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존재하는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6차산업이 뜨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전남을 비롯해 전북·충남·경기도·제주도 등 전국의 우수사례 지역을 집중 취재해 이를 바탕으로 우리 지역에 산재한 자원을 이용한 6차산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푸른콩 장류로 6차산업 이끌어 장관상

제주 한라산청정촌 영농조합법인

한라산청정촌은 제주도 토종종자인 푸른콩을 원료로 전통된장, 간장, 청국장, 고추장 등 간장류를 제조·판매하는 전통장 제조·판매업체이다. 여기에 농촌교육농장 운영 등 전통음식을 통한 공동체 회복 운동으로 6차산업화를 추진 중인 곳이다. 장류 제조·판매로 연간 15,000만원 매출과 교육체험으로 5,000여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초기 단계의 우수업체다. 하지만, 이곳은 사멸 위기에 처한 푸른콩 전통장 제조법을 찾아내 전통문화유산 보존과 슬로우푸드 국제본부 한국 후보자원으로 선정되도록 하는 등의 노력에 2013년 전국 최우수농촌체험공간에 선정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이곳의 6차산업화는 1차 주변 농가와 토종 푸른콩을 재배·생산하는데서 비롯된다. 초기 직접재배에서 제조업 성장으로 종자 관리로 전환하되 주변 농가와 친환경 계약재배로 공급을 해결한다. 이를 차별화 및 자원화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2차는 푸른콩을 활용해 위생시설을 갖춘 전통장을 생산 및 판매하는 것이다. 전통장 제조법을 찾아 연구하고 보존 발전시키며 차별화·고급화하고 있다. 전용발효실, 건조실, 전용 보관창고 등 15억여원을 투자해 제조환경 및 공정을 개선한 것을 비롯해 한라산 650미터 고지에 700독 규모의 숙성장 등을 갖추는 등 성장하며 식품의 안전성을 높였다.

3차는 생산한 전통장을 백화점, 대형 유통업체, 학교급식을 비롯해 개인 직판까지 하고 있다. 제주 지역 호텔과 음식점 등에 제공하며 연계 마케팅 효과도 노리고 있다.

특히, 농업기술센터 사업인 농촌교육농장으로 선정돼 교육 및 체험장을 갖추고 학생·교사·영양사·조리사·학부모와 사회단체 등을 대상으로 전통장과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 및 공동체 회복운동도 펼치고 있다.

제주의 푸른콩을 전국적으로 브랜드화 하고 사멸 위기에 처한 자원을 보존하는 것은 물론 ()이니스프리에 화장품 원료로 납품해 전통장을 타 산업까지 넓히는 연계 효과를 내기도 했다.

1·2·3차 각 단계별 산업을 자원화와 체험활동 등으로 차별화하고 고객과의 신뢰를 높여가며 튼튼한 6차산업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1993년부터 장류 사업을 시작해 기반을 만든 창업자 김성주·양정옥씨 부부의 안목과 2003년 귀향해 3차 교육사업 및 2차 제조업을 재정비한 막내 아들 김민수·박영희 부부의 꾸준한 품질관리 노력 등이 성공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상업적 농사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양정옥(80) 제주 한라산청정촌 창업자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동에 자리한 영농조합법인 한라산청정촌은 각종 장류를 생산하는 위생시설과 교육 및 체험장을 제법 갖추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양정옥(80) 창업자는 백발에 주름이 가득한 시골 할머니였다. 지금은 7남매 중 막내아들 내외가 장류사업을 맡아 키우고 있지만 장 관리에 아직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25년 전 대농이었던 양씨 부부는 난초를 재배해 백화점에 직판행사를 하다가 우연히 장류 사업을 발견하고 전환했다. 난초 사업으로 십 수 억원의 손해를 입고 선택한 게 바로 푸른콩 된장 사업이었다. 당시 농촌여성 일자리 사업을 겸해 불과 7독으로 시작한 된장 판매사업은 과거 백화점 등을 돌며 난초 직판행사의 경험이 도움이 됐다. 장류사업은 그렇게 60대에 들어서야 본격화 됐다. 그렇게 7남매와 함께 사업을 키웠지만 젊은 층이 선호할 만한 직업은 아니었다. 고맙게도 유학까지 다녀온 막내 부부가 귀향해 이 사업을 함께했다. 이후 한국전통식품품질인증도 받고 한라산 650미터 고지에 숙성장도 만들었다. 농촌교육농장으로 지정돼 보조사업 혜택도 받게 되면서 사업은 법인으로 커졌다. 그 덕에 우수농어촌체험공간 전국 1위로 장관상도 받았다.

초창기 백화점 직판행사에서 하루 종일 된장을 퍼서 팔아야 할 정도로 인기였지만 전국적으로 장류 사업이 급증하면서 공급이 과다한 경우도 있었다. 그 때마다 제주 푸른콩이라는 차별화 전략은 버팀목이 됐다. 푸른콩이 일반 노란콩 보다 효능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원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제품에 대한 정성과 열정을 가지고, 어려운 일이라도 피나는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이 먹는 장류는 모든 음식의 가장 기본이 되어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를 만드는 것은 긍지를 가져야 한다. 재료부터 정직해야 하고 만드는 사람이 정직해야 하며 정성을 쏟아야만 정직한 제품이 나온다. 돈만 벌기위한 상업적인 농사나 제품 생산으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18만평 청보리로 6차산업에 도전장

섬 속의 섬 제주 가파도 청보리 축제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20분을 가야 도착하는 곳이 가파도, 그래서 섬 속의 섬이라 부른다. 여느 농어촌과 같이 고령화와 수산자원 고갈 문제가 다가오자 경기 침체 대책 자급자족용으로 재배하던 청보리를 경관화 하는 청보리축제였다. 가파도의 595,000의 청보리 밭을 활용한 첫 축제는 지난 2009년 시작됐다. 2,000만원의 보조금으로 시작한 축제는 보리밭 투어부터 섬의 역사와 자연, 독특한 생활 문화를 연계한 12일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보리는 고령화 특성에 적합했으며, 도로와 주택을 제외한 섬 대부분에 재배한 청보리는 그 경관 자체만으로 관광상품으로 충분했다. 축제 4회부터는 보조금이 줄었지만 자부담이 늘어날 만큼 축제 경쟁력이 높아졌다. 관광객 방문이 증가하고 청보리 판매에 미역 등 해산물의 가격도 상승했다. 방치되던 땅은 다시 소득을 위한 개발이 이뤄지면서 지역 활성화를 이끈 가파도는 6차산업화의 대표적 사례지로 떠오른다.

초창기 3회까지 이벤트업체가 주도하던 축제는 이후 주민 중심의 축제추진위 체제로 전환됐다. 올해의 경우 411일부터 510일까지 30일간 열린 제 7회 축제 기간에 41,000명이 넘게 방문했다. 평소 모슬포항에서 295명 정원의 선박이 1시간 꼴로 운항하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축제기간 전후로도 제주도 한라산과 관방산을 배경으로 한 청보리·황금보리 장관은 주말마다 인기다.

프로그램은 청보리밭 걷기가 주 인기지만 돌탑쌓기, 보리밭마라톤 및 커플자건거대회, 보말빨리까기, 소라잡기 및 구이시식, 연날리기, 마른미역먹기, 올레길 보물찾기 등 20여 가지에 달하다. 이중 자전거대여나 소라체험 등 소득과 연계되는 프로그램은 물론 마을에서 생산되는 청보리를 수매해 소포장한 뒤 판매하거나 공동민박과 보리밥 판매 등은 수익으로 이어진다. 청보리 축제를 통해 다양한 수익이 창출되고 이는 마을 적립금과 주민에게 분배된다. 40kg45,000원 하던 도정 직전 보리가 소포장 등으로 6만원 넘게 팔리거나 미역 역시 1kg1만원에서 2만원에 판매되는 등 농산물 가치 상승효과도 있다.

제주시나 서울 등 타지역 관광객이 가파도에 못 갈 정도로 몰리면서 대정읍에서 소비활동을 벌여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 몫 한다.

1차 산업인 청보리 밭 및 농수산물, 소포장 수준이지만 2차 가공, 3차는 이들 모두를 체험객으로 유치한 6차산업화로 볼 수 있다 

 

차별성 떨어지는 인위적 요인은 실패

홍태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보리축제 담당

정부가 가파도 청보리 축제를 6차산업 우수사례로 꼽고 성공요인으로 분석하는 것은 확실한 수익창출 모델과 주민 참여에 따른 고른 소득분배, 뛰어난 리더십과 공동체 정신 등이다. 물론 매년 급격히 증가하는 관광객 수요에 대비한 사계절 프로그램과 교통수단 및 숙박시설 강화 등은 과제로 남겼다.

이에 대해 가파도 청보리 축제를 담당하는 서귀포시 대정읍 홍태화 주무관은 섬이다 보니 안전한 진입이 가능한 교통편 확보가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고 강조한다.

홍 주무관에 따르면 가파도는 연간 15~20만명이 방문하고 그중 축제기간에 30%가 넘는다. 올해는 41,000명이 넘게 다녀갔다. 평상시 17회 운항한 점을 감안하면 20배가 넘게 운항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축제기간 방문객이 배를 타지 못해 대정읍 주변에서 소비활동을 벌여 연관 경제효과가 나타나지만 이들의 불편을 덜기 위한 교통편 확대가 필요하다. 해결 시 축제기간 방문객이 6만명이상 될 것으로 본다.

특히, 교통편 외에도 다양한 흥밋거리 프로그램이 공모 등을 통해 제안되고 있지만, 타지자체 축제와 같이 인위적인 것들을 강화하는 것은 반대한다. 이 섬은 경관지구 사업인 제주도 차원의 가파도 프로젝트사업이 추진 중이며, 탄소 없는 섬으로 인증된 곳이다. 자연경과 자체가 자원인 이곳에 인위적인 것은 차별성이 떨어져 필요하지 않다. 때문에 일반 차량들의 진입도 통제하며, 가급적 친환경 전기차를 시범운행하고 있다.

대신 지역 특성을 살린 천혜의 자연자원 경관을 유지관리하면서 미역, 보리, 소라 등 농수산물 가공·판매 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소득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가파도의 핵심인 청보리밭은 풍경을 위해 지속돼야 하지만 보리수매가 폐지되면서 대체작물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 보리를 위해서는 수확 후 휴경해야 한다. 이 때문에 보리밭은 마을이장이나 부이장 등 3~4명이 주축이 되어 재배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가공을 통해 특산물화가 필요하다. 민박과 공동판매장 등 축제를 통해 얻어진 수익이 주민들에게 골고루 분배되어 현재 절반 이상인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지금보다 더 높이는 것도 해결과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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