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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가족을 이루며 산다
김철진/ 광신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사회복지학박사
2017년 12월 25일 (월) 11:25:28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1인 가구를 향한 시선이 바뀌고 있다. 과거 가족 해체의 부작용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이른바 잘 나가는 사람을 상징하기도 한다. TV의 한 프로처럼 나 혼자 산다를 당당히 선언하는 1인 가구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전에, 과거 1인 가구는 비정상적인 형태였고, 혼자 사는 이들은 종종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곤 하였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공동체 생활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기본적인 것이었으며 산업화된 시기에도 1인 가구는 사회문제로 인식되었었고 사회 문제아 정도로 취급하기도 하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가족을 이루면 산다. 다른 고등 동물들도 가족을 형성하며 살지만, 인간의 가족은 본능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역사적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가족(가정)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그 사회적, 역사적 성격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독립영화로 수많은 관객에서 메세지를 던졌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를 대하면서 가족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인간극장에서 로맨티스트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소녀감성 강계열 할머니인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백발의 연인'을 처음 봤을 때 우리나라에 이런 부부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다정다감하게 보였다.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귀여우셨다. 가슴이 찡하면서도 이런 배우자를 만나고 이런 남자가 되어야 되어야겠다 등 많은 생각을 주는 영화였다. 이는 가족이라는 테마를 소재로 했고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라는 내용이 울컥하고 코끝이 찡해짐은 우리네 인생살이 속에서 가족이 주는 깊은 의미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 정치 등 대부분의 사회 영역에서의 변화는 발전과 근대화라는 바람직한 흐름으로 보고 변화 자체를 가속화시키려는 전 국민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반하여, 유독 가족 변화에 대해서는 마치 한국인의 정체성(正體性)이 없어지는 것처럼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이 오늘의 가족 현상을 위기의 징후로 보며, 사회적인 병리 현상으로 평가한다. 독신과 동거 부부는 일탈(逸脫)적 가족이며, 이혼은 가족 해체 현상이고, 주부의 취업으로 인해 육아와 가사 노동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생기고 가부장권이 약화되는 현상은 심각한 문제가 되며, 개인주의적 핵가족화로 노인 부양 체제가 약화되는 것은 사회적 위기이다.

그러나 사회 변동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족의 변화와 이에 수반되는 가족 문제를 병리적인 현상으로만 이해할 경우 변화와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가족의 현상적 변화는 역사적으로 지속되어 왔으며, 사회 문화적 상황에 따라 그 형태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가족 윤리도 운명적으로 주어진,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소위 인륜, 천륜으로서 생각하기보다는 역사적으로 변천하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가족 제도 아래에서 실천되었던 전통적 가족 윤리와 규범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변화에 대해 경직된 저항으로 대응하는 것이어서 비현실적이며, 비합리적인 주장이 될 수 있다. 고로 가족과 관련된 변화를 직시하고 여기에서 파생된 문제에 대한 적절한 진단과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그러면 한국 가족은 어떻게 변화하여야 하나? 우리는 가족 변화의 방향을 단일한 형태로 규정할 필요는 없다. , 핵가족이냐, 확대 가족이냐 와 같은 어떤 특정한 형태의 가족을 선택하건, 혈연 가족을 굳이 고집할 필요도 없다. 개인의 생존, 인간의 재생산, 사회의 기능 유지 등을 담당하는 가족 공동체의 모습은 사회적역사적 맥락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어 왔으며,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다. 따라서 미래 가족의 삶은 개인의 정서적경제적 기본 욕구가 충족되고, 가족 구성원들 간의 평등하고 민주적인 관계가 유지되며, 공동체적 원리와 개인의 자율권이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그 구체적인 형태는 다양할 수 있다. UN1994년을 '세계 가족의 해'로 제정 이후 미래 가족의 대안으로 제시한 '동반자적 가족들(Partnership Families)'은 이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평등한 권리와 권력의 사용이 보장되고 구성원들 간의 협동이 전제된 구조, 성 역할에 대한 융통성 있는 태도, 가사의 공평한 분배, 경제적 책임의 공유, 자녀 양육의 공동 책임, 공동 의사 결정, 가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활동, 그리고 변화에 대한 개방성을 미래의 가족들이 지켜야 할 원칙들로 제안하고 있다.

가족의 변화는 개인이나 가족의 개별적인 노력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으며 지역 사회, 국가를 포함하여 전 사회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왜냐 하면, 가족은 개인의 생존 공간이며, 동시에 사회 재생산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 집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을 사회와 분리된 자율적 단위로 간주하고 방치한다면 현재 가족이 당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가족 공동체를 우리 사회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전제하고 있는 가족에 대한 고정 관념에서 탈피하여 보다 개방적인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가족은 이러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면서 단일한 가족 형태만을 고집한다면 갈수록 다양해지는 개개인의 욕구와 사회적 요구 모두를 충족시킬 수 없으며, 당면한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심화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므로 가족 성원의 개별적 욕구가 존중되고 그들의 선택이 반영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적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만 사회 전체의 공동체적 연대와 진정한 사회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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