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춥지 않았던 겨울을 뒤로하고 다시 봄이다.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사계의 순환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자연을 따르지 못한다. 아직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은 냉골찬 겨울이다. 국민의 마음을 대변한다는 국회가 한번 얼어붙더니 녹을 생각을 않는다. 특히 자유한국당의 대표를 뽑는다는 전당대회는 대다수 국민을 얼렸고 일부 당사자들의 쓰린 상처에 다시 염장을 질렀다. 여기에 언론은 쉬지 않고 추임새를 더한다. 얼어붙은 동토(凍土) 대한민국에는 언제 따뜻한 봄이 올까.

요즘 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특히 미디어의 중심축이 움직이고 있다. 종이에서 모니터로 급속하게 옮겨 붙었던 불길은 순식간에 손안의 작은 만능 신() 핸드폰으로 이동했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그래서 기성세대의 감각은 흔들린다. 디지털 적응력이 문제가 아니라 정보를 얻는 방법과 매체의 문제가 훨씬 크다. 60대 이상의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연배는 신문과 방송의 위력을 아직도 신처럼 믿고 있으며 핸드폰을 통해 들어오는 무차별적 정보의 가부를 전혀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장 득을 보는 부류가 가짜 뉴스 생산자들이다. 먹히니 하는 것이다. 실제 20-40대 다수는 신문과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다. 이들은 모든 정보를 손안의 핸드폰을 통해서 접하는 것이다. 컴퓨터로 접속해야만 가능했던 SNS의 넘치는 정보가 고스란히 손 안으로 들어왔다. 이젠 주 소비층의 20-40대는 TV를 거의 보지 않으며 결과 TV광고를 무력화 시키고 있다. 이젠 가장 비싼 광고료를 TV와 신문에 지불하던 시대는 거의 끝나고 있는 것이다. 머지않아 신문과 방송은 가장 큰 수입원인 광고료를 포기해야할지도 모른다. 결국 광고를 받지 못하는 매체는 존재가 어려워진다. 미디어의 축이 움직이고 있는 증거다. 이러한 현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계적 기업의 모든 지향점은 우리 손의 핸드폰으로 향한다. 2018년 세계 10대 매출 기업의 면면을 보면 이해가 빠르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닷컴, 텐센트, 페이스북 등이다. 거의 핸드폰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동의 자리를 지키던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시대적 조류를 무시하지 못하고 2006년 휴대용 멀티미디어 재생기(PMP)를 출시하지만 애플사의 아이팟(iPod)에게 자리를 뺏기고 만다. 역시 애플사의 핸드폰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핸드폰에 자리를 내린 SNS인 셈이다. 그래서 2016년 약 31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SNS회사 링크드인(Linked-in)을 인수했다. 아마존닷컴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다. 매출이 17786천만 달러고 직원이 566천명이다. 물론 모든 쇼핑이 핸드폰을 떠날 수 없는 기업이다. 텐센트는 중국의 세계 최대 게임 회사다. 시작은 네이버와 비슷한 포털이었지만 현재는 게임 퍼블리싱이 주력 사업이다. 우리가 중국의 후진성을 흉보는 사이 그들은 이미 우리를 앞섰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게이머들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가 게임은 애들을 버리는 짓이라는 딜레마에 빠져 중국에게 온전히 자리를 내주었다. 현재 한국의 잘나가는 게이머 연봉은 최고 연봉의 야구선수 이대호 보다 25억이 많다. 게임은 아이들을 망치지 않으며 국제 추세는 이미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만 나쁜 짓으로 낙인찍고 경원시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설명이 필요 없다. 이들을 컴퓨터로 접속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대로 핸드폰과 혼연일체다. 청소기에 다이슨이라는 100만 원이 넘는 유명 브랜드가 있다. 다이슨을 복제한 중국제를 차이슨이라 이름 붙이고 스스로 유사품임을 밝히며 수입한 회사가 처음 1주일을 한 개도 팔지 못했다. 그런데 구글의 계열사인 YouTube에 비교 동영상을 올렸더니 바로 5천개가 팔렸다는 실화가 있다. 여기에 구입하라는 사족은 필요치가 않다. 이젠 여기서 개인방송과 홍보의 시대를 열고 있다. 거부할 수 없는 핸드폰 미디어 시대다. 세상으로 통하는 모든 정보가 바로 내 손 안에 있는 것이다. 단지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의 가부를 가리는 능력은 자신들이 아는 만큼이다. 문자로 들어오는 숫자만 눌러도 내 통장의 돈을 고스란히 빼 간다는 등의 황당한 가짜 뉴스까지 굳게 믿고 지인들에게 급히 전송하는 순박한 세대에게 변별력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이들에게 내 손안의 미디어는 혼란을 가중할 뿐이다. 그래도 세상의 모든 정보의 중심은 핸드폰으로 들어와 버렸고 최대의 기업들은 핸드폰과 일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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