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훈/ 전남서부보훈지청 보훈과

저는 20165월에 처음 임용되어 업무를 시작한 새내기 공무원입니다. 제가 임용되기 전부터 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던 청탁금지법은 뜨거운 감자였기 때문에 저도 대략적으로나마 그 내용을 알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부정청탁이니 청렴이니 하는 말은 이전까지 학생이었던 저에게 있어 멀고 먼 이야기로만 느껴졌었기 때문에 그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59, 대망의 첫 출근일, 저는 전남서부보훈지청의 입구에서부터 청렴결의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입구에 붙어있는 청렴포스터와 계단에 붙어있는 청렴슬로건들이 저를 가장 먼저 반겨준 동료들이었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청렴해야 보배’, '청렴Start 부패 Zero' 등 청렴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 문구와 그림들이 곳곳에서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첫인상은 그 대상에 대한 판단의 80%를 차지한다고 하는데 저는 무엇인지도 모를 제 업무에 있어 청렴해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장먼저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새내기 공무원으로서 처음 맡은 업무는 국군장병 위문업무였습니다. 6호국보훈의 달동안 국토방위에 여념이 없는 국군장병을 방문하고 전국의 공공기관 임직원이 자율적으로 모금한 위문금을 전달하고 사기를 북돋워주는 업무였는데, 위문을 받는 국군부대와 의경부대 장병들이 크게 기뻐하며 사기가 높아지는 모습이 보여 큰 보람을 느끼며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그런데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한정된 기간동안 최대한 많은 부대를 방문하기 위해 일정을 잡다보면 점심시간에 인접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의문화상 함께 식사를 하자고 권유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함께하는 식사는 사람간의 관계에 있어 정말 중요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위문금을 전달받은 부대에서 식사제의를 할 때 그 성의와 예의를 보아 거절하기 힘들었던 것이 청탁금지법이 있기 전까지의 실상이었습니다.

그러나 2016, 온국민의 관심사였던 청탁금지법이 시행을 앞둔 시점에 저희는 기분좋게 그 제의를 거절할 수 있었고 제의한 부대측에서도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니, 청탁금지법이 바람직한 문화를 조성하는데 얼마나 이바지 했는지를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떤 부대에서는 먼저 나서서 점심시간이지만 청탁금지법도 있고 해서 점심식사 대접은 생략하겠습니다.”라고 웃으며 말씀해주시는 곳도 있었습니다.

공직자는 세금을 운용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절대로 그 세금에 기대어 이득을 취해선 안되고, 게다가 국군장병 위문금은 세금이 아닌 자발적인 성금이기 때문에 더더욱 신성하게 전달하고 거기에 따른 감사는 온전히 성금을 내주신 분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데 청탁금지법이 많은 힘을 보태 주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선을 추구하지만, 악은 교묘한 위장으로 착한 사람을 끌어당깁니다.처음부터 악을 추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선을 향한 분명한 이정표가 필요할 뿐입니다. 그리고 청탁금지법은 공무원 개개인의 여정에 이정표가 될 뿐만아니라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청탁금지법이 잘 정착되어 공무원이 마음놓고 웃을 수 있는 청렴한 공직사회가 될 수 있도록 제가 먼저 앞장서서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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