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프리랜서

대한민국은 올해로 광복 72주년을 맞았다. DMZ 평화 콘서트를 비롯해 각종 기념행사가 열리고 소신 발언도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건국을 1919년으로 잡아 과거 9년의 친일 왜곡을 바로 잡았다. 건국을 1948년이라 우기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오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고대국가의 신라에서 시작하는 것이 사대사상이다. 5세기 중엽 신라는 당나라의 문물과 법제를 가져오면서 스스로 예속되기를 청한다. 보통 김춘추가 7세기 중엽에 당의 법제를 받아들여 제도를 정비한 것으로 알지만 실상은 훨씬 이전부터다. 당시 중국의 지도를 보면 신라가 당의 일부로 표기되어 있음은 이를 증명한다. 김춘추의 굴욕 외교에 이어 고려시대에는 원의 사위국가로 살아남았고, 청에게는 스스로 제후국이 되었다. 억울하고 부끄럽지만 역사적 사실이다. 여기서 벗어나고자 들어간 곳이 호구(虎口) 일제치하였고, 다시 독립군의 수많은 목숨을 바치고 벗어난 곳이 미국의 군정치하다. 미국이 해방군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현대사의 무지랭이다. 그들은 자신의 입으로 정복군으로 들어 왔음을 밝혔고 8.15 해방의 날 내려졌던 조선총독부의 일장기를 다시 올리라 명령했다. 그리고 그들이 9월 초에 들어와 일장기를 내리고 올린 깃발은 미국 성조기였다.

국권은 병권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져와야할 권리를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 국제법으로는 독립국이지만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마음은 여전히 미국 군정치하를 원한다. 이들에게 부끄러움은 인격적 사치에 불과하다. 이들은 자신을 보수라 칭한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보수가 아닌 친일의 부모가 드러난다. 그래서 대한민국 건립은 1948년이다. 자신들의 부모가 저지른 매국의 정당성을 없었던 국가에서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팔았던 나라의 1910년에서 1948년 정부 수립까지의 기간은 영토와 주권, 국민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자유한국당 류석춘 의원은 3요건의 미비로 그 시기는 국가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바로 친일파의 전형적 행태 역사의 축소. 이병도는 국사의 정리를 통해서 한사군을 한반도 북부로 우겨 넣었고 만리장성을 북한까지 이어주는 관용을 보여 이만리 장성을 만들었다. 우리는 줄이고 중국과 일본은 키우는 방식이 틀림없는 황국사관이다. 이들의 정신적 육체적 후예가 보수라면 세계의 진짜 보수를 욕하는 것이다. 보수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이지 사익을 위해 나라를 파는 무리가 아니다. 반공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숨어 보수라는 가면을 쓴 가짜들의 향연은 그래도 찬란한 진행형이다.

자신들이 국부라 칭하고 대한민국을 건국했다는 이승만은 건국절을 1919년이라 분명히 밝혔고, 헌법에도 명시가 되어 있지만 이들 가짜 보수가 진정 원하는 것은 조상이 팔았던 1919년의 부정이다. 자신들이 추종하는 미국도 1776년 독립선포일을 건국으로 정했지 실제 독립일을 건국일로 하지 않았다. 같은 국가에서 동 시대를 살면서 전혀 다른 사상과 판단을 갖고 사는 두 부류의 탄생은 혼란스럽지만 인간 특유의 본성인 욕심을 이해한다면 어렵지만은 않은 문제다. 수오지심의 유무이기 때문이다. 옳지 못함을 부끄럽게 여기고 선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수오지심의 출발은 의()에서 나온다. 여기에 지혜에서 출발하는 시비지심의 결여까지 더해지면 불의를 낳고 불의는 욕심을 만든다. 욕심은 자신을 속이고 나라를 팔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정당성과 합리성을 부여한다. ‘국가를 위해서라는 대의로움이다.

고조선을 한반도 안으로 우겨넣은 이병도는 한국사를 장악하고 국토가 아닌 민족혼을 팔았다. 하지만 그의 학설은 아직도 대학가의 통설이다. 그야말로 철옹성이요 요지부동이다. 대한민국 사학계는 이병도의 제자들이 3세를 이어가며 강단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도 일본인 스승 쓰다 소키치, 요시다 도고 등의 정신은 이병도를 통해 이기백, 이기동에게 이어지고 다시 3세 강단으로 흘렀다. 이렇게 우리는 민족성을 상실하고 있다. 애국가는 친일파 안익태와 윤치호가 작곡 작사를 했고, 이순신과 안중근, 서재필, 논개 등의 항일 열사는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김은호가 일본식 화풍으로 초상을 그렸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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