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프리랜서

요즘 주요 관심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다. 어려운 시기에 북한의 악재까지 겹친 순방은 그만큼 힘이 들 것이다. 국내의 국정도 다난한데 인사까지 무불통의 야권에 속수무책이니 떠나는 마음도 편치 않을 거라는 예상이다. 국익보다는 당익을, 당익보다는 계파의 이익을, 계파보다는 개인의 사익을 우선으로 하는 정치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 선진국 진입은 멀고 험하다. 스스로 선진국을 자처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정작 나라의 리더들은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발상은 유신 때부터 줄곳 이어져 지금에 이르렀다. 말로는 국익이고 사랑하는 국민이지만 행동은 삼류 정치인에 지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한심하다.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취직 문제로 부도덕을 입에 달고 살더니 이제 자신들 스스로가 부도덕을 자백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못해 기이하다. 여기에 꼬리 자르기의 통상적인 수법까지 더해지면 과거 여당의 판박이다. 위는 아래로, 아래는 윗선으로 떠넘기는 모습이 흉하지만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이 보고도 없이 평당원 선에서 이뤄졌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원칙적인 책임은 안철수에게 있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이번 사건의 중심은 안철수의 측근에서 벌어진 일이다. 만에 하나라도 안철수가 몰랐다면 바지사장이거나 무능력한 후보였다. 어떻게 해석을 해도 책임은 당시 후보 안철수에게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더욱 가관은 박지원이다. 이 사안을 특검으로 넘기자는 것이다. 문준용 의혹까지 같이 특검을 받자고 한다. 참 후안무치다. 저지른 자들이 오히려 피해 당사자까지 수사를 하자는 발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가장 높은 곳으로 보고되었을 사안이다. 뒤에 전문가들이 숨어있다. 국정원 댓글사건보다 질이 좋지 않다. 없는 사실을 만들어 뒤집어씌운, 전례가 없는 사건이다.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특검이란 검찰에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운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박지원은 제대로 이뤄지는 수사를 특검으로 넘기자는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교묘한 세치 혀로 살아온 정치인의 전형이다. 이제 정치판을 떠날 때가 되었음을 스스로 깨닫는 것도 한 수이고 조금이라도 덜 더렵혀진 유종의 미가 될 것이다.

이제 김한길이 다시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실 여부는 확인이 안 되었지만 그럴만한 근거는 있다. 그리고 아니 땐 굴뚝에선 연기가 나지 않는다. 이들은 순수한 정치인 안철수를 망친 장본인들이다. 공천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예상이 들자 안철수를 내세우고 탈당과 창당을 했다. 만일 안철수가 민주당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문재인과 재미있는 경선 한판을 벌였을 것이고, 설혹 지더라도 차기엔 가장 강력한 민주당의 후보가 되어 지금보다는 훨씬 좋은 여건이 되었을 거라는 예상은 쉽게 나온다. 이들의 전형적인 수법을 깨닫지 못한 당사자도 문제지만 정치판을 온통 흙탕물로 만들어가는 정치인도 문제다. 한국의 정치인 이미지는 거짓과 음해의 대명사다. 이런 바닥에서 서민과 흙길을 모르고 고고하게 살아온 서생 안철수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었다.

BBK와 김경준 사건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만기 출소한 김경준이 유영하 변호사와 관련된 기획입국설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지만 5촌들의 살인사건 의혹, 4대강 건설 의혹 등 끝이 없다. 어디까지 진실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언제까지 진실을 외면한 정치판이 될 것인지 궁금하다. 음해와 모략과 거짓으로 점철된 정치가 큰 줄기를 이루고, 바른 정치를 외치던 일부와 내부 협력자들은 가지치기를 당해왔다. 부당을 외치면 해고와 좌천을, 정당한 일 처리에는 나쁜 사람이 되었다. 물구나무를 서지 않으면 세상을 볼 수가 없다. 이제 새 정권이 물줄기를 바로 돌려놓을 것인지, 아니면 슬며시 동화되어 갈 것인지 평형의 추를 맞추고 지켜봐야할 것이다. 정치인과 욕심은 불가분의 관계라지만 애국충심이 욕심보다 단 1%라도 더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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