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시인, 영광신문 편집위원

- 1월부터 5월까지-

영광이 옥당골이라는 별칭을 갖게 된 데는 몇가지 주장이 있다.그 중 한가지는 어염시초(魚鹽柴草)가 풍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옛날 농경문화 시대에서 삶의 근간이 되는 각종 수산물과 생활의 필수품인 천일염과 땔나무와 식량이 넉넉하게 생산되는 곳이었기에 그런 별칭이 주어졌다는 주장이다.

70년대 까지만 해도 서민들에게 있어 연탄 넉넉히 사들여 놓고 쌀독이 가득 채워져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농수산물이 풍요롭다 못해 넘쳐나는 시대다. 경제적으로도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만큼 안정이 되었기에 이제 사람들은 먹거리에 대해서도 양보다는 맛과 질을 추구하는시대가 되었다.

영광의 풍요를 상징했던 ''어염시초''중 첫번째인 ''()''는 말 그대로 칠산바다에서 생산되는 온갖 수산물의 총칭이다.

칠산바다와 접해있는 염산. 백수. 법성.홍농.낙월면에서 사시사철 생산되는 다양한 수산물은 어종에 따라, 철에 따라 최고의 맛을 내는 때가 있다. 아무리 고급어종이라도 제 철에 먹지 않으면 별미로써 참맛을 느낄 수 없다.

혹한기인 1월이 되면 회유성 어종들이 먼 바다

로 빠져나가고 연안에는 토착어종들만이 남는데 그 대표 어종이 숭어와 망둑어(일명 문절이). 겨울철에 회를 떠서 초장에 찍어먹는 어종중에 숭어만한 고기가 없다. 또한 이 때에 같이 즐길 수 있는 패류로는 송이도에서 많이 나오는 죽합(일명 맛)이 있는데 묵은 갓김치나 간장에 절인 깻잎에 싸서 먹을 수 있고, 끓는 물에 데쳐 먹으면 그 통통하고 쫄깃한 육질의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겨울철 어종으론 낙지와 물매기 굴 소라 등이 있는데 잡식성인 소라는 그 식감과 영양가에 있어 전복에 뒤지지 않는다. 숭어는 산란기철인 5월이 지나면 맛이 없어지고 죽합과 굴은 4월 이후엔 독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먹지 않는게 좋다. 낙지 또한 남풍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5월 이후가 되면 흐물흐물해져 맛이 떨어진다.

그 다음 별미 어종으론 2월부터 잡히기 시작하는 주꾸미 회무침이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가 제 격이다. 주꾸미도 4월로 접어들면 육질이 질겨진다. 대부분의 회유성 어종들이 칠산바다로 돌아와 먹이활동을 하기 시작하는 4월 중순 이후 잡히기 시작하는 갑오징어는 생식이나 숙회가 별미다. 이 때부터 패류의 좌장 격인 백합도 나오기 시작한다. 예로부터 ''보리누름 서대''라는 말이 있을정도로 보리가 누렇게 익어갈 때 잡히는 서대는 살이 꽉 차고 기름이 져 횟감이나 매운탕감으로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보리베기와 모내기가 시작되면 최고의 농찬(農饌)으로 준치 매운탕이 활용되었다. 일제 강점기 때 영광에서 준치의 맛을 본 일본인이 우리민족을 비하 하면서 준치 맛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준치가 잔 가시만 없으면 조선사람 먹기는 아까운 고기다''라고. 또한 준치는 소금간을 해두었다 쪄서 먹으면 ''비늘만 빨아먹어도 밥 반찬이 된다''고 했다.

5월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잡히는 수산물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보리베기 한 살, 모내기 한 살, 깔따구(각다귀) 한 살, 모기 한 살, 포내미골 부서 한 살''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최고의 매운탕 재료인 부서가 잡히기 시작하고. 황석어. 조기, 꼴뚜기, 중하, 대하. , 감성돔, 꽃게, 밴뎅이, 버들잎, 광어...등 다양한 어종이 제각의 별미로 등장한다.

황석어와 생조기는 햇고사리를 바닥에 깔고 조림을 해야 제 맛이 나고, 꼴뚜기와 중하는 얼간을 해서 무쳐먹는게 진미이며 젓갈을 담아 밑반찬을 해도 좋다. 대하는 산모들의 산후조리용으로 삶아서 말린 후 미역국을 끓이는데 활용되었다.

감성돔은 최고의 횟감이고, 봄철 꽃게 암컷은 살이 꽉 차서 찜과 매운탕감으로도 손색이 없지만, 그보다 더 별미는 껍질 속의 누런 속살과 몸통의 살을 빼내서 큰 그릇에 담아 간장과 갖은 양념에 버무리면 그 또한 별미가 된다.

밴뎅이는 싱싱할 때 머리와 비늘만 제거한 후 맨고추장에 찍어서 통째로 베어먹어도 좋고, 잘게 썬 상추를 섞어 초무침을 하면 더 할 나위 없이 맛이 좋다.

광어 또한 횟감이나 매운탕감이 제격이다.

사시사철 어느 때 먹어도 그 맛이 변하지 않고 감칠맛이 돌게 하는 유일한 어종으로 속칭 버들잎(밴뎅이 종류)이란 고기가 있는데 이는 육질이 워낙 부드럽고 연해서 보관이나 유통이 거의 불가능 하기에 생산 현장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맛보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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