤국가다. 일명 저복지국가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성장과 번영을 위해 복지수준을 높이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그게 경쟁력이다. 복지수준을 높이는 일이 효율을 올리는 길이다. 이미 복지국가야말로 성장과 번영을 위한 최고의 효율적 체제임을 역사가 입증해 왔다. 우리나라, 이미 충분히 부자나라다. 개발도상국 얘기, 그만 꺼내야 한다. 잘 살기로 세계 15권인 나라가 언제까지 힘들다고만 할 것인가. 대한민국 규모의 성장을 이룬 나라 중에 이토록 저부담 저복지의 길을 가는 나라는 없다.

모두 가난한 사람들과 서민들만 희생되고 있는 꼴이다. 증세없는 복지야말로 국민배신이다. 작년에 국세수입실적은 예산보다 111천억원이 부족했다. 이런 식으로 국가재정이 운용되면 결국 파탄난다. 부동산, 금융자산, 상속과 증여재산 등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법인세도 마찬가지다.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올려야 한다. 그리고 모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세금, 좀 더 내고 모두 다 함께 더 많은 복지를 누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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