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숙/ 시인

지난 해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장성모 고등학교 교무행정사의 죽음이 그것이다. 정씨는 지난해 123일 운명을 달리 했다. 심각한 스트레스와 압박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성고 교무행정사 A(29·)를 궁지로 몰아넣은 것은 다름 아닌 개인정보 유출이었다.

A씨는 지난 2018115일 장성고 P교사가 교감이 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국민신문고에 청원을 올렸다. 그런데 전남도교육청이 실명을 포함한 개인정보를 유출해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주원인이 됐다. 자택에서 A씨가 숨져 있는 것을 남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장성경찰서는 남편으로부터 P교사에게 지속적인 협박을 받은 A씨가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해서 목숨을 끊었다는 고소장을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교감 승진 인사에서 탈락한 P교사는 인사결과를 인정할 수 없어 소청심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승진 탈락 사유에 대한 답변을 들은 결과 A씨가 자신에 대한 청원을 올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도교육청 사립학교 인사 담당으로부터 받은 통보자료에 A씨의 실명을 포함한 개인정보가 그대로 기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P교사는 청원서 때문에 교감 승진에서 탈락했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A씨에게 협박 문자를 발송했다. ‘배후를 밝혀라. 누가 시킨 짓이냐. 밝히지 않으면고소하겠다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국민신문고 담당자가 사립학교 인사 담당자에게 A씨의 청원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A씨의 개인정보를 지우지 않고 그대로 넘겼고, 사립학교 인사 담당자 역시 A씨의 개인정보를 지우지 않고 P교사에게 그대로 제공한 것이 사건의 단초가 됐다. A씨는 본인이름으로 하는 것이 두려워 친정 엄마의 이름으로 청원을 했다. 그러나 교감후보자였던 P교사는 그 사실을 밝혀내게 됐다. 결국에는 죽음이라는 극단적이고 비극적 결말에 이르렀다.

사건을 다룬 경찰에 따르면 국민신문고 담당자는 사립학교 인사 담당자가 개인정보를 지우고 제공할 줄 알았다고 진술하고 사립학교 인사 담당자는 그대로 주면 되는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결혼한지도 얼마 안 된 나이에 스스로 삶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 1월에 신고하고 12월에 자살하기까지 많은 시간동안 어디에도 도움을 받기에는 힘들었던 것 같다. 주위의 도움을 받기 힘들었던 A씨는 자살 전 노동조합에 도움을 요청했고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지난 59일 무안군 전라남도교육청 앞에서 이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교무행정사의 죽음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두 번째 자살시도를 했던 20186월께 나라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 가해자가 됐다는 유서를 남겼고 12월 다시 자살을 시도했고 고인이 됐다.

남에 일이라 여기고 쉽게 생각하고 판단하게 된다. 왜 청원을 했을까? 왜 자살까지 했을까? 극히 개인적인 제3자의 생각이다. 어떤 이유로도 청원을 올린 부분에 대해 왈가불가 하는 건 우리의 몫이 아니다. 그 내용 또한 공개되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A씨 스스로 판단하여 한 행동이다.

사회적인 약자가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기능인 청원제도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시작 후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대한민국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2018223일 기준 124,500건을 넘는 글이 올라와 일평균 658건을 기록했다. 20185월에는 413일까지 약 8개월간 제안된 국민청원 16만 건을 모두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아기', '여성', '정책' 등이었다고 한다. 국민청원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호소가 전달되는 통로 역할을 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20건을 넘는 답변들 중에서 '인권·성평등 분야가 가장 많았다

한사람의 억울한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사형제를 폐지하려고 노력 한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환으로 생겨난 청원제도다. 해당 당사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람의 이름을 알려주는 일은 너무도 큰 실수임이 분명하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누군가를 청원해야하는 삶을 이어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비극인가! 얼마 전 우리 지역에서도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슈가 되었다. 광역수사대가 수사를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끝은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건 주어진 지역과 공간에서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이 깨질 때, 지역사회나 국가가 분열 될 때 초래되는 어려움과 불편을 누구보다도 체감하고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고 현재의 우리다. 서로에 대한 예의와 인간으로서의 기본을 지키자.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공생(共生)하는 법을 익혀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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