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재/ 2017국제농업박람회사무국 운영부장, 농업연구관, 농업정책학박사

출발하면 떠오르는 것이 출생, 일출, 입학, 취업, 새로움 등의 시작을 알리는 단어들이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12지신으로 닭띠 해이다.

역사적인 출발점에서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지난해의 소회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치적으로 큰 획을 그을 것으로 예상되는 최순실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통과, 413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소야대의 정치지형과 국민의당 호남 싹쓸이에 맞선 영광과 순천지역의 표심, 북한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 및 샤드배치 등 정치적 고비마다 국민들이 가슴을 졸이던 시간들, 인공지능에 맞선 이세돌 국수의 한판 승부에서 첨단기술에 대한 경의와 무서움, 경주에서 발생한 진도 5.8의 강진에 대한 두려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발효로 허탈감에 휩싸인 농어업계와 중소상인들, 리우올림픽에서의 환희의 순간 등을 들 수 있다.

정유년은 정()의 불() 기운이 닭을 만나는 형국이어서 붉은 닭인데 이는 귀와 눈이 밝다는 의미의 총명(聰明)한 닭에서 유래하여 밝은 닭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즉 귀와 눈이 밝으면 자신은 물론 주변도 밝아질 수 있다는 취지이다. 문헌에 등장하는 닭을 살펴보면 윤동주는 별똥떨어진데의 작품에서닭이 홰를 치면서 맵짠 울음을 뽑아 밤을 쫓고 어둠을 짓내몰아 동켠으로 훠언히 새벽이란 새로운 손님을 불러 온다.’ 라 하여 하루의 시작을 힘차게 노래하였고 중국의 한영(韓嬰)한시외전에서 닭에는 다섯 가지의 덕(鷄有五德)이 있는데 수대관문야, 족박거무야, 적재전감투용야, 견식상호인야, 수야부실신야(首帶冠文也, 足搏距武也, 敵在前敢鬪勇也, 見食相呼仁也, 守夜不失信也)라고 불렀다. 이는 머리에 관을 쓴 볏은 학문의 (), 발에 갈퀴를 가진 것은 (), 적에 맞서서 죽을 때까지 용감히 싸우는 것은 (), 먹을 것을 보면 상대를 부르는 것은 (), 밤을 지키고 새벽을 알리는 것을 ()이라 묘사하고 있다. 예로부터 닭은 풍요와 다산의 덕을 갖춘 상서로운 동물로 전라남도에서 닭 지명에서 유래한 곳이 83(전국의 28%)로 풍요의 땅이 될 것이라고 널리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닭의 해를 맞아 우리나라 농어업계와 양계산업을 진단하건데 급격한 가격하락과 매출 부진으로 붕괴위기에 놓여있다. 쌀값의 하락은 물론 가금류(家禽)에서 발생하는 제1종 가축전염병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Avian influenza virus)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AI 지난해 1116일 해남에서 발병한 후 전국으로 확산되어 현재까지 3300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살 처분했지만 아직까지도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AI에 감염된 분변 1g은 닭 10~100만 마리를 감염시킬 수 있어서 피해가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I 방제를 위해서는 불갑저수지 등지에 날아오는 야생철새의 유입을 차단할 수는 없겠지만 가금류 농장의 방문 자제와 축사 진입로에 생석회를 뿌려서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

밝은 닭띠 해에 힘차게 첫발은 내딛고 있다. 지난해의 어려운 일들을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도록 필자가 소망하는 바를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음미하고자 한다.

첫째, 모든 국민들이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사회는 아니더라도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이해되고 신뢰할 수 있는 미래정치의 리더십이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환경이 조성되면 현재까지의 극도의 혼란과 대립, 불신을 조기에 불식시키고 안정된 사회시스템이 우리사회를 더욱 굳건하게 일어서게 할 수 있을 것이.

둘째, 경제의 안정화가 중요하다. 최근에 해외 언론과 각종 연구기관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에 많은 비판이 쏟아내고 있다. 이는 저성장과 저소비고실업고위험 등 L자형 장기침체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경제의 활력이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의 양극화를 극복하고 중소 자영업자와 농업인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경기흐름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농어업에 몰아친 FTA와 부정청탁 금지법 등 각종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시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금년 10.26.~11.5.(11일간)까지 열리는 2017국제농업박람회가 꼭 성공을 거두기를 소망해 본다.

셋째,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고용창출에 의한 인구 유입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 광주전남연구원 발표에 의하면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2040년에는 광주전남 읍3곳 중 1곳 이상이 소멸할 수 있는데 광주 95개 동 중 34(35.8%), 전남 297개 읍동 중 98(33.0%)이고 2040년 이후로까지 간다면 광주 18, 전남 144곳이 추가로 대상에 포함돼 광주·전남 392개 읍동 중 294(75.0%)이 소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영광군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빛원전, 대마산단 등지와 농어업분야에 젊은이의 종사 비중을 높이고 적령기에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져야한다. 금년에는 2010년도 출생한 '백호띠' 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교실이 북적인다고 하는데 '황금돼지띠', ‘흑룡띠처럼 속설의 흐름과 연관하여 사회적 출산이 지속적으로 높아져야 할 것이다.

넷째, 사회 구성원 간에 서로 양보하고 소통하며 이웃을 사랑하면서 덕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건전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여식과 공직에 있는 아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 논어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이다. 덕을 베풀면 반드시 이웃이 있고(德不孤 必有隣/덕불고필유린),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하게 해서는 안 된다(己所不欲勿施於人/기소불욕물시어인). 라고 말이다.

필자는 1957년 정유년 태생이라서 금년은 더욱 감회가 깊다 할 수 있다. 새해 새로운 포부로 힘차게 출발하는 모든 분들이 가정과 직장, 그리고 국가를 위해서 헌신하고 있는 가운데 영광신문 독자 여러분 모두 밝은 닭의 기운을 받아 소망하는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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