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죽음(23)-헤라클레이토스

죽음에는 질병이나 사고, 사형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그런데 스스로 선택한 치료방법에 의해 사망에 이른 사람이 있으니, 그 주인공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기원전 6세기 말 생존)이다. 만물의 근원을 불이라고 주장했던 헤라클레이토스는 소아시아의 서쪽 해안에 세워진 도시 에베소 출신이다. 그는 저명한 귀족집안에서 태어나 홀로 공부하고 연구하여 철학적 깨달음을 얻어냈다고 한다. 스스로 고독을 즐겼으며, 자신의 앞선 사상가들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또한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행동과 수수께끼 같은 심오한 말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후대 사람들로부터 어두운 사람이라 불렸으며, 동생에게 집안의 모든 권한을 물려줌으로써 매우 고매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친구인 헤르모도로스가 외국으로 추방되자 가장 쓸모 있는 인물을 내쫓은 에베소의 어른들은 모두 목을 매고 죽어버려야 한다. 미성년자들이 정치를 하는 게 더 낫겠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대중을 멸시하고 민주주의에 반대하였던 헤라클레이토스는 결국 인간에 대해 넌더리를 내고 산 속으로 들어가 풀과 잡초로 끼니를 연명해나갔다. 그러한 섭생(攝生=병에 걸리지 아니하도록 건강관리를 잘하여 오래 살기를 꾀함)이 오히려 그의 건강을 해쳤는데, 그로 인하여 결국 수종증(水腫症-몸의 조직 안에 임파액이나 장액이 많이 고여 몸이 붓는 병)에 걸리고 말았던 것이다. 치료를 위해 도시로 돌아온 그였지만, “홍수를 가뭄으로 바꿀 수 있느냐?”는 자신의 질문에 의사들이 대답을 못하자 다시 또 치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의사의 도움 대신 자신의 방식에 따라 병을 치료하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선택한 처방이 쇠똥치료였는데, 즉 쇠똥을 온몸에 바르고 햇볕 아래 누워 몸을 말리는 자신만의 독특한 치료법으로 몸 안의 물기를 증발시키려 했던 것이다.

이처럼 무지막지한 치료가 그를 속절없이 비참한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설이 있다. 그것은 더욱 비극적인데, 그러한 전후사정을 알 리 없는 무지한 개들이 쇠똥을 바르고 누워있는 헤라클레이토스를 보고 시체인 줄 잘못 알고, 머리며 살이며 뼈다귀며 할 것 없이 모조리 먹어치웠다는 것이다. 물론 쇠똥치료로 몸이 완치되었다는 설도 있지만, 그 부분은 문헌마다 의견이 각각 다르다.

모든 것은 흐르고 변할 뿐, 고정된 것은 없다고 하는 만물유전(萬物流轉)사상을 내세우며 그는 우리는 똑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집어넣을 수 없다는 논리로 그것을 증명하려고도 했다. 그는 만물의 기원을 로 생각했는데, 그에 따르면 이 불이 변화하여 공기, 바람, , , 영혼 등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불로부터 생겨났으며 생성과 소멸, 대립과 투쟁 안에서 서로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헤라클레이토스는 불은 공기의 죽음으로 살고, 공기는 불의 죽음으로 산다. 물은 흙의 죽음으로 살고, 흙은 물의 죽음으로 산다.”, “싸움은 만물의 아버지이며 만물의 왕이다”, “건강을 달콤하게 만드는 것은 병이며, 배부름을 달콤하게 만드는 것은 배고픔이다라는 말들로 표현했다.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한 불은 물질 이상의 어떤 형이상학적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은 근원적인 에너지이자 신적 요소와 인간의 영혼을 내포하여 있다. 또한 불은 대립된 만물들이 하나의 근원에서 나왔고 결국에는 다시 근원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헤라클레이토스는 신은 낮이자 밤이며, 겨울이자 여름이고, 전쟁과 평화이며, 포만감이자 배고픔이다.”, “선과 악은 하나다.”, “삶과 죽음, 깨어남과 잠듦, 젊음과 늙음은 같은 것이다.”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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